본문 바로가기
일반

[국가/미국] 14년 만의 사상누각, FTA

by Spacewizard 2025. 8. 4.
반응형
 

 

무역시장 개방은 다른 말로 자유무역 내지 저율관세로 표현되기도 한다. 최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협상에 따라, 한미FTA(2012년 시행) 쳬제가 중단되었다. 대부분의 무역품목 관세율은 한미FTA 시행으로 인해 단계적으로 인하되었으며, 14년이 지난 2025년 시점에는 관세율이 0%로 수렴한 상태였다. 관세율이 0%에서 15%로 상향되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이전 글 <남북전쟁의 불씨, 관세>에서 19세기 링컨의 고관세정책은 20세기 초반 미국을 강대국으로 성장하는데 큰 발판이 되었고, 2025년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디플레이션 부작용없이 과거의 영광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생산기술 발전은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관세수입을 통해 시중유동성을 확대시켰다. 트럼프 2기도 AI기술의 상용화로 4차 산업 경쟁력이 더욱 공고해지고, 해외기업의 역내유치를 통해 제조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전 글 <또 다시 제국을 이루려는, 트럼프>에서 관세수입을 국민에게 환급함으로써 소비확대를 통한 성장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현재 미국이 처한 경제상황들을 감안했을 때, 관세정책으로 인한 장기적인 디플레이션이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관세장벽을 없애는, FTA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미양국 간 무역·투자를 자유화하고 확대할 목적으로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이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이 출범한 이후, 회원국 수와 무역협상 대상이 크게 증가했다. 많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엮이면서 다자협상 합의가 점차 어려워졌고, 이에 복수국 간의 자유무역 추진이 강화되었다. 1989년 국제무역위원회(미국)가 한국을 유망 협정대상국으로 지목하였지만, 2003년 FTA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정부는 FTA 추진 로드맵을 수립했다. 로드맵의 주요 목표는 미국과의 FTA 추진이었다.

 

2006년 2월 한미양국은 한미FTA 협상 개시를 공식적으로 선언했고, 14개월 동안 후인 2007년 4월(노무현 정부) 협정문에 합의했다. 2012년 3월(이명박 정부) 한미FTA가 공식적으로 발효되었는데, 이는 한국 국회가 한미FTA 비준안을 통과시킨 지 4개월이 지난 시점이었다. 한미FTA는 체결 당시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 중 하나로 평가받았으며, 발효 후 양국의 교역액·투자는 크게 확대되었다.

2007년 4월 한미FTA 협상 타결 기자회견장

한미FTA 시행으로 인해 품목별로 다음의 관세철폐 방식이 적용되었다.


즉시 철폐

단계적 철폐(5~15년)

TRQ

고관세 유지

 

TRQ(Tariff Rate Quota, 저율관세할당제)일정 수입물량(쿼터)까지는 비관세에 가까운 관세율을 적용하고, 그 물량을 초과하는 추가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일반 관세율보다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이중관세시스템이다. 부분개방의 효과를 나타낸다.

 

한미FTA는 국내 농산물시장의 99.7%를 개방시켰는데, 유보된 0.3% 품목에는 극히 민감한 품목(쌀·소고기)이 포함되었다. 미국은 한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협상 초기부터 쌀(관련 16개 품목)은 시장개방 대상에서 제외했다. 곡물류·과일류·견과류에 관해서는 관세를 즉시 내지 단계적(최대 15년)으로 철폐하도록 했다. 관셰를 유지하는 경우에도 미국산에 대해 TRQ를 제공하면서, 매년 3%씩 확대(증량)하기로 했다. 소고기 관세는 15년에 점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고, 돼지고기·닭고기는 10년이 적용된다. 한미FTA 체제가 유지되었다면, 당장 2026년부터 소고기 관세율은 0%(완전철폐) 예정이었다.

반응형

한미FTA 개정한, 트럼프

 

2017년 미국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한미FTA 재개정을 요구했고, 2019년부터는 개정협정(개정의정서)가 발효 중이다.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일부 규제를 완화했으며,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의 미국수출에 대해 할당제(쿼터제)를 도입했다. 또한 미국은 한국산 세탁기·태양광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일정기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이프가드(safeguard, 긴급수입제한)는 특정품목의 수입이 급증하여 국내산업에 심각한 피해(우려 포함)가 발생할 경우, 한시적으로 추가관세나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특별보호장치이다. 세이프가드 조치가 가능한 민간품목으로는 소고기·돼지고기·사과·고추·마늘·양파·인삼 등이 있다.

한미FTA에는 ISDS(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대상국이 투자보호의무를 위반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할 경우, 해당국가를 상대로 국제중재를 통해 직접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한 장치이다. 개정협정에서는 ISDS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절차적 보완(기각사유 신설, 중복청구 금지 등)이 이뤄졌다.

 

소고기 월령제한(30개월령 이상 수입금지) 문제에 대한 협상이 있었으나,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해서는 기존 한미FTA 대비 변화가 없었다. 2008년 한국정부는 30개월 미만 소고기에 한하여 수입을 혀용했는데, 이는 당시 광우병(BSE) 안전성 우려와 그에 따른 국민정서를 고려한 것이었다. 이후 미국 축산업계는 30개월 월령제한을 비관세장벽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다른 아시아국가(중국·일본·대만 등)은 월령제한을 해제했기 때문이다.

 

한미FTA 철폐, 또 트럼프

 

리카르도(영국 경제학자)는 비교우위론을 통해, 각 나라는 상대국 대비 더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상품을 특화(분업)하여 생산·교역해야 상호 간에 이득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 말 세계는 리카르도의 주장에 따라 세계화가 되었고, 지구 전체적인 부가 크게 증가했다. 문제는 각 나라 내에서 발생한 양극화·불평등으로, 상당수의 세계인구가 세계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가난해졌다. 가난해진 사람들은 정치적 보복을 키워 나갔고, 미국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된다.

 

트럼프를 당선시킨 주요 세력 중 하나가 러스트벨트 지역의 노동자였다. 러스트벨트(Rust Belt)는 미국 중서부·북동부 지역의 산업쇠퇴지역으로, 1950~60년대 제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철강·자동차·중공업 등이 발달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아시아 국가들(중국·한국·인도 등)과의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실업률이 상승하고 인구감소가 이어졌다.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는 해외에 일자리를 빼앗긴 미국인 노동자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으며, 각국과 맺은 기존 FTA협정을 미국에게 유리하게끔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했다. 트럼프는 양국 간 무역협정을 통해 WTO를 대체하려 했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가장 많이 빼앗은 중국을 주적으로 삼았다. 미국인 일자리만 중시한 나머지, 이민정책을 수정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웠다

 

4년 만에 돌아온 트럼프는 중국세력(BRICS)에 대항하는 스크럼을 관세협상으로 짜기 시작했고, 우방국에 대해서도 기존의 FTA를 무력화시켰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을 향한 무역·투자의 틀을 만들어, 우방국의 친중화 리스크를 막을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일지도 모른다. 다만 미국의 대중국 전략 속에서, 한국이 현명한 전술을 펼칠 수 있을지 우려될 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