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무속사랑은 은밀하면서도 강렬한데, 돈과 권력을 가진 사회고위층들이 더 맹종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무속은 표면적으로는 전통문화 내지 대중문화의 일부로 인식되지만, 실제로 정치인·기업인·연예인 등이 개인적인 문제 해결과 사업방향, 선거전략 등에 무속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돈과 권력은 항상 불확실성(경쟁·위기 등)이 많은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는 심리적 불안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초자연적 조언에 의존하게 된다고 생각된다. 불확실성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을 구입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의 고위관료들도 주기적으로 찾는 무속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2016년 11월 이재정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황교안(국무총리)에게 오방색 끈을 건낸 적이 있는데, 최순실·박근혜의 샤머니즘을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어떻게 보면 윤석열·김건희는 그 정도가 과하여 문제가 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불교의 상징적인, 보현
김건희는 병산리(양평군 강상면)에 위치한 보현사(普賢寺)를 자주 방문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김건희의 선산 맞은 편 산 속에 위치한 사찰이다. 보현(普賢)은 불교에서 지혜·자비의 상징하며, 보현보살은 대승불교에서 실천·자비·보살행을 상징하는 보살이다. 이전 글 <금수저를 스스로 놓은, 싯다르타>에서 보살(菩薩)은 부처가 될 조건을 갖췄지만, 아직 세상에 남아서 중생들을 살피는 존재라고 언급했었다. 보현보살은 장수·생명연장도 상징하기에, 연명(延命)보살이라 불리기도 한다.
보현보살은 화엄종에서 특히 중시되며, 법계(法界)를 열어 보이는 설법사 역할을 한다. 화엄경·법화경에서 보현보살의 주임무는 중생 구제와 법 전파로 묘사되며, 지혜를 상징하는 문수보살과 함께 석가모니불·비로자나불의 협시보살로 등장한다. 협시(脇侍, 옆구리를 시중들다)보살은 본존불(主佛)의 좌우 옆에서 함께 모시는 보살로, 대승불교에서는 말하는 삼존불(三尊佛)의 구성원이다. 보현보살의 형상은 6개의 이빨을 가진 흰 코끼리를 타거나 연화대에 앉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보현보살 신앙이 한반도에 정착한 시기는 신라시대이며, 이후 고려·조선에도 문수보살과 함께 불화·조각에 자주 나타난다.

색다른 흔적, 일본불교
보현사의 2개동 중 하나는 분홍색 외관의 본체건물(납골당 추정)이고, 다른 한 동은 백연등을 거는 장소이다. 분홍색(복숭아빛, 홍매화빛)의 외관을 지닌 것이 특이한데, 한국무속에서 분홍색은 잡귀의 접근을 막는 주술적 의미를 지닌다. 불교에서 연등은 색깔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다.
적연등(붓다의 피) : 이승에서의 복
백연등(붓다의 피아) : 죽은 영가의 극락왕생
보현사가 주목받는 이유 중의 하나로, 한국불교의 제단과 다른 형태의 제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내부에서 일본식 제단, 납골당, 홍매화, 소주병, 칠성신사진 등이 발견되어, 일본식 무속·주술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홍매화는 일본주술에서 많이 사용하는 무구(巫具, 굿에 사용되는 도구)이며, 뚜껑이 딴 채로 열어 둔 소주병은 삼우제에서 사용된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청와대를 74년 만에 일반에 개방하면서, 74인의 국민대표단들이 매화꽃나무 묶음을 목에 걸거나 들고 나왔다는 말이 있었다. 이를 가지고 일각에서 보수정권을 다시 무속정권으로 몰기도 했다.
삼우제는 장사를 지낸 뒤 3일째에 지내는 장례의식으로, 사망 이후 3일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초우(初虞) : 사망한 날
재우(再虞) : 사망한 다음 날
삼우(三虞) : 사망 후 3일째
삼우제는 제사를 통해 영혼을 달래고 평안을 비는 마지막 인사이다. 삼우제 기간 동안 혼이 무덤에 머물다 점차 저승으로 떠난다는 신앙에 기반하고 있다. 삼우는 영혼의 힘이 가장 강력한 시간으로, 죽은 영혼의 영기가 가장 좋을 때인 만큼 술(소주)를 이용한 주술이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믿는다. 주술행위자의 죄가 망자에게 씌워지고, 망자는 씌워진 죄를 가지고 저승으로 가게 된다. 결국 주술행위자는 죄에서 벗어나면서 평안해진다. 대부분의 종교는 사후세계에서 심판을 받는다는 교리를 가지고 있다. 가톨릭도 삼우미사 형태로 죽은 이를 추모하는데, 특히 3일은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기도 한다.
일본식 제단은 부처와 조상을 함께 모시는 공간으로, 가정용 불단(仏壇) 안의 중앙상부에 불상을 놓고 그 주변으로 조상위폐를 둔다. 그 외에 재물(향·꽃·촛불·물·음식 등)도 올려 놓으며, 단순히 불교신앙의 실천 외에도 주술적·의례적 기능도 갖추고 있을 수도 있다.
화엄종의 본체, 비로자나불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Vairocana)은 화엄종에서 우주의 진리·광명을 상징하는 부처로, 온 세상을 비추는 불법의 본체이다. 보통 연꽃·연화석에 앉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화엄경에서는 비로자나불이 삼세계(과거·현재·미래를 융합한 우주적 법계)를 총괄하며, 삼세계는 다음 3개의 세간(世間)으로 구성된다.
지정각(智正覺)세간 : 깨닫은 존재(부처·보살 등)의 세계
중생(衆生)세간 : 아직 깨닫지 못한 존재(중생)의 세계
기(器)세간 : 모든 존재가 의지하는 물리적 환경
지정각세간은 비로자나불의 지혜·진리가 충만한 영역이다. 화엄경은 3개의 세간이 연결되어 하나의 법계연기(法界緣起)를 이루며, 이에 모든 존재가 본래 부처임을 말한다.
'철학·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종교] 양자역학의 연장, 불교 (0) | 2025.11.25 |
|---|---|
| [법률] 특별법적 성격, 가중처벌 (0) | 2025.11.16 |
| [종교] 이단의 시작, 음란 (1) | 2025.11.12 |
| [철학] 변화되어 온 혁명사상, 공산 (0) | 2025.10.23 |
| [철학] 인생의 필수과정, 고통 (3) | 2025.10.1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