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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금융] 탐욕이 스며든, 골드

by Spacewizard 202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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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국제 금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인류 역사상 최초로 1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선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더군다나 한국 내 금가격은 국제시세 대비하여 16% 가량 비싸게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환율 수수료 외에 리스크 프리이엄(김치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이다. 세간에 금에 대한 얘기가 자자한 걸 보면, 투기세력들이 단기고점에서 한 번 빼겠다는 느낌도 든다.

 

2025년 들어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로 인해 모든 자산이 폭등하고 있는데,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대체자산(금, 비트코인 등)으로 투자를 집중하는 전략을 말한다. 보통은 경제상황을 두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가격추이가 반대로 디커플링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2025년은 다르다. 위험자산과 함께 안전자산도 폭등을 이어가고 있다.

 

비싸게 사야만 하는, 한국

 

국내 투자자들도 주식·부동산 뿐만 아니라 금에 대한 수요(거래량)를 늘리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 한국 가격할증)2017년 암호화폐 투자 붐 동안 대중화된 표현으로, 일한 가상자산이 한국 암호화폐 시장에서 해외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프리미엄은 거품에 가까우며, 국제 금가격의 변동성 보다 더 큰 변동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금가격의 조정이 오더라도, 국제 투자자들 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금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현물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수요가 찾는대로 공급을 해 줄 수가 없다. 자연스레 금가격이 프리미엄을 키우면서 폭등하게 되는 것인데, 2025년 2월에는 금가격에 대한 김치 프리미엄이 20% 이상 올랐다. 또한 KRX 금시장이 현물 중심이라는 점도 국내 금가격을 적시에 맞추기 어렵게 작용하는데, 국제 선물시장과 차익거래가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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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유동성이 만든 가짜 가격, 금가격

 

종이거래시장(paper market)은 기초자산·금융자산에 대한 미래가격을 약정하는 다양한 계약 형태의 금융파생상품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하는데, 실물자산의 미래가격을 계약 형태로만 거래(매수·매도)된다. 실물의 이전을 없지만, 현재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페이퍼마켓에서는 금(실물) 보유량의 최대 100배에 달하는 선물계약이 거래되기에, 파생상품의 거래비중이 클수록 가짜 유동성에 의한 가짜 가격이 투자자를 왜곡시킨다.

 

국제 금시장은 파생상품 중심의 거래 구조와 대형 금융기관의 전략적 포지션 설정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로 인해 실물수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동성이 발생하기도 한다. 국제 금시세는 투기세력·기관자본의 개입(조작 포함)을 강하게 받을 수 있는데, 이들에게는 일관된 추세는 재미(돈 벌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장기적으로 금가격이 올라가게 되면, 언젠가는 숏(내지 공매도)로 큰 수익을 노리게 마련이다. 주로 선물·옵션을 통한 레버리지 매매가 단기적으로 큰 시세변동을 가져오게 된다.

 

누구나 의심하는, 가격조작

 

1869년 미국 역사상 첫 금가격 조작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를 골드패닉(Gold Panic, Black Friday)이라 부른다. 2명의 금융가(Jay Gould, James Fisk)는 금을 독점적으로 매집하면서, 그랜트 정부의 금 매도 중단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인사를 매수했다. 하루(9월 24일) 동안 금가격이 폭등·붕괴하면서, 뉴욕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대형 거래기관은 다음의 방법을 통해 단시간에 금값을 조정하곤 한다.

 

스푸핑(spoofing) : 가짜 주문(fake orders)을 내고 이를 빠르게 취소

숏셀 폭탄(short sell bomb) : 시간차 공격을 통한 공매도

 

스푸핑은 실제 수요·공급 보다 과한 신호를 생성하여, 시장참여자들의 거래를 유도하게 된다. 스푸핑은 초단기 거래에서 주로 활용되는데, 주로 고빈도거래(HFT, High-Frequency Trading) 알고리즘과 결합하여 사용한다. 유동성이 높은 금융시장(주식·외환·선물 등)이라면 어디서든 존재한다고 보면 된다. 참고로 유사기업으로는 레이어링(layering)이 있는데, 이는 여러 단계로 가짜 주문을 쌓음으로써 복잡한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2010년 미국 도드-프랭크법(Dodd-Frank Act)에서 스푸핑을 명시적으로 금지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일부 대형은행(JP모건·도이체방크·UBS·HSBC 등)은 귀금속(금·은) 선물시장에서 스푸핑·레이어링 수법을 활용하여 허위주문을 반복하면서 단기시세를 조정한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하여 2020년 미국 법무부는 JP모건에 벌금(9.2억 달러)을 부과했으며, 나머지 은행들도 과징금(총 11억 달러 이상)을 납부했다. 마이클 노왁(JP모건 귀금속 트레이딩 책임자)도 유죄판결을 받았는데, 금시장 조작이 제도권 내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이다.

 

탐욕스런 금융 지배자, 은행

 

리보금리 스캔들(LIBOR Scandal, 2005~2009년) 이후, 금가격이 구조적으로 조작되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라면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과거 런던은행간금리(LIBOR, 리보) 전 세계 대출·파생상품 가격 결정에 기준이 되는 금리로, 은행들이 제출한 예상 조달금리 평균으로 계산되었다. 하지만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협력하여 리보를 조작했는데, 자신들의 거래이익을 극대화하거나 신용도를 과대평가하기 위해 금리를 실제와 다르게 제출하는 담합행위를 한 것이다. ​이 스캔들로 인해 리보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결국 2023년 6월 30일 공식적으로 폐지된다. 이후 대안금리로 미국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 등이 도입되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매일 런던 금 고정가격(London Gold Fixing)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형은행(바클레이즈·도이체방크·소시에테제네랄· HSBC·노바스코샤은행 등)이 고객포지션 손익을 조정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작했다  이를 런던 골드픽싱 조작사건이라 부른다. 2014~2015년 영국 FCA(금융감독청)과 미국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가 이 사건을 조사 후에, 벌금을 부과했다. 

 

역사적으로 금가격 조작은 소수의 대형은행들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이는 사실상 금시장이 독점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귀금속시장의 불투명성이 완전히 제어될 수 없기에, 금융당국의 규제는 여전히 미비하다. 언제든지 선물시장(페이퍼마켓)을 이용하여 단기적·인위적 조정을 유도할 수 있다. 모든 사람이 금을 신봉할 때, 금에 대한 신념(가격)은 허무하게 무너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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