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중국 칭타오 아파트 고층부에서 발생한 폭발은 가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는데, 마치 누군가가 공격용 폭탄을 터트린 듯이 파괴적이었기 때문이다. 근데 폭발의 원인은 집 안에서 보관 중이던 전기스쿠터의 리튬이온전지였다. 리튬배터리 폭발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데, 내부요인은 주로 내부단락·과충전이다. 열폭주를 발생시키면서 배터리 내부의 온도·압력을 급격히 상승시켜 폭발을 일으킨다. 열폭주(thermal runaway)는 소자의 전력손실 및 열에너지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면, 이로 인해 전류가 증가함으로써 다시 온도가 상승하는 양성피드백을 의미한다.
만나서는 안되는 만남, 쇼트
분리막은 양극·음극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는데, 충격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해 외부충격에 훼손되기 쉽다. 분리막이 망가지면 폭발이 발생하게 되는데, 작은 불꽃에도 전해질이 연소되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휴대전화·노트북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물을 사용하기 보다는 공기를 차단하는 방법으로 진압해야 한다. 배터리의 주재료와 세부재료가 제각각이라서, 화재진압에 사용되는 물질이 달라질 수 있다. 초기에 진압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단락(short circuit, 합선)은 셀 내부에 쌓여있는 양극·음극이 직접적으로 접촉하면서 순간적으로 큰 전류가 흐르면서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역폭주가 일어난다. 역폭주 현상은 한번의 점화로 온도가 섭씨 1,000도씨 이상으로 순식간에 치솟을 수 있다. 2024년 6월 리튬일차전지를 생산하던 공장(화성 소재)에서 발생한 화재가 큰 피해를 낳았는데, 당시 화재진압이 어려웠던 이유는 역폭주 현상 때문이었다. 초기 화염이 진압되더라도 뜨거운 열이 부근의 다른 배터리의 열폭주를 일으키면서 연쇄적으로 발화가 시작되는 재발화가 발생할 수 있다.
통제가 어려운, 내부단락
내부단락은 다음의 원인으로 주로 발생하며, 이는 셀의 급격한 방전·발열을 일으킬 수 있다.
전극재 정렬 불량
분리막 부재·손상
이물질(금속) 유입
내부 변형
리튬배터리 내부에 소재(양극·분리막·음극)가 반복적으로 쌓는 과정에서, 얼라인먼트(Alignment, 정렬)이 불량하며 양극·음극의 모서리가 튀어 나오거나 말릴 수 있다. 또한 분리막이 양극·음극을 제대로 막지 못하거나 생략되어 있어도 양극이 접촉하면서 화재가 발생한다. 원통형은 충·방전을 반복하면서 배터리 내부가 팽창하게 되는데, 이렇게 분리막에 점차적인 압력을 가해지면서 분리막의 미세한 기공이 변형되게 된다.
셀 내부에서 결정이 자라면서 화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제조·용접과정에서 이물질이 셀 내부로 유입되면, 이온이 이물질에 붙어서 결정으로 자리게 된다. 각형방식은 길게 뽑은 소재들을 겹쳐 말아서 배터리를 제조하는 방식인데, 곡률이 있는 모서리 부분과 평평한 부분의 팽창 형태가 달라지면서 뒤틀릴 수 있다. 이렇게 뒤틀린 부분에서 화학반응이 집중적으로 일어나면서 뽀족한 결정이 쌓이는데, 두껍게 말수록 곡률이 커진다.
강한 외부충격(진동·추락 등)으로 셀이 손상되면서 내부 전해액이 누출되거나 내부구조가 파손되어 단락이 생기기도 한다. 또한 기온상승이나 과충전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풍선처럼 부피가 커지고 배터리 내부압력이 커지는데, 이 과정에서 분리막이 붕괴될 수 있다.
과충전(정격전압 초과)은 배터리 내부에 과전압·과전류가 흘러 화학반응을 촉진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내부가스가 발생하고, 압력이 높아져 폭발 위험이 커진다. 외부의 고온환경에서 전해질이 증발하고 전극재료가 팽창하여 배터리 내부압력이 증가함으로써 폭발할 수도 있다. 오랜 사용으로 인해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내부 화학적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전극 표면에 덴드라이트가 쉽게 형성되어 위험이 커진다. 덴드라이트(Dendrite, 수상돌기)는 리튬이온이나 리튬메탈배터리의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 표면에 자라는 나무가지 모양의 미세결정 구조로, 전극 표면에서 리튬금속이 불균일하게 침적되며 발생한다.
열폭주로 인한 대형화재에는 대량의 물을 뿌리는 최선이다. 하지만 많은 리튬배터리 생산공장에서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는데, 이는 리튬과 물의 결합으로 발생하는 고가연성의 수소가스를 통제하기 위함이다. 이래저래 리튬공장에서 물관리는 어려운 점이 많다. 소방펌프차 1대가 수용하는 소화용수의 양은 약 3,000리터인데, 이는 전기차 1대의 화재를 진압하기에도 역부족이다. 보통 전기차 1대의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소요되는 물의 양이 최소 1만리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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