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6년 58세의 톨스토이는 쓴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대표적인 메멘토 모리 작품으로, 인생의 유한성을 그리고 있다.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톨스토이는 생명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주제로 다뤘다. 이반 일리치는 법관의 삶을 살면서 사회적 성공과 안정된 생활을 보장받았지만, 죽음 앞두거나 죽은 이후에 주변인(아내 포함)들이 자신을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국 죽음을 앞두고 하인의 진심어린 간병에 위로를 받으면서, 행복하고 의미있는 삶을 자문한다.
죽음을 슬프고 염세적으로 생각하면 안된다. 당장 내일 죽을 예정인 인간에게 오늘의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며, 현재의 삶이 감사할 것이다. 죽음은 삶의 원동력이다. 인간은 누구나 현생에서의 삶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다가, 다음과 같은 삼독(三毒, 탐진치)에 빠지게 된다.
탐욕(貪欲) :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
진에(瞋恚) : 노여움
우치(愚癡) : 어리석음
불교에서는 위 3가지 번뇌가 열반의 방해요인으로 보고 있다. 2023년 정희연(당시 아산병원 소속)은 저속노화를 테마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2025년 9월 인천의 한 강연에서 다음의 말을 남겼다.
신경과학적으로도 탐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빨리 노화된다는 것이 입증돼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탐진치를 가지고 있으며, 그저 숨기고 있을 뿐이다. 정희연도 동료여성과의 구설수가 터지면서, 스스로도 탐진치를 벗어나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드러난 카톡내용에는 가려져 있던 인간의 구차함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너무 폄하할 필요 없다. 너도 나도 모두 그런 면이 있기 때문이다. 탐진치에 벗어나는 것이 쉬었다면, 인간세상의 모습은 지금과 다를 것이다. 삼독에서의 탈출은 참나(진정한 나)를 터득하고 진리를 탐구하는 길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시대와 공간을 앞서 간, 톨스토이
1828년 레프 톨스토이는 야스나야 폴랴나(러시아 중부) 백작 집안의 사남으로 태어나, 진보적 지주로서 농노개혁에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부분이 아니었기에, 젊은 시절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다. 1851년 포병으로 입대한 후 크림전쟁에 참전했고, 전장의 경험은 소설적 영감을 많이 준 것으로 보인다. 1862년 34살의 톨스토이는 소피야 베르스와 결혼했고, 이후 대작들을 집필하게 된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던 톨스토이는 죽음과 인생의 고통·허무함에 대해 항상 고민했었고, 이를 소설에 고스란히 담았다. 1880년 전후로 50대의 톨스토이는 기독교 사상에 몰두하게 되었고, 금욕적인 생활과 빈민구제활동을 실천하면서 사유재산 제도와 러시아 정교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집을 나와서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는데, 재산소유(저작권 포함)를 거부하는 문제로 아내와 불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성경을 인문학으로 해석한, 톨스토이
톨스토이는 복음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했는데, 초자연적인 요소를 부정하면서 예수를 철학자로 그려냈다. 기독교도가 읽기에는 불편한 부분이 많은 반면, 기독교도가 아닌 이들이 읽기에는 부담없이 서술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이지만, 예수의 가르침대로 자신 안의 영혼을 깨닫는 누구나 하느님을 아들이라고 했다. 육체의 생명이 아닌 영혼의 생명에 집중하는 사람은 영생을 할 수 있다고 봤다. 톨스토이가 바라 본 예수의 5개 핵심사상은 다음과 같다.
1. 화내지 마라
2. 맹세를 하지 마라
3. 여자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지 마라
4. 악에 악으로 맞서지 마라
5. 자기민족과 이민족을 차별하지 마라
훗날 톨스토이가 성경을 바라본 관점은 현대적으로 확장해석되면서, 톨스토이의 10계명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1. 일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성공의 대가이다
2. 생각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능력의 근원이다
3.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젊음(건강)의 샘이다
4. 독서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지혜의 샘이다
5. 친절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행복으로 가는 길이다
6. 꿈꾸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별을 향해 날아오르는 수레이다
7. 사랑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신이 준 특권이다
8. 웃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영혼의 음악이다
9. 베풀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삶을 넉넉하게 만든다
10. 기도하기 위해 시간을 내라. 그것은 하늘(영혼)의 힘과 연결되는 끈이다
'철학·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종교] 색다른 주술 느낌, 일본불교 (1) | 2025.12.03 |
|---|---|
| [종교] 양자역학의 연장, 불교 (0) | 2025.11.25 |
| [법률] 특별법적 성격, 가중처벌 (0) | 2025.11.16 |
| [종교] 이단의 시작, 음란 (1) | 2025.11.12 |
| [철학] 변화되어 온 혁명사상, 공산 (0) | 2025.10.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