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신촌에 약속이 있던 날이면, 신촌역 2번 출구 앞의 투썸플레이스를 주로 갔었다. 신촌 투썸플레이스는 2002년 오픈한 1호점이었는데, 당시 생소하게 긴 이름이 뭔가 있어 보였다. 2002년 CJ푸드빌이 론칭한 투썸플레이스는 초기부터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를 지향하면서, 커피(내지 차)와 디저트를 함께 즐기 디저트 페이링 문화를 주도해 왔다. 2023년부터 디저트 강화전략에 더 체계적으로 집중하고 있다. 2014년 출시된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은 10년이 넘은 시점에서 대대적인 광고를 펼치면서 연말 필수아이템이 되었고, 2025년 전후로 신규 시그니처 케이크 출시(과일생·피치생·샤인생 등)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디저트(dessert)는 프랑스어 데쎄르비르(desservir, 식탁을 치우다)에서 유래했다. 17세기 유럽에서는 메인요리를 끝낸 다음 별도의 디저트가 제공되는 코스요리가 정착되는데, 당시 설탕의 보급으로 귀족 사이에서는 달콤한 음식(케이크·과자·과일 등)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대중들도 디저트 문화가 서서히 퍼져 나갔다. 19세기 이후 미식(味食)이 체계적으로 자리잡으면서, 달콤한 디저트를 다양한 음료(커피·차·술)와 함께 즐기는 페어링 문화가 발전하게 된다.
CJ 품을 떠난, 투썸
23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던 CJ푸드빌은 2008년 가맹사업(프랜차이즈)을 본격화했는데, 신사점이 가맹 1호점이었다. 2010년 200호점을 돌파할 만큼 빠른 속도로 매장을 확대했으며, 2014년 고급 원두의 도입과 원두 이원화 서비스를 통해 고급화를 꾀하기도 했다. 2018년 CJ푸드빌은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로 물적분할했으며, 이는 신설법인의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계획 하에서 진행되었다.
분할 직후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프리IPO 방식으로 투썸플레이스 지분 40%를 인수했고, 2019년 지분 45%를 추가적으로 매입했다. 이로써 CJ푸드빌은 15% 지분만 보유하게 되었는데, 이마저도 2020년 7월 앵커PE로 넘기게 된다. 2020년 투썸플레이스는 CJ그룹과는 완전히 무관해졌다. 2021년 트리니티홀딩스코리아(칼라일그룹)이 앵커PE로부터 투썸플레이스 지분 100%를 인수하게 되는데, 당시 가맹점 수는 1,400개 이상이었다. 이전 글 <더 이상 비밀스럽지 않은, 사모펀드>에서 칼라일(Carlyle)이 글로벌 Big 4 PE 중 하나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전략실행 하나는 확실한, PE
칼라일은 다음의 전략을 통해 매출·수익성을 향상시키면서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시장의 선도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포지셔닝(정체성) :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
제품 전략 : 시그니처 제품, 신제품
디지털 채널 확대
연구·생산시설 인프라 혁신
상권 다각화 및 매장 환경 개선
경험 중심의 전략
칼라일은 시그니처 제품을 육성하여 브랜드 정체성(케이크·디저트 중심의 프리미엄 디저트 카페)를 강화했고, 이후 그저그런 스초생도 집중조명을 받게 된다. 강화된 포지셔닝은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히게 된다. 스테디 시그니처 제품 외에도 차세대 시그니처를 육성하기 위해 신제품도 적극적으로 출시했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채널(브랜드앱, 키오스크 등)을 확대했고, 품질 안정성과 신제품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생산단계(R&D, 생산시설 인프라)에서의 투자도 강화했다. 물리적인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장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는데, 기존 매장 리뉴얼과 동시에 공백상권 중심의 신규출점을 확대하고 있다. 역삼역 3번 출구에 있는 투썸플레이스를 자주 찾는데, 최근 리뉴얼을 통해 공간이 더 쾌적해졌다. 공간 레이아웃과 의자·탁자과 크게 신경쓴 것으로 보이는데, 적지 않은 자본지출이 있지 않았나 싶다.
브랜드 전략의 핵심, 특별한 경험
고객의 자발적인 브랜드 지지와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경험 중심의 브랜드 전략도 전개했다. 커피브랜드가 취할 수 있는 경험전략은 고객이 일상에서 작은 사치(Little Luxury)를 경험하고 특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는 생각보다 별것 아닌 사치에 크게 만족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첫 차에서 작은 사치를 경험했었는데, 한 여름에 창문을 연 채로 에어컨을 세게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에너지 효율은 떨어졌겠지만, 크지 않는 비용으로 큰 효용을 느낄 수 있었다.
투썸플레이스도 매장방문을 특별한 경험이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매장공간·서비스는 물론 제품진열까지 고급스럽게 세팅했다. 일부 매장은 에술적 요소를 가미하면서 문화적·감성적 경험을 제공했다. 인기제품 중심으로 시즌 한정 테마행사나 스타모델(비비·고민시·신예은) 중심의 감각적인 캠페인도 제품 자체가 특별한 경험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공복커피를 끊게 만든, 위궤양
PE의 여러 경영전략도 다 좋지만, 개인적으로 커피를 멀리하게 된 계기가 생겼다. 얼마 전 위내시경 검사를 통해 급성 다발성 위궤양 진단을 받은 후, 의사는 수면마취에서 아직 덜 깬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커피를 끊으시고, 술을 줄이세요.
위염 위궤양에 가장 나쁜 건 커피예요.
술은 줄이되, 커피는 아예 끊어야 한다는 부분이 너무 단호했다. 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찬반의견이 너무 많고 다양한데,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효과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했다. 개인적으로 아침 공복에 아메리카노를 마신 지가 20년이 넘었는데, 커피를 마신 이후로 위염이 끊이지 않았다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어쨎든 충격적인 위궤양의 사진들을 보고 난 후 커피를 멀리하게 되었다. 커피를 안 마신지 5일이 지나자, 밤 10시만 되면 졸음이 몰려 왔다. 불면을 달고 사는 40대 중반 남성에게 개선된 수면의 질은 희소식이었다. 아쉬운 점은 출근과 동시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모금이 여전히 그립다는 것이고, 다행인 점은 컵 위로 솔솔 올라오는 커피향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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