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남편을 높여 부를 때 <서방님>이라는 표현을 하지만, 오늘날 시동생(기혼)을 부르는 존칭으로도 사용된다. 조선시대에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거나 벼슬길에 오르지 못한 젊은 선비들을 서방(書房, 글방)이라 불렀는데, 부인이 글방에서 공부하던 남편을 지칭하는 말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처가에서 사위의 성 뒤에 서방을 붙이는 배경도 벼슬 없는 선비를 부르던 관습에서 이어졌다고 하는데, 조선 초기까지 결혼한 남자는 일정 기간 처가살이(데릴사위제)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장인·장모는 본인들이 동쪽 방에 머물고, 신랑(新郞, 새로운 사내)에게는 서쪽 방을 마련해 주었다고 한다. 여기서 사위·남편이 서방(西房)이라 불렸을 수도 있으며, 새방(새로운 방)이 시간이 지나면서 <서방>으로 변모했을 수도 있다.
고려 무신정권 당시 최우는 자신의 사가에 서방(書房)을 설치했는데, 이는 문신들을 우대하고 정치를 논하기 위한 행정기구였다. 이후 서방은 이 곳을 드나들던 젊고 똑똑한 엘리트 문신들을 가리키던 말로 자리 잡게 되었다. 석보상절(1446년 간행)에도 남편(夫)의 훈독으로 <셔방>이 등장한다. 이전 글 <고정된 기운, 귀매>에서 석보상절에 대해서 언급한 바 있다.

오늘날 <도련님>과 <아가씨>는 남편의 동생을 부르는 말로, 과거 하인들이 상전의 미혼자녀를 높여 부르던 존칭에서 유래했다. 조선시대 가부장적 가치관이 혼인문화에 반영되면서, 시댁식구를 높여 부르는 표준호칭으로 정착했다. 경상도에서는 데련님(내지 데렌님)이라는 방언이 남아 있는데, 과거 혼인풍습에서 신랑이 장가올 때 함께 데려온 나이 어린 남동생을 데린인(데려온 님)이라 불렀는데, 발음이 도련님으로 변했다는 설도 있다. 처가식구를 처남·처제로 낮춰 부르는 것도는 대조되는 말이다. <아기씨>에서 유래한 <아가씨>는 양반가 규수(미혼딸)을 높여 부르던 호칭이다. 규수(閨秀, 안방의 빼어난 처녀)는 사대부 집안 여성들이 집안 깊은 공간(안방)에 머무르며 교양을 쌓았던 문화에서 유래되었다.
오늘날 부인을 허물없이 부르는 단어로 사용되는 <마누라>도 조선시대 극존칭에서 유래된 말이다. 15세기 삼강행실도에 <마노라>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조선 중기까지 왕실어른(대비·선왕 등)을 높이는 극존칭어였다. 노비가 상전을 부를 때 사용되기도 했는데, 다음의 합성어라는 것이 유력한 설이다.
마루 : 으뜸·똑대기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하 : 존칭 접미사
또한 맏과 오라(우리)가 합성했다는 설도 있는데, 이는 가문의 우두머리라는 의미이다. 19세기 발음이 <마누라>로 변하면서, 왕실 외 고위관료의 부인 등을 지칭하게 되었다. 훗날 신분제 붕괴로 의미가 축소되면서 아내를 허물없이 부르게 된 단어(마누라)로 변했다. 부인이 남편을 허물없이 부를 때 사용하는 영감의 원래 의미도 고위관료를 부르던 칭호였다는 점에, 부부 간의 존대를 담은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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