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놓인 조직 내에서의 보고업무는 평시 보다 N배의 심리적 에너지를 소모시키는데, 이는 개인의 역량 부족에 기인하기 보다는 상황이 만든 심리적 과부하이다. 보고 받는 임원 입장에서는 가까운 미래의 생존 여부가 불확실한 가운데, 보고를 받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기에 극도로 예민한 상태이다. 책임을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실적·현안에 대한 꼬투리를 더 잡으려 드는데, 이는 다소 공격적이고 예민한 피드백으로 표출되면서 보고자의 심리를 타격한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더 낫게 보이려는 보고를 지속하다 보면, <보고를 위한 보고>의 반복으로 인해 직무효능감(Efficacy)이 떨어질 수 있다. 다만 위기상황에서는 <형식적인 보고> 조차도 나를 보호해 줄 있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는데, 추후 책임공방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상황에서의 보고는 심리적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안전하게 진행해야 한다. 평소처럼 완벽한 전략을 인정받으려고 하다가는, 실효성보다 심리적 타격이 더 클 수 있다. 우선 임원들의 짜증 내지 날선 질문을 개인적인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위기상황 압박에 따른 불안발작(내지 방어기재)로 해석해야 한다. 제3자의 시선에서 많이 쫄아 있다고 바라보면 된다. 인간이 무너지는 순간은 끝을 알 수 없을 때이다. 위기는 단기적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기에, 목표기한까지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서류>를 축적한다는 무던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결국 최대한 부담없는 형태로 버티는 것으로, <방어적 보고서(팩트·데이터 위주)>를 통해 향후 보고자의 책임을 최대한 낮추면서 심리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회복공간(집)에서 심리적 회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면, 온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뇌가 심리적 번아웃(Burnout)을 일으킬 수 있다. 번아웃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 요인을 단절하는 것인데, 퇴근 후에는 의도적으로 회사생각을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집과 회사 간의 단절을 위해 퇴근길에 자기 만의 루틴(음악감상·걷기·군것질 등)을 습관화할 필요가 있고, 퇴근 후에 육체를 움직이는 운동을 하거나 이직대안이나 색다른 취미에 몰두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인생에서 회사(월급)은 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항상 인지해야 한다.
하지만 업무고민은 회사에서보다 집에 있을 때 더 커지는 경우가 많다. 업무와 물리적으로 이격되어 있는 집에서는 정보부족의 빈틈이 오히려 부정적인 상상이나 최악의 시나리오로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 조용한 집안 환경에서 업무스트레스가 생각의 빈 공간을 파고들면, 뇌가 한 가지 고민에만 매몰되는 반추(Ruminating, 되새김·숙고) 현상이 일어나다. 반추가 눈덩이처럼 극대화될 경우, 침대에 누워서도 심장이 벌렁거릴 수 있다.
이 경우 분산능력이 중요한데, 팀원에게 보고업무를 분담하거나 뇌의 연산용량을 다른 자극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뇌는 문제를 스스로 통제·해결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불안감을 덜 느끼는데, 집은 생각에 비해 해결책이 없는 상태라서 무력감과 함께 불안이 증폭될 수 있다. 또한 근심에 대한 기록(메모)을 남겨서, 시각화된 계획를 통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메모는 단지 망각에 대비한 장치가 아닌, 훌륭한 심리적 방어기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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