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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부동산] 망가지기 마련, 공유지

by Spacewizard 2025.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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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고급 아파트를 분양함에 있어서, 주요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로 커뮤니티 시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2024년 서울 아파트 시장을 주도했던 반포의 한 신축아파트에서 커뮤니티 시설 운영에 대한 잡음이 흘러 나왔다. 입주 초기 세신사가 사우나(남탕)에 상주하면서 세신서비스를 현금결제로 제공했지만, 민원이 제기되면서 세신사를 월급제로 고용전환했다. 하지만 세신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입주민이 다시 민원을 제기하면서, 결국 세신서비스는 사라졌다. 개별적으로 소비되는 세신서비스를 이용자 현금결제가 아닌 월급제로 전환하면서, 서비스 자체가 없어진 것이다.
 
또한 입주 초기 사우나 내에는 공용품(샴푸·바디워시·로션)이 비치되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사우나 공용품 비용이 대폭 상승하게 된다. 일부 주민이 공용품을 가져가거나 낭비했기 때문인데, 호텔같은 커뮤니티라고 하니, 진짜 호텔 어메니티인 줄 알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40억원(국평 기준) 가량의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도 공유지의 비극을 겪으면서, 사우나에 샴푸 정도는 챙기고 다녀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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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가 망가지는, 비극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소유·이용하는 자원이 각 구성원에 의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종국적으로 자원이 고갈·훼손되는 현상이다. 즉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단적으로는 비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1968년 개릿 하딘(Garrett Hardin, 미국 생태학자)는 목초지를 통해 공유지의 비극을 설명했다. 모두가 제한된 수의 소를 풀면 목초지는 지속적인 유지가 가능하지만, 각자의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제한된 수 이상의 소를 풀기 시작하면 목초지는 점차 사라진다. 그 피해는 모두가 보게 된다.

 

공유지는 자원에 대한 소유권이 불분명하거나 모두에게 열려 있기에, 개인이 느끼는 책임감이 희박해진다. 또한 문제의식도 약하게 다가오는데, 이는 단기적인 개인적 이익에 비해 사회적 손실은 시간이 흘러야만 드러나기 때문이다.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이 활성화되지 않는 현상은 공유지의 비극과 연관된다. 커뮤니티 시설에 대한 관리비는 모든 입주민이 부담하지만, 실제 이용빈도는 입주세대별로 큰 차이가 있다. 여기서 비용 부담의 형평성 문제와 갈등이 발생한다.

 

유독 비극적인 공유지,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의 실패는 한 국가의 무상복지 환상을 잘 보여 준다. 그나마 아파트 커뮤니티는 입주민이 반발하면 무상복지 제공이 중단되지만, 국민은 국가의 무상복지 제공을 거부할 수 없다. 서울 초고가 아파트 입주민은 외부의 시각에서는 자산가들로 인식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입주민 간의 자산규모의 양극화가 심하다. 연로한 원주민, 소형평형 청약당첨된 영끌세대, 임대세대는 생각만큼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파트 커뮤니티(복지)를 사용하지 않는 상류층은 커뮤니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복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 이들도 복지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시설은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관리주체가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음과 동시에 사용자(입주민)가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분양자의 분양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목격된다. 커뮤니티 시설의 장기적·효율적 운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성숙한 공동체의식 형성과 적극적 참여, 효율적 관리전략이 필요한데, 아파트를 거주공간이 아닌 투자자산으로 여기는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파트 시설 중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이다. 규칙에 따라 분리배출해야 하지만, 많은 입주민들은 음식물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거나, 세척되지 않은 플라스틱을 그냥 내놓기도 한다. 또한 신고해야 하는 물품도 몰래 놓고 가면서 미관을 저해하기도 한다. 입주민 개개인은 편의를 위해 규칙을 위반하지만, 그럴수록 공유지(쓰레기 분리거주장)는 악취가 나는 지저분한 공간으로 변해가면서 관리비용도 더 증가한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공유지가 있지만, 개인의 작은 실천이 없는 한 공유지는 망가지게 마련이다. 국가나 기업도 하나의 공유지로 볼 수 있고,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규제(내규 포함)을 세우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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