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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시대흐름을 읽지 못한, 미국 델몬트

by Spacewizard 2025.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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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몬트 그룹은 델몬트 퍼시픽(DMPL, Del Monte Pacific Limited)을 모회사로 하고 있으며, DMPL은 싱가포르와 필리핀 증시에 상장되어 있다. DMPL은 글로벌 자회사들(생산·유통·투자·경영지원 등)을 두고 있는데, 그 중 미국 자회사가 델몬트 푸즈(DMFI, Del Monte Foods Inc.)이다. 2025년 7월 DMFI가 챕터11 절차에 들어 갔는데, 1886년 샌프란시스코(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창립된 지 139년 만이다.

 

이전 글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PEF>에서 2017년 PE들이 토이저러스를 인수한 지 13년 만에 챕터11(파산보호신청) 절차에 들어갔으며, 챕터11은 한국의 기업회생과 비슷한 제도라고 언급했었다. 미국 연방파산법(Chapter 11)은 법원의 감독 아래에 경영을 계속하면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파산보호절차로, 채무이행을 일시 중지한 상태에서 청산가치·존속가치를 평가하게 된다. 경영은 지속되면서 구조조정(재정구조·자산매각 등)이 진행되기에, 델몬트 푸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생산·공급망에서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국내에서는 델몬트 브랜드를 상징하는 것이 오렌지 주스 유리병이었는데, 1980년대 집집마다 물병(특히 보리차)으로 사용하곤 했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도 벼락부자가 된 정봉이네의 집에서 델몬트 유리병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델몬트는 고급 이미지(신선하고 고급스러운 과일주스)를 한국인들에게 강조하기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단단한 유리병을 사용했지만, 이후 가볍고 편리한 페트병이 보급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델몬트 유리병을 몸이 기억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손잡이 부분의 토돌토돌한 돌기인데, 이는 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어릴 적 한 여름날 샛노란 오렌지 주스를 한 컵 들이키면서 흡족했던 기억이 나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에 수입되는 오렌지가 드문 시절이라 오렌지 주스로 오렌지의 맛을 상상할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경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삼촌이 오렌지를 1개 가져다 줬는데, 그 때 맛본 오렌지 과육과 껍질의 향긋함을 한 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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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몬트의 유래, 고급 리조트

 

1886년 조지 W. 캠프(George W. Campbell)는 캘리포니아에서 과일농장을 운영하면서 델몬트(Del Monte) 브랜드를 만들었다. 캠프는 지역성·연대감을 강조하기 위해 몬테레이 반도의 호텔 델몬테(Hotel Del Monte)에서 브랜드명을 차용했는데, 스페인어 델몬트(Del Monte, 산으로부터)는 자연의 신선함과 고품질의 원료를 강조하기에 충분했다.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있었지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호텔 델몬테에서 네트워킹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다.

 

호텔 방문객을 위해 17마일 드라이브(17-Mile Drive)를 설계했는데, 이 도로는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 중의 하나이다. 또한 호텔 소유부지에 명문 골프장을 조성한 것으로 유명한데, 바로 페블비치 링크스델몬테 골프코스이다. PGA 투어의 정기대회로 AT&T 페블비치 프로암(Pro-Am)이 있는데, 다음 3개의 골프장의 순회하면서 마지막 라운드는 페블비치 링크스에서만 열린다.

 

스파이글래스 힐(Spyglass Hill)

몬테레이 페니슐러 쇼어 코스(Monterey Peninsula Shore Course)

페블비치 링크스(Pebble Beach Golf Links)

 

이전 글 <야외에서 즐겨야 제대로, 골프>에서 스코틀랜드 북해의 강한 바람이 백사장의 가는 모래를 근처 황무지로 날려 보내게 되는데, 이렇게 수 천년 이상 쌓인 모래들이 형성한 언덕을 링크스 랜드(links land)라 한다고 언급했었다. 1919년 개장한 페블비치 링크스는 스코트랜드 전형의 링크스 코스는 아니며, 미국식 파크랜드 코스의 요소가 혼합되어 있다. 파크랜드(Parkland)는 내륙(도시·숲·공원)에 위치한 골프코스로, 주로 링크스 코스와 비교된다. 파크랜드는 잘 관리된 평지형 코스로, 나무와 작은 호수 등의 자연경관이 조성되어 있으며 샷 정확도가 요구된다. 하지만 페블비치 링크스에서도 태평양의 변덕스런 바람과 거친 파도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페블비치 링크스 7번홀(파3)

페블비치 링크스에서는 다음의 메이저 대회가 유치되기도 하는데, US오픈이 근 10년 간격으로 개최되기도 했다.

 

US 아마추어(1회) : 1929년(최초의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1회) : 1977년

US 오픈(6회) : 1972·1982·1992·2000·2010·2019년
US 여자오픈(1회) : 2023년

 

과거 성장을 이끈 혁신, 통조림

 

캠프는 과일의 신선함을 오랫 동안 보존할 수 있는 보존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1892년 복숭아 통조림사업에 진출했다. 1898년 설립된 캘리포니아 과일통조림 협회(CFCA, California Fruit Canners Association)는 18개의 서부해안 통조림 회사가 합병한 회사였는데, 델몬트는 CFCA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다. 델몬트에게 1909년은 의미있는 해인데, 역사적인 로고와 슬로건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델몬트 쉴드(Del Monte Shield) 로고가 디자인된 이후, 방패 모양은 델몬트의 품질을 상징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다음의 슬로건은 쉴드 로고와 함께 델몬트 브랜드 만의 정체성으로 자리 하게 된다.

 

라벨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보증

 

CFCA는 하와이 농장(파인애플)과 통조림 공장을 인수하면서 성장했고, 이후 캘리포니아 패킹 코퍼레이션(Calpak)을 거쳐 1967년 델몬트(Del Monte Corporation)으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20세기 중후반 델몬트는 다국적 식품·음료 기업으로 성장했고,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했다. 1999년 DMPL이 싱가포르에서 설립되었는데, 이는 아시아·미국 식품사업을 통합하기 위함이었다. 2014년 DMPL이 DMFI의 소비자 식품사업을 인수하면서 그룹이 재편성되었다.

 

재고관리의 실패, 파산

 

델몬트가 파산한 원인 중의 하나는 재고관리의 실패였다. COVID-19 팬데믹 기간 동안 수요 급증에 대응하여 통조림의 생산을 크게 늘렸으나, 엔데믹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대량의 재고로 남게 된 것이다. 재고 급증 판촉비·보관비의 증가와 할인처분이라는 결과를 가져왔고, 막대한 부채(12억 달러 이상)는 계속되는 경영악화를 견딜 수 없었다. 또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세태 속에서 통조림은 외면받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보존기간이 매우 긴 만큼 방부재와 당류의 사용량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통조림(과일·채소)은 오랫 동안 보관이 용이하다는 혁신을 가져온 제품이었고, 지난 100년 동안 델몬트도 통조림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하지만 결국 시대의 요구에 따른 변화를 하지 못하면서, 통조림 왕국은 무너지게 된다. 대형 유통사들이 신선식품을 비대면으로 당일배송해주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1982년 델몬트는 롯데칠성음료와의 기술제휴를 체결하면서, 국내에도 델몬트 주스가 출시되었다. 특히 1990년도 델몬트에서 출시된 따봉쥬스는 따봉이라는 말과 함께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1992년 설립된 한국델몬트후레쉬프로듀스는 신선과일을 유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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