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광수(1951년생)는 연세대 교수(국문학과)로 재직하면서, 한국 문학계의 문제(도덕주의·이상주의·위선·국민계몽주의)를 비판했던 인물이다. 마광수는 연세대 국문학과를 수석으로 입학·졸업한 후, 1983년 박사학위(윤동주 연구 논문)를 취득하면서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다양한 지면을 통해 자유로운 상상력과 함께 에로티시즘을 표현했는데, 이는 표현의 자유와 외설 간의 논쟁을 낳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1989년작)와 즐거운 사라(1992년작)가 있다.
특히 즐거운 사라는 출간 직후 인 1992년 12월 1심에서 음란물제조·유통죄로 유죄판결(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1995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면서, 마광수는 해직되었다. 이후 1995년 연극 미란다의 연출자가 여주인공의 전라 연기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이는 국내 최초의 공연음란죄 유죄판결이었다. 연출자는 1심에서 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를 선고 받았으며, 1996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되었다. 1994년 대학로에서 공연된 미란다는 컬렉터(존 파울즈 작)를 각색한 내용이었다.
고통 속에서 빚어진, 지혜
1998년 마광수는 특별사면으로 복직(부교수)했으나, 2년 후인 2000년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는 필화를 겪게 된다. 필화(筆禍, 붓으로 인한 재앙)는 발표글(신문·기사·소설·칼럼 등)이 법률적·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재를 받는 상황을 의미한다. 연세대 교원인사평가위는 1년 유예를 결정했으나, 마광수는 심적 충격으로 휴직을 신청했던 것으로 보인다. 2002년 휴직기 동안 우울증 악화로 사표를 제출했지만, 연세대에서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2003년 마광수는 학생들의 지지로 복직한 후, 2007년 정교수로 승진했다. 하지만 학계·학과 내에서의 고립으로 교양과목 위주로 강의하다가, 2016년 65세의 마광수는 정년퇴임을 하게 된다. 마광수는 퇴임 인터뷰에서 다음의 여운을 남겼는데, 사회를 거스러는 선각자(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버겁고 비참한지가 느껴진다.
후회 없지만, 억울하고 허탈하다.
마광수의 삶은 천재적 재능이 사회의 틀 내에서 겪은 고난을 잘 보여 주며, 크든 작든 누구나 이러한 고난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마광수가 남긴 다음의 글들이 온라인에서 자주 목격되는데, 마광수 피셜인지 여부는 명확치 않지만 삶의 지침이 될만한 글이다. 인생에서 큰 굴곡을 겪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을 담고 있다.
인생에 과도한 기대를 걸지 말라. 기대가 크면 절망도 커진다.
인간의 삶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소소한 쾌락과 만족에 충실하라.
정치와 이데올로기에 과도하게 매달리지 말고, 자신의 사소한 일상과 쾌락을 더 중시하라.
종교나 도덕을 핑계로 육체적 쾌락을 죄악시하면, 결국 삶 전체에 대한 증오와 신경질만 남는다.
바쁘고 부지런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조금 게으르고 느슨하게 살아야 오래 행복하다.
결혼과 가족에 인생을 거는 대신,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싱글라이프를 하나의 이상으로 삼아라.
고독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즐길 줄 알 때 비로소 진짜 자유가 된다.
남들이 말하는 성공과 성실을 맹목적으로 쫒지 말고, 자기 취향과 욕망에 솔직한 삶을 살아라.
내일·미래를 지나치게 걱정하지 말고, 오늘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누리는데 에너지를 써라.
남의 시선과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약간의 나르시시즘을 가지고 독불장군처럼 자기인생을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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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에 맛본 시대, 섹슈얼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은 우민화 전략의 일환으로 다음의 3S 정책을 펼쳤는데, 정치불만을 분산시키려는 의도였다.
Screen : 영화
Sports : 아시안게임·올림픽
Sex : 야간통금 해제, 에로영화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표현의 자유가 확대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성문화 개방이 촉진되었다. 1990년대 들어 신형 미디어(비디오·인터넷)가 대중적으로 보급되면서, 문화·공공 담론에서의 섹슈얼 표현이 심화되었다. 개인적으로 한창 성적 호기심이 강렬했던 고등학교 시절, 기억에 남는 컨텐츠는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년작)과 소설 혼자 뜨는 달(1996년작)이다. 특히 고2 겨울방학 동안, 홀로 남은 교실에서 혼자 뜨는 달을 정신없이 정독했던 기억이 있다.
혼자 뜨는 달은 나상만 작가의 장편소설로, 1970년대 후반 대학생(청춘)의 사랑·성을 그린 작품이다. 서울로 유학 온 나선랑(J대 연영과 1학년)이 경희(나선랑 사촌누나)와 자취하며, 경희의 친구들인 5공주(현주·영란·윤경·인숙)와 어울리게 된다. 이내 현주와 사랑에 빠진 나선랑은 여름방학 MT에서 일어난 의대생 강간사건으로 인해 내외적인 갈등을 빚게 되는데, 이는 나선랑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선랑이 현주의 해명을 거부하자, 현주는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게 된다. 이후 진실은 밝혀졌지만, 현주는 처녀성 상실을 자책하게 된다. 현주가 나선랑의 사랑을 거부하자, 나선랑을 현주를 되찾기 위해 현주의 친구(가해자의 여동생)를 납치하게 된다. 현주는 어쩔 수 없이 나선랑을 받아 들였지만, 강간으로 인한 임신사실을 숨긴 채로 출산 위해 프랑스(언니 거주)로 떠나게 된다. 소설은 홀로 남게된 나선랑이 후회하는 모습으로 마무리 되는데, 혼자 뜨는 달처럼 고독한 성장을 암시한다. 또한 비극적 이별을 통해 청춘의 덧없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고딩의 입장에서는 연상의 여성에 환상을 한번쯤 가질 수 있었고, 1970년대 대학문화(부킹·미팅, 성에 대한 각성)에 접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에 대한 묘사가 너무 디테일하여, 이 정도해야 에로티스즘인가 싶었다. 2017년 66세의 마광수는 자택에서 사망했지만, 그 원인이 스스로의 선택인지 사회적 타살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다. 재능에 떠밀려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 시대정신일까. 아니면 적당히 시대에 편승하는 것이 지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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