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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기업] 금융시드를 잘 뿌린, SBI

by Spacewizard 2025.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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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은 상호저축은행의 전성시대로 기억되는데, 현대스위스, 솔로몬, 한진경(한국·진흥·경기) 등이 규제없는 부동산PF시장에서 자금줄 역할을 했었다. 과거 현대스위스(훗날 SBI저축은행)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금융선진국의 이미지를 상호에 투영시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스위스법인이 투자했던 사실이 있었다. 당시의 상호저축은행은 토지매매계약금도 과감하게 대출했었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파산>에서는 2011년 1년 삼화상호저축은행에서 시작되어 부산저축은행에서 점화된 뱅크런이 90여 개의 저축은행으로 전이되면서, 저축은행 24개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사태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2025년 9월 전국 79개 저축은행업계의 변화가 있을 예정인데,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기존 0.5억원)으로 상향되고, 지방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M&A 논의가 진행될 것이다. 이미 대형 저축은행들은 인수합병을 추진 중에 있는데, 특히 SBI가 교보생명에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취하게 될 큰 경제적 이익을 인상적이다. SBI가 20년 이상 뿌려 온 금융씨앗(금융시드)이 향후에도 장기적인 큰 수확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분기 말 5대 저축은행 순위(총자산 기준)는 다음과 같다. 

 
OK : 13.6조원(총수신 11.5)

SBI : 13.4(11)

한국투자 : 8.7(7.2)

웰컴 : 5.8(4.7)

애큐온 : 5.2(4.5)

 

상호금융의 시초, 무진

1877년부터 개항장(부산·목포·군산·인천 등) 주변 일본인 거류지를 중심으로 조선에 무진강이 도입되었는데, 무진강(無盡講) 일본인들 사이에서 자금의 상호융통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조직형태이다. 무진(無盡, 다함이 없음)회원 상호 간에 금전을 융통하고, 공동자금을 조성·운용하는 형태의 사금융(상호부조적 금융서비스)이다. 무진강은 계원·회원들끼리 끊임없이 돈을 돌려가며 사용한다는 것인데, 강(講, 강의·모임)은 조직(계·회)을 의미한다.

 

1915년 일본에서 무진업법이 제정되었고, 1922년 조선총독부도 조선무진업령을 공포하면서 무진업이 제도화되었다. 1922년 전국 6개의 무진회사는 1932년 34개사로 증가했다. 무진업자가 중소서민·상공업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 융통하는 역할을 했으나, 금융제도의 미숙으로 인해 문제점(영세성·고금리·금리변동, 영업구역 제한)이 발생했다. 1942년 무진령이 전면 개정되면서 전국적으로 단일화가 추진되었지만, 해방 후 1948년 영세한 무진회사들이 크게 증가했다. 1949년 설립된 상호무진(구 조선상호은행 무진금융부)은 대한무진금융을 흡수하면서 한국무진으로 단일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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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자금의 제도화, 상호신용금고

 

1972년 상호신용금고법 제정으로 상호신용금고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는데, 1972년 12월을 전후하여 350개 가량의 무진회사들이 상호신용금고(훗날 상호저축은행)로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초기의 상호신용금고들은 부실문제가 많았고, 1975년 상호신용금고법 개정으로 재무부장관의 감독기능이 강화되었다.

 

이후 많은 부실금고들이 폐업·합병·정리되면서 상호신용금고의 수는 약 200개로 줄었다가, 1982년 제도변화가 있었다. 상호신용금고연합회(훗날 상호저축은행중앙회)의 역할이 제도화되었고, 상호신용금고 설립 자유화 조치가 시행되면서 249개(1983년 말)로 증가했다. 또한 종래의 할부금고를 전업금고로 전환시키기 위한 자본금 증액(기존 5억→50억) 조치가 시행되었다. 1982년 말 신용관리기금법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은 비통화금융기관 예금공제기구를 설립하는 목적이었다.

 

자본력 있는 대기업·건설사가 금고업에 진출하면서, 자본규모가 커지고 전문경영인이 유입되어 경영의 전문성·신뢰성이 개선되었다. 대표적으로 대한상호신용금고(대림산업)과 극동상호신용금고(극동건설)이 있다. 2001년 상호신용금고법이 상호저축은행법으로 개정되면서, 2002년부터는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상호저축은행은 제도권 금융기관에 준하는 업무(예금·대출 등)를 수행하면서, 금융소외계층(서민·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편의성을 높였다. 2009년부터는 사명에서 상호를 제외되면서, 저축은행 명칭이 사용되게 된다.

 

스위스 투자를 유치한, 현대금고

 

1971년 설립된 신삼무진(新三無盡, 훗날 SBI저축은행)은 다음과 같이 사명이 변경되었다.

 

1987년 : 현대상호신용금고

1999년 : 현대신용금고

2000년 : 현대스위스신용금고

2002년 : 현대스위스상호저축은행

2010년 : 현대스위스저축은행

2013년 : SBI저축은행

 

1999년 소프트뱅크는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Soft Bank Investment Corporation)를 설립되었는데, 2005년 SBI홀딩스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2006년 소프트뱅크 자회사가 SBI홀딩스 주식을 일부 매각하면서, 소프트뱅크 그룹의 지분율은 19.2% 수준(기존 약 26.7%)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는 더 이상 SBI홀딩스를 지분법 적용회사로 보지 않았다. 현재 SBI홀딩스의 주요 주주에는 다음 3개 일본계 은행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마스터신탁은행(The Master Trust Bank of Japan)

스미토모 미쓰이 파이낸설그룹(SMFG, Sumitomo Mitsui Financial Group)

일본자산관리은행(Custody Bank of Japan)

 

2000년 현대신용금고는 머서(Mercer, 스위스계 투자사)로 지분(약 19.8%)를 매각하면서, 신용금고업계 최초로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2002년부터 현대스위스라는 사명을 사용하면서 대외신뢰도를 높였지만, 정작 머서는 2002년까지 보유지분을 줄여 나갔다. 이는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입과 맞물려서 진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 자본이 유입된 이후에도 현대스위스 사명을 계속 사용하다가, 2013년 대규모 유상증자 이후 SBI저축은행으로 사명이 변경된다. 일본 SBI홀딩스의 자회사로 편입된 것이다.

 

다시 국내자본으로 돌아온, SBI

 

국내 저축은행업계에는 일본계 자본이 최대주주로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국내 1~2위 저축은행(OK·SBI)의 최대주주가 다음과 같이 일본계 자본이다.

 

OK : 아프로파이낸셜그룹(내지 재일동포)

SBI : SBI홀딩스

JT친애·JT : J트러스트
OSB : 오릭스코퍼레이션

 

교보생명은 일본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50%+1주)를 0.9조원 가량에 인수할 예정인데,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교보생명은 본업(보험업)과 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통해 금융지주사 전환을 목표하는 것으로 보이며, 실제 SBI저축은행의 금융고객을 통해 예금수신 기반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교보생명이 경영권을 가지지만, SBI홀딩스가 더 많은 경제적 이익 배분을 가지는 구조라는 것이다. 다만 SBI홀딩스의 배당권한은 지분율(30%) 만큼만 행사할 수 있다. 일본이 금융이나 인수합병 쪽에서는 확실히 센스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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