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국가에서는 지배층(특히 왕족) 간의 내전이나 피지배층의 반란은 수시로 일어났다. 하지만 신하가 무력으로 군주를 갈아치우거나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사건은 왕조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었기에, 명분이 필요했다. 고구려 정치는 연개소문(순노부 출신) 집권 전까지 귀족연합체제를 유지했는데, 다음 5부 출신의 귀족들이 권력을 나눠 가졌다.
계루부(桂婁部, 훗날 내부·황부) : 왕실가문(주몽 집단)
소노부(消奴部, 서부·우부) : 과거 왕실가문
절노부(絶奴部, 연부·후부) : 계루부와 혼인동맹(왕비 배출)
순노부(順奴部, 동부·좌부) : 군사·외교적 요충지 담당
관노부(灌奴部, 남부·전부)
주몽은 개인(고구려 시조)이면서, 집단(부여계 이주민 세력)을 의미할 수 있다. 소노부가 계루부에게 주도권을 넘긴 계기는 선진문물(철기) 교역의 독점권에 있었고, 태조왕(6대왕, 계루부 출신) 시기부터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태조왕의 정복전쟁을 통해 얻은 막대한 전리품(소금·어물·노예 등)와 강력한 군사력은 계루부에 집중된 것이다. 대대로(고구려 수상)를 3년에 한 번씩 귀족들이 선출했는데, 합의가 되지 않은 경우 대궐 앞에서 군사대결을 통해 승자가 취임하기도 했다. 고구려의 정치는 무력이 활용되는 과격한 성향이 뚜렷했다. 이전 글 <정통성이 결여된 집권, 쿠데타>에서 쿠데타(정변)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고구려에서는 총 4번의 쿠데타이 있었던 것으로 기록된다.
146년 : 차대왕 정변
165년 : 차대왕 시해 정변
300년 : 봉상왕 폐위 정변
642년 : 영류왕 시해 정변(연개소문)
121년 고수성(태조왕 동생)은 한나라의 침공을 막아내고 요동을 역공하는 군공을 세웠고, 이후 대장군의 군사권을 바탕으로 20년 넘게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다. 146년 94세의 태조왕은 상황으로 물러나면서, 수성이 차대왕(次大王, 7대왕)으로 즉위했다. 이후 차대왕은 조카와 태조왕 측근을 숙청했다. 고막근(태조왕 태자)를 살해하고, 고평근(태조왕 차남)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차대왕의 폭정에 반발한 명림답부가 차대왕을 살해한 후, 고백고(신대왕, 태조왕 다른 동생)를 왕으로 추대했다.
298년(봉상왕 7) 국상(國相, 고구려 최고관직)이 사망하자, 창조리(倉足離)가 국상이 되었다. 봉상왕(14대왕)의 폭정이 계속되자, 창조리는 쿠데타를 계획한다. 창조리는 군사와 함께 위장사냥을 나간 뒤, 동행한 대신들에게 모자에 잎사귀를 꽂게 함으로써 쿠데타 동참 여부를 확인했다. 모든 대신이 동참의 뜻을 보이자, 군사들은 대궐을 포위하고 봉상왕을 별궁에 가뒀다. 결국 봉상왕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창조리는 고을불(고돌고 아들)을 미천왕(15대왕)으로 올렸는데, 고돌고는 봉상왕이 죽인 동생이다. 고을불은 봉상왕의 숙청을 피해 시골에서 머슴살이와 소금장수를 하면서 숨어 살았다고 한다. 훗날 미천왕은 낙랑군을 축출하고 영토를 넓히는 성과를 냈다.
영류왕와 온건파 대신들이 연개소문을 제거하려 하자, 연개소문이 열병식을 핑계로 마련한 잔치에서 온건파 100여명을 살해했다. 대궐로 쳐 들어간 연개소문은 영류왕의 시신을 토막 내어 시창에 내던졌는데, 한반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쿠데타로 평가된다. 이후 연개소문은 보장왕을 왕위에 올린 후, 스스로 대막리지에 오르면서 고구려 정치를 일인독재체제 바꿨다. 연개소문은 지배층의 기를 꺾기 위해, 귀족들의 등을 밟고 말에 오르는 모욕을 주거나 5자루의 칼을 차고 다녔다고 한다. 이후 대당 강경책으로 정책을 선회한후, 당나라에게 고구려를 침략할 빌미(역적)를 제공했다.
조선(유교적 법치국)에서 왕의 교체는 무력보다는 행정절차에 따라 덜 과격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대비의 교지(敎旨)를 받아 왕을 폐위한 후 유배를 보내는 절차를 갖추려 노력했다. 중종반정 (1506년)은 자순대비(정현왕후, 성종 비)의 허락을 구했고, 인조반정(1623년)은 인목대비가 교지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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