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에서 자주 찾는 골프장이 캐슬렉스GC이다. 현재는 감일지구에 포함되다시피 하여 골프장 주변에 아파트들이 줄지어 서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시골길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과거 명절시즌이면 캐슬렉스 프로샾에서 사조선물세트를 매우 저렴하게 판매하여, 선물용으로 구매하곤 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런 프로모션이 없어지면서, 캐슬렉스를 찾는 소소한 재미가 사라졌다. 2025년 5월 공정위는 92개 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는데, 2025년에 최초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회사는 다음 5개사이다.
사조
LIG
대광
빗썸
유코카캐리어스
신규 지정된 공시대상기업집단은 6월 1일부터 공정거래법상 규제(공시·신고 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금지 등)를 적용받는다. 공정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하반기 스케줄을 다음과 같다.
9월 : 주식소유현황
10월 : 채무보증현황
10월 : 금융·보험사 의결권 행사현황
11월 : 내부거래현황
6·12월 : 지주회사 및 지배구조현황
인수를 통한 확대된, 외형
2024년 사조그룹은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우면서, 자산규모가 +1.4조원 가량 증가하면서 총자산 5.26조원이 되었다. 2024년 2월 사조그룹은 인그리디언코리아(지분 100%)를 3,954억원에 인수했는데, 이는 식품 제조·유통부문을 강화하기 위함이었다. 인그리디언코리아 인수는 발표 이후 3개월 만에 딜은 마무리했고, 이후 사명을 사조씨피케이(CPK, 식품제조·유통업)으로 변경했다. 인수대출(1,900억원)을 위해 인천공장과 사옥(서울 방배동) 등을 은행담보로 제공했다.
2024년 6월 푸디스트(식자재·위탁급식전문업)을 2,520억원에 인수했는데, 사조씨피케이·사조오양이 각각 지분 68.16%와 31.70%을 확보했다. 푸디스트의 인수는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인수로 보이는데, 식자재 소싱과 물류 인프라 등의 역량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1906년 미국 뉴저지에서 설립된 콘프로덕츠(Corn Products)는 식품·음료 제조의 원료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1979년 한국지사를 개설한 후, 1999년 두산과 합작회사(두산콘프로덕츠코리아)를 설립했다. 2005년 두산이 콘프로덕츠에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두산콘프로덕츠코리아는 콘프로덕트의 100% 한국지사가 되었다. 2012년 콘프로덕츠는 인그리디언(Ingredion)으로 사명이 변경되면서, 두산콘프로덕츠코리아는 인그리디언코리아가 되었다.
현재 시카고 교외에 본사를 둔 인그리디언은 식물기반(곡물·과일·채소 등) 재료를 활용하고 있는데, 특히 옥수수에서 전분·전분당을 추출·가공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전분당(澱粉糖)은 녹말을 가수분해를 하여 얻는 당류를 통칭하는 말로, 식품(빵·과자 등) 제조 외에 다양한 산업(제지·섬유·제약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1964년 미원(훗날 대상)이 전분·전분당 사업에 국내 최초로 진출했다.
사조를 설립한, 출판사 사장
1971년 3월 주인용(주진우 부)은 시전사(時全社)를 설립했는데, 당시 주인용은 사조사(思潮社, 출판사)의 사장이었다. 1971년 11월 시전사는 사조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1973년부터 참치연승사업을 시작했다. 참치를 어획하는 방식은 크게 다음 2가지가 있다.
연승 : 낚시
선망 : 그물
한국의 참치 어획량에서 선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연승에 비해 6배 가량 많다. 연승(連繩, Longline)은 하나의 모릿줄에 50~80m 간격으로 2,000~3,000개의 낚시를 늘어뜨려 미끼(고등어·청어·오징어 등)를 달아 참치를 잡는 방식이다. 생선에 상처를 덜 주는 연승은 횟감용(대형참치)을 포획에 주로 사용한다. 선망(旋網, Purse Seine)은 대형 그물(길이 2.5km, 높이 200m)로 참치무리를 둘러싼 후, 그물의 아랫부분을 조여서 잡는 방식이다. 한 번에 작은 참치를 100톤 이상 포획할 수 있으며, 주로 통조림이나 가쓰오부시 재료로 쓰인다.
개인적으로 아버님이 30년 이상 기선권현망(機船權現網)을 영위하셨다. 권현망은 20~30톤급의 대형어선(본선) 2척이 양쪽 끝에 긴 그물(1km 가량)을 달아 끌면서 어군을 몰아잡는 방식으로, 멸치를 잡는 주된 어업방식이다. 기선권현망 선단은 5~6대로 구성되며, 각각의 역할에 맞는 협업을 필요로 한다. 최근 선박기령 증가, 인건비 및 유류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었고, 정부의 감척사업으로 많은 기선권현망 조합원들이 폐업을 한 상태이다.
본업의 몰락을 가져온, 교과서
1977년 검인정교과서 파동으로 사조사의 경영이 악화되었다. 1950년대 이후 교과서 정책은 다음 2가지의 교과서로 구분되었다.
국정교과서
검인정교과서 : 민간 제작
유신정권 시기에는 국정교과서를 강화하면서, 검인정교과서의 수가 제한되었다. 통제(규제)에는 부작용(독점·부패·시장왜곡)이 따르기 마련이다. 1977년 3월 치안본부는 한국검인정교과서(주)의 비리를 발표했는데, 1974년부터 문교부·국세청 직원들에게 뇌물을 건네 중·고교 검인정교과서의 가격 인상, 내용 수정, 성실법인 지정 등의 특혜를 받았던 것이다. 교과서 제작·발행에 관한 민간 유착·부패이 드러나면서, 1977년 8월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면서 교과용도서에 관한 규정이 제정되었다. 이후 교과서는 다음과 같이 구분하여 국정교과서 중심의 체제가 확립되었고, 교과서 제작권한은 기존의 편수국(문교부)에서 한국교육개발원 등으로 이전되었다.
1종 교과서 : 국정
2종 교과서 : 검인정
사업영역을 확장한, 2세 경영
이듬해 1978년 주인용이 뇌일혈(뇌출혈)로 사망했다. 당시 미국유학 중이던 주진우는 가업을 잇기 위해 귀국하게 된다. 1982년 첫 냉동창고(서울 구로동)을 설치했고, 북양트롤사업도 개시했다. 트롤어업은 동력선을 사용해 전개판이 달린 자루형 그물을 바다에 펼쳐 끌면서 어군을 포획하는 어법으로, 북양트롤사업은 북태평양 지역(베링해, 러시아 수역 등)에서 명태를 잡는 원양어업 중 하나이다.
1980년대 동원산업이 참치통조림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1987년 사조산업도 참치선망사업을 시작한 후, 1988년 로하이 참치(참치통조리)를 출시했다. 1989년 IPO를 실시한 후, 식육가공업·도소매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2000년대 들어 사조그룹이 인수한 기업은 다음과 같다.
2004년 : 신동방(사조해표)
2006년 : 대림수산(사조대림) → 2010년 남부햄 인수
2007년 : 오양수산(사조오양)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기 전에, 사조산업 내부에서는 큰 변화가 있었다. 2025년 3월 사조산업은 공시(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를 통해 주진우·김치곤을 각자대표로 선임한다고 알렸는데, 주진우(사조그룹 회장)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의 일이다. 그 전에 25년 간 대표이사를 지냈었던 주진우는 계열사 이사회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실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임과 동시에, 주지홍(주진우 장남)에 대한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닌 만큼, 성장·승계를 관리하겠다는 노익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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