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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별칭이 너무 많은, 명태

by Spacewizard 2025.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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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는 조선시대부터 주요 서민식품이자, 제사상·고사상에 오르는 중요한 생선 중 하나였다. 명태의 어원은 함경도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어느 날 함경도 관찰사가 명천군을 방문했다가, 태 씨가 잡은 생선을 먹게 된다. 생선이 입맛에 맞았던 관찰사는 생선의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고는, 명(명천군)과 태(태 씨)를 합쳐 명태라고 작명을 했다.

 

2015년 전후로 대구출장을 자주 갔었는데, 출장지 근처에 흑태조림을 잘 하는 곳이 있었다. 당시에는 흑태는 처음 들어본 명칭이었고, 이후로도 흑태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어릴 적 명절에 할머니댁에 가면, 삼촌들이 말린 명태를 손으로 찢어가며 초장에 찍어 먹곤 했다. 그 옆에서 한 입씩 얻어 먹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2차 맥주집에서 먹는 안주 중에 먹태가 빠지지 않는다. 명태는 어획시기, 어획방법, 가공방식, 크기(성장단계) 등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생태: 아무런 가공도 하지 않은 싱싱한 명태
동태 : 겨울에 잡아 얼린 명태
북어 : 해풍에 신속히 건조한 명태
황태 : 덕장에서 얼렸다 녹이기를 반복하며 오래 건조한 명태

 

일단 생태·동태는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데, 점심식사 메뉴로 자주 찾기 때문이다. 생선살이 흐물흐물한 생태탕이 딱딱한 동태탕 보다는 높게 친다. 한 겨울 재래시장에 가면 동태들이 가득 찬 나무한짝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 얼린 강도가 왠만한 몽둥이 못지 않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 날이면, 생각나는 해장국이 북어국·황태국이다. 누런 황태는 저온숙성과 동결·해동 반복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어 아미노산 함량이 증가하는데, 이는 감칠맛으로 이어진다. 북어국은 맑고 깔끔한 반면, 황태국은 뿌옇고 부드럽다. 단단하고 바삭한 북어는 조리 전에 충분히 불리거나 두들겨서 부드럽게 해야 하며, 보드랍고 촉촉한 황태는 조직으로 찢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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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에서 얼려지는, 황태

 

덕장대형 건조대(전통적으로 목재)로, 명태를 황태로 만들기 위해 산골·해변에 설치한다. 겨울철 자연환경(바람·기온·습도 등)을 활용하여, 덕장에서 3~5개월 동안 자연적 동결·해동을 반복한다. 함경도 지역에서 남하한 피난민이 강원도 산악지대로 덕장문화를 가져왔다는 설이 유력한데, 20세기 초까지는 원산(함경도)이 명태산업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함경도 일대에서는 덕장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한국전쟁 이후 함경도 피란민들이 강원도(속초·고성 등)으로 이동해왔다.

덕장 [출처:Pixabay]

1960~70년대 용대리·대관령·진부령 등지에 덕장이 집중되면서, 황태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황태로 건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종류도 있다.

 

황금태(노랑태) : 최상급 황태

백태 : 황태 건조 중에 급속냉동으로 하얗게 말라버린 명태

먹태(흑태) : 황태 건조 중 날이 따뜻하여, 검게 변한 명태

찐태 : 황태 건조 중 찐듯한 식감을 가진 명태

막태 : 제대로 건조되기 전의 초기 황태

무두태 : 연화(두드림) 작업 전의 황태

골태 : 속살이 딱한 황태(일교차가 적은 해)

통태 : 내장을 빼지 않고 통마리로 만든 황태

낙태 : 황태 건조 중 땅에 떨어진 것

파태 : 외형이 일부 파손된 황태

 

2018~2020년 속초로 한참 출장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황태식해를 사오곤 했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밥도둑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게장 보다는 황태식해를 선호한다. 식해(食醢)는 생선·쌀밥·무·고춧가루·소금 등을 섞은 발효식품으로, 밥알과 엿기름이 당화·젖산발효를 일으켜 약간의 단맛과 신맛을 낸다. 식해는 (醢, 젓갈)과 달리 짜지 않고 담백하며, 초무침과 비슷한 맛이다. 강원도 지역에 따라 청양고춧가루를 추가하여 매운 식해를 만들기도 하고, 소금을 많이 넣어서 완전히 삭혀서 먹기도 했다.

 

많은 별칭을 가진, 명태

 

지난 10년 간 도심에 코다리 프랜차이즈가 많이 들어섰는데, 기다란 통명태를 빨갛게 양념한 코다리에 공기밥 2공기 정도는 거뜬히 해치운다. 코다리내장·아가미를 제거한 후, 코에 꿰어 반건조한 명태를 말한다. 그 외에도 명태의 별칭은 다음과 같다.

코다리

애태 : 새끼 명태

노가리 : 말린 애태

왜태 : 크기가 작은 성체 명태

깡태(상태) : 얼지 않고 딱딱하게 말라버린 명태

간태 : 소금에 절인 명태
짝태 : 소금에 절여 넓적하게 말린 명태

난태 : 알을 밴 명태

꺽태 : 산란 후 잡힌 명태
망태(그물태) : 그물로 잡은 명태
조태(낚시태) : 낚시로 잡은 명태

원양태: 원양에서 잡은 명태

일태~십이태 : 어획시기에 따른 명칭
춘태 : 봄에 잡힌 명태

막물태 : 늦봄 마지막에 잡은 명태

추태 : 가을에 잡힌 명태

 

한때 동해안에서 명태가 너무 많이 잡혔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 때 산처럼 많이 쌓인 명태를 산태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조업으로 인해 명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국내산 명태산업은 위기를 맞았다. 현재는 대부분의 명태를 수입하고 있으며, 주로 오호츠크 해역(러시아)에서 생산된 것이다. 이제는 국내산 명태는 금태로 불리는데, 귀하고 비싸다는 의미이다. 바싹 구운 명태껍질에 맥주 한잔이 생각나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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