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은 과거 해외에서 용병생활을 함께 했던 킬러들이 정진만(이동욱 분)과 그의 조카 정지안(김혜준 분)을 살해하려는 내용으로, 극 중간에 동물형(개) 로봇이 군사무기 등장한다. 높은 고가도로에서 정교하게 착지한 로봇은 안전한 길을 빠른 속도로 헤쳐나가며, 다양한 무기를 장착하여 상대방을 제압한다. 이 장면의 로봇기술에서 놀라는 사람도 많았겠지만, 이미 실현 가능한 기술이다. 아니 제3자가 콘트롤하는 방식이니, 어찌보면 과거의 방식에 가깝다.
인간과 소통하는 로봇, 휴머노이드
2025년 3월 중국 즈위안로봇(智元机器人, Agibot)이 공개한 링시 X2는 기존의 휴머노이드 로봇모델들 보다 더 유연한 운동성을 선보였다. 링시(灵犀, 서우의 뿔)는 감응(感應)에 비유된다. 고대 전설에서 서우(犀牛, 코뿔소)의 뿔에 있는 하얀 무늬가 감응에 예민했다고 하는데, 이는 서로 떨어져 있는 대상이라도 마음·느낌이 통한다는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된다.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기술이 눈 앞에 와 있다. 머지 않아 공장근로는 물론이고 건물관리·경비·유모·청소부·교육·의료의 노동력으로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링시가 인간의 언어·감정까지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었는데, 이는 MLLM을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복합거대언어모델(MLLM, Multi-modal Large Language Model)은 다양한 데이터(텍스트·이미지·음성·영상 등)를 동시에 이해·생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 기반 자기회귀 언어모델이다. MLLM은 단순한 텍스트 중심의 LLM에서 확장된 멀티모달(Multi-modal) 모델로, 현재 GPT-4o, Gemini, Claude 3이 있다. MLLM도 LLM과 같이 자기회귀적(autoregressive, 순차적) 방식이며, 직전 단어(토큰)를 기반으로 하여 순차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여 문장을 생성한다. 즉 첫번째 단어를 생성하기 전에는 두번째 단어를 만들 수가 없고, 2개의 단어가 생성되기 전에는 세번째 단어를 만들 수 없다.
확산모델(Diffusion Model)은 생성할 데이터의 대략적인 형태를 먼저 만든 뒤에 노이즈를 점차적으로 제거하면서 결과물을 한 번에 선명하게 생성하는데, 주로 텍스트 외의 이미지·비디오·오디오 생성에 활용된다. LLM이 확산기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LLM과 확산모델을 결합한 DLLM(Diffusion Large Language Model)이 개발되고 있다. 속도 뿐만 아니라 비용 측면에서도 혁신적이다 보니, GPU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양강, 피규어
2022년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은 Figure AI를 설립했다. Figure AI는 딥러닝 기반의 AI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는 로보틱스 기업으로, 인간과 유사한 신체구조와 역량(정밀한 동작, 자율이동, 환경인식 등)으로 복잡한 환경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 중이다. Figure 로봇은 인간과 비슷한 형태(키 167cm, 무게 70kg, 적재능력 20kg, 가동시간 5시간 등)를 하며, 초기에는 인간이 기피하는 분야에서 노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해왔다.
2024년 Open AI와 협력하여 만든 Figure 01를 공개되었을 때, 스스로 시각적 추론과 언어이해를 한 후 상대방에게 물건을 건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OpenAI의 언어·이미지 생성 AI는 실시간으로 판단·제어해야 하는 로봇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OpenAI와의 협업을 중단한 Figure AI는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다음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단계적으로 개발했다.
Figure 01(2024년) : 시각적 추론, 언어이해
Figure 02(2025년) : 인지·동작 제어 기능 강화
Figure 03(2025년) : 최첨단 AI 기반 인식·제어 탑재
2025년 Figure AI가 공개한 헬릭스(Helix)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각-언어-행동 모델(VLA, Vision-Language-Action Model)로, 로봇의 여러 기능(시각정보·언어명령·행동제어)을 하나의 신경망으로 통합했다. 프로그래밍 없이 자연어 명령만으도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 기준으로 Figure AI는 테슬라와 함께 휴머노이드 로봇시장에서의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향후 Figure 로봇은 가정용, 탐사용, 고령자 돌봄, 기업업무 지원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의 한 축을 담당할, 로봇산업
2025년 2월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휴머노이드 100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휴머노이드가 기술투자의 주요 분야로 부상하면서, 최대 60조 달러(8.6경원 수준)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국내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네이버, SK하이닉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언급되었는데, 이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을 진행 중이다. 2025년 1월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미래로봇추진단(대표이사 직속)을 신설했다. 2024년 3월 LG전자는 베어로보틱스에 800억원을 투자하면서 최대주주가 되었고, 로봇사업을 HS사업본부로 이관하여 가전사업과의 시너지를 강화했다.
로봇산업에서 브레인(brain)은 AI칩·소프트웨어·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인 반면, 바디(body)는 실제로 구조·동작(하드웨어·배터리·구동계 등)을 구현하는 기업이다. 인테그레이터(integrator)는 브레인과 바디를 모두 개발하는 종합로봇기업이다.
인테그레이터 : 테슬라·애플·아마존
브레인 : 엔비디아·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메타
바디 : BYD·샤오미·토요타
국내기업으로는 네이버가 유일한 인테그레이터로 평가받고 있는데, 로봇 핵심기술(LLM·클라우드·운영체계·디지털트윈 등)을 보유 중이라고 한다. 2025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네이버를 공식파트너로 선정했는데, 이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디지털트윈(Digital Twin)은 현실세계(사람·사물·건물 등)로부터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에서 가상공간에 그대로 재현한 후, 그 상태·성능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분석·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이다.
로봇시장 성장에 베팅한, 오너
2021년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미국) 지분 80%를 1조원 가량에 인수했는데, 소프트뱅크그룹(일본)이 보유한 구주와 신주를 대상으로 했다. 인수 직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배구조는 다음과 같았으나, 2025년 5월 현대자동차그룹은 87.55%까지 지분율을 끌어 올렸다.
현대자동차 30%
현대모비스 20%
정의선 20%
현대글로비스 10%
소프트뱅크그룹 20%
정의선이 2,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투입한 것이 인상적인데, 개인적으로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확신을 한 듯하다. 상장 후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한다면, 해당 지분을 활용하여 핵심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할 수도 있다. 향후 그룹 내 지배구조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핵심적인 역할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2024년 기준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당기순손실(△4,405억원)을 기록하며, 2~3조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2025년 이후 휴머노이드 로봇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면서, 상장시 기업가치는 10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향후 10년 동안 휴머노이드 로봇이 어디까지 진화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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