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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살기 위해 없앴던, 산림

by Spacewizard 2025.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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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 겨울, 아버지는 솔방울을 줍기 위해 주변의 산을 돌아다닌 기억이 있다고 하셨다. 선생님이 내려준 숙제가 솔방울 줍기였고, 이는 교실 내에 설치된 난로의 연료로 사용하기 위함이었다.

 

고려시대 한양은 남경이기는 했으나, 워낙 인구가 적은 탓에 한양 주변의 산이 울창했을 가능성이 높다. 한양이 신도읍으로 정해지면서 한반도의 인구가 한성으로 집중되었고, 많은 백성들은 밥짓기와 겨울나기를 위해 벌목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 글 <오랜시간 차단된 공간에서 열린, 송현>에서는 조선은 한성 내의 산림을 육성하고 산맥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사산금표를 시행했다고 언급했었다.

 

사산금표(四山禁標)는 한성 주변에 위치한 4개의 산(북악산·남산·인왕산·낙산)을 금산(禁山)으로 지정하고, 무분별한 벌목·경작·채석·조묘 등 자연훼손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기 위해 세운 경계표석(금표)이다. 특히 도성 안팎의 소나무를 보호했는데, 도성으로부터 10리 이내에는 송림의 벌채와 장지(장례용 무덤) 설치가 법적으로 제한되었다.

 

벌목을 가속화한 신기술, 온돌

 

민둥산은 산 정상에 맨 흙이 드러난 벌거숭이 산으로, 민둥(민뚱)맨몸이나 머리카락이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조선의 산림이 벌목으로 인해 민둥산이 된 시점은 18세기 전후로 예상되는데, 이 때부터 온돌문화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초중기만 하더라도 온돌은 상류층(기와집)의 전유물이었고, 그나마도 어른들의 위해 최소한으로 설치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17세기 후반부터 소빙하기의 영향을 받으면서, 초가집에서도 온돌이 보급되었다.

 

산이 점차 민둥산이 되어 감에 따라, 땔감의 가격은 높아져 갔을 것이다. 이에 나무가지 외 건초·갈대·낙옆·나뭇잎·솔방울·배설물 등도 땔감으로 이용되었는데, 태울 수 있는 것은 전부 아궁이 속으로 들어 갔을 것이다. 당시 도시인구 기준으로 인당 수입의 25% 가량을 땔감구입에 소비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사유림이라는 개념이 없었는데, 경국대전에서는 산림을 공유지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대로 산에서 땔감을 채취하면서 산림이 황폐화되는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어쨎든 조선시대 한성의 주변의 산과 땅에서 푸르른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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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나무뿌리

 

등산하면서 가장 많이 밟히는 것이 나무뿌리인데, 매우 잘 정돈된 등산길도 애초에 자리잡고 있던 나무뿌리를 완전히 걷어낼 수는 없다. 나무뿌리를 그저 칡뿌리 정도로만 치부하곤 하는데, 자연의 물관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산에서 끊임없이 내려오는 계곡물의 원천은 토양이 머금은 빗물인데, 산에 내린 비는 토양 외에도 나무뿌리에 저장되게 된다. 즉 산림이 풍부할수록, 저수량이 많아지면서 홍수는 물론 가뭄까지도 예방이 가능하다.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대형산불을 보고 있으면, 재난의 무서움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큰 산불이 지난 간 후에 나타나는 현상이 산사태인데, 이는 산불로 인해 나무뿌리가 타면서 지반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나무뿌리까지 뽑힌 민둥산도 산사태의 위험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빗물에 밀려 내려온 토사가 하천·개천을 메우면서 하상이 높아지게 되는데, 이 때 물 밖으로 노출된 오물(인분 포함)이 주변을 오염시키게 된다. 영조대 청계천 준설을 했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다. 준설(濬渫, 깊게 파냄)하천·운하·항만 등에서 퇴적물(흙·모래·돌 등)을 파내어 수심을 깊게 하거나 물길을 바로잡는 토목작업으로, 홍수 방지와 위생 개선을 목적으로 시행된다.

 

침엽수는 산불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반면, 활엽수는 산불을 억제할 수 있는 내화수종(耐火樹種)이다. 사유림의 산주들은 소나무를 절대적으로 선호하는데, 이는 정서적 선호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유가 있다.자연산 송이버섯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22년 강원도·경북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인해 내화수종 묘목 공급난이 발생하면서, 지자체도 침엽수림을 조성할 수 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추석 즈음이면 소고기와 함께 구워먹는 자연산 송이버섯이 생각나는데, 그 강렬한 솔향은 매우 인상적이다. 소나무 뿌리와 공생하면서 영양분을 획득하는 자연산 송이버섯은 인공배양이 어렵고, 이러한 희소성으로 인해 고가를 형성한다. 특히 대규모 산불이 있는 해에는 공급량 자체가 없어서, 아무리 높은 가격으로도 구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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