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급계획의 내용은 크게 다음 2가지로 구분된다.
전원계획 : 발전소 건립 스케줄
발전계획 : 발전소 기동 여부
발전설비만 증강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투자로, 특히 4차 산업시대에는 전력의 생산지와 수요지의 매칭이 중요해지고 있다. 흔히 전기요금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전기공급처가 공기업이기 때문에 생긴 오해이다. 사실 전기 자체는 공공재가 아니기 때문에, 전기요금도 민간에서의 수급에 따라 형성되어야 한다. 전기는 사용한 만큼의 비용을 부담하며, 내가 전기를 사용한 만큼 타인이 전기를 사용할 수 없기에 다음의 공공재 특성에 어느 하나 부합되지 않는다.
비배제성 : 돈을 직접 부담하지 않아도 사용 가능
비경합성 : 나의 사용이 타인의 사용에 지장을 주지 않음
전력산업 최대의 변수, 이상기후
2024년 4월 이베리아 반도(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면서, 스페인 당국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었다.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한 유도대기진동이 초고압전력선의 진동(oscillation)을 일으킨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급격한 기온변화로 대기의 밀도·압력의 변동성이 커지면, 초저주파의 대기진동이 만들어지면서 공기층 전체가 천천히 흔들리게 된다. 이 때 발생한 대기진동과 송전선의 고유진동수가 일치하면, 송전선이 과도하게 흔들리면서 전압·전류 흐름이 불안정해진다. 이는 전력망·발전기의 주파수를 흔들면서, 일부 발전기는 자동적으로 차단된다.
이베리아 반도 대지진은 기후변화가 전력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다. 스페인은 자연재해(가뭄·산불·홍수 등)가 빈번히 발생하는 기후변화 위기국으로, 스페인의 기온은 세계 평균보다 1.6배 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악화될수록 전력공급예측의 정확도가 낮아질 것이다. 전력수급계획은 수학적 최적화 문제로, 많은 변수(GDP·인구추이·기상예측 등)로 구성된 최적화 함수를 다양한 제약조건(송·배전망 상황, 예비력 등) 하에서 풀게 된다. 국내 전원계획·발전계획도 워낙 복잡한 연산을 필요로 하다보니, 글로벌 기업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에너지 대계, 전력수급기본계획
1990년 이전까지 한국전력은 법정계획을 수립하지 않은채, 내부적인 전력공급계획만 가지고 있었다. 이후 전기사업법(개정)은 동력자원부 장관가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한 장기전망·설비계획·투자계획 등의 내용을 공고토록 했는데, 이렇게 1990년 10월 수립된 제1차 장기전력수급계획은 한국 최초의 법정전력계획이다. 1990년 이후 한국의 발전설비 투자는 5배 이상 증가한 반면, 송전망 투자는 1.5배 증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IMF 구제금융 이후에 전력산업구조가 전면적으로 개편(민영화·해외매각)되면서, 2000년 12월 전기사업법이 전면개정되었다. 한전의 발전·정비부문은 자회사로 바뀌었고, 발전소를 건설할 의향을 가진 민간기업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었다. 한마디로 산업 내에서 한전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진 것이다. 2002년 8월 제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2~2015년)이 수립된 이후, 현재까지 2년마다 갱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기후에 따라 수급예측 오차가 큰 편이었는데,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커질수록 함수의 외생변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력수급예측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태양광사업도 사업자별로 변수·제약조건이 감안되어야 하기에, 함수의 복잡도가 높아지고 수급예측 정확도는 낮아진다. 2024년 국가 총발전량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9% 가량으로, 기본계획상 2036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30.6%까지 크게 증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2025년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이 산업통상자원부에 의해 확정되었다.
2025년 민주당 정부가 집권함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예상대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30%대라면, 예측행위 자체가 큰 의미 없을 수도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단계적으로 보급·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백업설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태양광 중심에서 태양광·풍력의 균형잡힌 믹스가 필요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원전을 폐기하려는 극단적인 정책을 시행했지만, 재생에너지만으로는 에너지정책의 성공이 어렵다. 에너지안보와 온실가스 배출감축 측면에서 재생에너지·원전은 동시적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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