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월 경제연구원(한국은행 부설 연구기관)이 <소득동질혼과 가구구조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치는 영향 : 국제비교를 중심으로>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한국의 결혼문화가 그 동안 부의 재분배 역할을 해왔다는 내용이 있다. 흔히 부의 재분배는 가구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이는 주로 국가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실제 북유럽국가(과거 복지국가)는 세금 및 복지정책(공적 이전지출)을 통해 부를 재분배하고 불평등을 낮춰 왔다. 한국은 소득동질혼 경향이 국제적으로도 매우 낮은 편이었는데, 소득동질혼은 남녀가 비슷한 소득 수준끼리 결혼하는 것을 의미한다. 외국은 끼리끼리 결혼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은 남녀 중의 한쪽이 신데렐라가 되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드라마틱한 사랑을 선호하는 경향이 컸으며, 드라마의 주된 소재 중에도 재벌집 아들(내지 딸)이 가문이 반대하는 결혼을 강행하는 부분이 많이 다뤄진다.
고소득자·저소득자가 결합한 가정은 가구 내 소득공유 효과를 일으켜, 가구총소득을 중간으로 수렴시켜 왔다. 이러한 경향은 지니계수를 0.1 수준으로 낮게 유지시켜 줬는데, 문화(결혼)가 정책의 부족한 점을 대체해 온 것이다. 지니계수(Gini Coefficient)는 사회의 소득·자산이 얼마나 불평등하게 분배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경제지표로, 코라도 지니(이탈리아 통계학자)가 개발했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의 값을 가지면, 0에 가까울수록 소득분배가 완전히 평등한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0.4를 초과하는 지니계수는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은 위험에 처해 있다. 이혼·비혼이 증가하면서 각각의 개인의 소득이 융합되지 않은 채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열위(저소득·비취업)의 배우자는 이혼 후에 빈곤층으로 급전직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도 결혼의 조건으로 동질성을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는데, 이는 직업적으로도 나타난다. 전문직·대기업·공무원 끼리 연애결혼을 하거나 결정사(결혼정보회사)를 통해 비슷한 재력 간의 정략결혼이 많아지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지니계수는 0.1 중반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결혼을 권할 때 자주 등장하는 조언이 있다.
결혼하면 돈을 더 잘 모은다
실제 통계적으로도 기혼가구의 자산이 미혼가구보다 3배 이상 높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격차의 결정적인 원인은 부동산이다. 생애후반 사이클에서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부동산(특히 주택)의 레버리지였음을 알 수 있다. 기혼가구의 부동산자산 가격 상승속도가 더 높은 편이고, 미혼가구가 주택보유율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맞벌이 효과>는 소득 결합과 고정비 절감이 시너지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맞벌이는 미혼가구 대비 2배 안되는 소득을 올리지만, 가구고정비(주거비·식비·공과금 등)를 분담한다. 실질 저축가능금액은 미혼가구 대비 2배를 넘기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다음의 말도 있다.
돈이 있어야 결혼한다
자산격차의 원인이 결혼 이전부터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특히 남성)이 결혼하려는 유인이 많은 것이다. 실제 40대 초반 남성의 혼인율은 소득 상위 10% 기준 96%에 달하는 반면, 소득 하위 20%는 58%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책의 포커스도 다인가구(결혼가구 포함) 중심으로 설계되기에, 미혼가구의 자산형성과 주거지원혜택은 구조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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