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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부동산] 역효과의 연속, 임대차보호

by Spacewizard 2025.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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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31일 시행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일명 임대차2)에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다음의 내용을 규정되었다.

 

계약갱신청구권 : 1회에 한해 추가 2년 보장 (2+2년)

전월세상한제 : 기존 임대료의 5% 이내 증액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임대차2법은 다중가격을 형성하는 문제를 보였는데, 다중가격동일한 아파트 단지 내의 동일평형에서 여러 가격대의 전세가격이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전세가격 수준이 유지되거나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다중가격이 수렴하겠지만, 전세가격 수준이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다중가격의 편차가 벌어지게 된다.

 

임대차2법(2+2)은 노태우 정부가 실시한 전세기간 연장(1+1)의 확장판이라고 볼 수 있는 바, 전세가격 상승이 반복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2년에서 4년으로의 변경은 단순 2배 이상의 의미가 있는데, 절대기간이 2년이나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임대차2법을 실시한 이후 전세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는 이유로, 임대차2법의 존폐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

 

구조적인 상승을 앞둔, 전세가격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는데, 전세가격은 원래부터 인플레이션율 이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왔다는 것이다. 여기에 빌라시장의 전세사기 이슈로 인해 전세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던 비아파트(특히 빌라)에 대한 선호도 마저 떨어지면서, 저가의 전세수요가 비아파트에서 아파트로 넘어오고 왔다. 이는 아파트 실질공급의 부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가격 상승보다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전세(실거주)는 비용이 비싸다고 하여 외면할 수 없지만, 매매가 비쌀 경우에는 다음 기회를 노리면서 전세에 머물면 그만이다. 전세가격 상승기에 시드머니가 부족한 무주택자는 상대적 하급지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전세자금 대출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는 무주택자들의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지원책이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저리의 전세자금 대출이 있었기에, 자기자본 대비 좋은 환경의 주택에서 실거주를 할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근래의 전세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을 전세자금 대출로 꼽기도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전세가격은 장기적으로 상승해왔다. 1970~1990년대 경제성장과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주택수요(전세수요)의 급증과 신규주택(전세공급) 부족으로 인해 전세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던 것이다. 전세자금 대출제도가 없던 시기에는 전세보증금을 개인적으로 조달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임대차시장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이 전세가격을 낮추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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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이후 서울아파트 예상 공급물량을 처참한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서울아파트의 적정 입주물량을 4~5만호 수준으로 보는데, 2025년 서울아파트 입주물량은 3.5만호 가량이다. 그나마 다행인 수치이다. 2026년에는 1만호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러한 입주물량 급감은 수 년간 지속될 것이 확정적이다. 2년 전의 글 <청구서를 받기 시작한, 조합원>에서는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가격 상승기조는 기본이고, 인건비·대출이자·감리비·규제강화 등이 복합적·기하급수적으로 공사비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고 언급했었다. 또한 주택시장의 공급부족이 현재진행형이며 계속 커져가는 위험이라는 지적도 계속해 왔었다.

 

신규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는, 과거와 같이 임대차시장 수급의 구조적 불균형이 전세가격 상승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인해 전세계약 주기가 4년으로 확장되면서, 시장에 나오는 전세유통물량이 절반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만든, 전두환

 

1960~1970년대 경제성장기에는 정비되지 않은 전세제도로 인해 무주택자의 주거권이 침해가 심했었다.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는 156일 동안 국회를 대행하면서, 총 215개의 법안을 처리했다. 이전 글 <자연과 권력이 공존했던, 삼청동>에서는 1980년 10월 국가보위입법회의가 국회의 권한을 부여받아, 1981년 4월까지 국회임무를 대행했다고 언급했었다. 6개월 동안 총 215개의 의안(법률안 189건 포함)을 의결했는데, 임대차계약기간을 최소 1년으로 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제정도 그 중 하나였다. 당시 무주택자들의 평균 임차기간은 6개월 가량으로, 연평균 2.15회 이사했다고 한다. 이전글 <월세시장을 구축하려는, 외국계>에서는 1970년대 들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받은 후 소유권을 몰래 이전하는 사기가 많았다고 언급했었다.

 

지금처럼 차량보급도 많지 않던 시기였던 만큼, 달동네에서 리어카로 세간살이(숟가락·밥그릇·이불·솥·가구 등)를 나르는 모습이 떠올려진다. 불교에서는 세간(世間, 중생이 살아가는 세상)을 속세로 해석하며, 세간살이는 속세에서 살아가는 방편적 삶(내지 필요물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불과 40~50년 전만 하더라도,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간살이가 힘들었다.

 

임대차보호법도 소용없던, 전세가격 

 

1980년대 전세를 제도화한 이후에도 전세금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면서, 주택문제는 심화되어 갔다. 이전 글 <오래 전 글로 피어난, 파주>에서 전두환 정권 시기인 1986년부터 몇 년간 3저 호황(저달러·저유가·저금리)에 힘입은 전례없는 활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사회전반으로 번진 호황은 부동산시장 내 아파트가격을 급등시켰다고 언급했었다.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4년(1987~1990년) 동안 전국 주택가격은 +68% 가량 상승했고, 전세가격은 이보다 20%p 가까이 높은 +86%가 상승했다. 시중유동성은 과도하게 증가한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주택공급은 턱없이 부족했기에, 노태우 정부 입장에서는 주택문제가 큰 현안이었다.

 

1988년 2월 : 노태우 대통령 취임

1988년 9월 : 서울올림픽 개최

1989년 2월 : 주택 200만 가구 공급계획(일명 1기 신도시) 발표

1989년 12월 :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노태우 정부는 세입자 보호를 명목으로 임대차계약기간을 2년(기존 1년)으로 늘렸지만, 오히려 전세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늘어난 기간 만큼의 인상분을 미리 반영시키면서 전세가격 인상폭을 넓힌 것이다. 선의로 시작한 정책도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경우가 많은데, 당시 전세가격 폭등은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한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비극들을 불러왔다. 다행히도 대형 공급폭탄(1기 신도시)이 단계적으로 준공되면서 1990년대 내내 주택가격은 안정되었다. 과연 이재명 정부가 용감하게 제시하는 허황된 공급 대신 실질공급을 할 수는 있을까. 차라리 공급불가를 깔끔하게 인정했던 김현미의 빵드립이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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