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 자회사)와 두나무(가상자산거래소 운영사)가 신규법인을 통한 지분스왑을 추진 중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우회상장과 역인수합병이 부각되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선후배(이해진·송치형)가 이끄는 거대기업들 간의 일반적이지 않은 기업결합이 그 배경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두나무는 IPO를 목표로 달리고 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네이버(자회사 포함)의 지배구조는 두나무와의 주식스왑으로 인해 크게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은 비상장사가 상장사을 인수·합병하는 방식으로, 이 때 상장사를 쉘컴퍼니(shell company, 껍데기회사)라고 한다. 우회상장은 직상장(IPO, 기업공개)를 우회하면서, 신속하고 비용효율적으로 상장할 수 있다. 쉘컴퍼니는 주로 경영이 어렵운 기업이 대상이 되는데,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 비적격 기업이나 경영 투명성 미흡한 기업이 주식시장에 진입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계획된 우회상장, 역인수합병
역인수합병(Reverse Merger)도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인수·합병하는 방식이나, 처음부터 합병을 목적으로 쉘컴퍼니를 신규 설립한다는 점에서 우회상장과 차이가 있다. 미국에서는 SPAC가 주로 역인수합병을 사용한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은 비상장사를 합병(De-SPAC)하기 위해 설립된 SPC로, 주식공모(상장)를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한다. 설립시에는 사업계획이 없지만, 합병을 완료하면 비상장사가 상장사가 되는 효과가 있다. 설립된 SPAC가 일정 기간(보통 18~24개월) 내에 합병을 완료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자금을 반환·청산해야 하는데, 한국은 36개월이다.
역인수합병은 한국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는데,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의 엄격한 심사를 필요로 한다. 특히 실질적 경영권 이전이 필요하며, 상장 후 순자산이 200억원 이상이어야 한다.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점차 규제가 완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셀트리온(비상장)가 오알켐를 인수·합병한 후, 존속법인을 오알켐으로 하여 상장지위를 확보했었다. 당시 셀트리온은 해산법인으로 처리되었지만, 이후 합병법인명을 다시 셀트리온으로 변경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카카오(비상장)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주식교환 형식으로 합병하면서,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존속법인으로 하면서 사명을 다음카카오로 변경했다. 이후 2015년 사명을 다시 카카오로 변경했다. 2017년 미래에셋증권(비상장)이 대우증권을 인수·합병한 후, 규모와 역사성이 큰 대우증권을 존속법인으로 삼아서 상장지위를 확보했다. 당시 합병법인명을 미래에셋대우로 변경했으나, 이후 다시 미래에셋증권으로 복원했다.
미증시 진출을 위한 전략, 해외기업
스타트업이 상장을 위해 전략적으로 모색하거나, 해외기업(특히 중국기업)이 미증시의 엄격한 IPO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역인수합병과 SPAC을 적극 활용된다. 2005년 레노보(Lenovo, 중국)이 IBM(미국)의 개인용 컴퓨터(PC) 사업부문 인수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2009년 징시중공업(北京重工, 중국)이 델파이(미국)의 브레이크·서스펜션 사업부문을 인수했는데, 이는 선진기술과 경영노하우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적 인수합병이었다.
2023년 미증시에 상장된 SPAC(Prime Impact Acquisition I)이 Cheche Technology(자동차 보험기술 플랫폼, 중국)과 합병하면서, 합병법인(Cheche Group Inc.)이 나스닥에 상장되어 거래되기 시작했다. 이 거래는 중국 본토 발행기업 중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의 관련 등록절차 진행 후, 미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자동차보험시장에서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아, 전략적으로 SPAC 상장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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