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금융투자

[부동산] 조합이 분별하기엔 애매한, 업무대행비

by Spacewizard 2025. 9. 5.
반응형
 

 

이전 글 <여러 오명을 가진, 업무대행사>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업무대행사는 조합을 대신해서 업무대행 용역을 수행하는 업체에 불과하지만, 부지매입 목표를 장미빛으로 제시하거나 업무추진비를 초기에 과다하게 지급함으로써 큰 리스크로 작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했었다.

 

업무대행비의 법적 성격, 위임계약

 

조합과 업무대행사 간의 업무대행계약의 법적 성격은 용역보수(업무대행비)의 지급의무가 언제 발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민법상 도급·위임은 그 본질적 특성이 다르다.

 

도급(민법 제664조) :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효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하는 계약

위임(민법 제680조) :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사무의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 성립되는 계약

 

일이 완성되지 못하거나 지연되거나 문제가 생긴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므로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수급인이 지게 된다. 반면에 위임은 일의 완성이 아니라 사무처리를 위탁하고 그 일의 진척에 따라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이므로 비록 일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일이 진척된 만큼의 노무제공에 대해서는 위임인이 보수를 지급해야 하므로 일의 결과에 대한 위험부담을 위임인이 지게 된다.

 

가장 흔한 도급계약의 성격을 가지는 것건설(건설도급계약)이 있고, 물량으로 측정이 가능한 제조업도 이에 해당된다. 그 외 물량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서비스업에서의 용역은 대체로 위임계약의 성격을 가진다. 2014년 대법원 다음과 같이 판결했다.

 

업무추진비는 지역주택조합 가입 알선의 대가로 교부받는 금원이라기 보다는 조합업무의 대행이라는 위임사무처리에 대한 보수로서 교부받는 금원이다

 

이는 주택법 제97조 7호에 따른 지역주택조합 가입 알선의 대가를 위반한 행위가 아닌, 조합과 업무대행사 사이의 적법한 위임계약으로 보아 업무추진비를 인정한 것이다.

반응형

이해하기 쉽지 않은 돈의 흐름, 조합원 납입금

 

통상 분담금조합원들이 사업 준공 후 취득하게 될 주택의 소유권 이전을 위해 납부하는 대금으로, 토지 매입비용 및 건축비 등 사업 자체에 사용되는 금전을 의미한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자금관리를 하는 신탁사는 통상 다음 2개의 계좌를 개설하게 된다.

 

분담금 계좌(사업비) : 토지비, 설계비, 인허가비용, 공사비, 금융비용 등

     개별분담금

     공동부담금 : 탈퇴시 환불 불가

업무추진비 계좌(행정비) : 업무대행비(PM·컨설팅), 조합운영비

 

판례는 개별분담금으로 명확하게 분류될 여지가 있는 향후의 주택가치에 포함되는 비용(토지비 포함)은 공동부담금에 포함하지 않고, 조합원 모집과 분양을 위한 인건비·광고비와 부동산 취득세 등은 공동부담금으로 인정하고 있다. 조합들이 규약 및 조합원가입계약에 공동부담금의 범위를 애매하게 명시하거나 아예 공동부담금에 대한 명시규정이 없다면, 공동부담금에 대한 분쟁은 따라 다닐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실무에서는 업무추진비와 업무대행비가 혼동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업무대행비는 업무추진비의 한 항목이다.

 

업무추진비 : 추진위·조합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넓은 범위의 행정적 비용

업무대행비 : 추진위·조합의 업무 대행 및 지원을 위해 고용된 업무대행사가 수행하는 대가로 받는 보수

 

조합을 탈퇴하는 경우에도 업무추진비는 반환을 받지 못한다. 업무추진비는 소모성 경비로, 분담금의 성격(사업비)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 설립 전에는 주택법이 아닌 조합가입계약서가 적용되는 바, 업무추진비 반환이 불가하다는 조항이 있다면 이를 부정하기 쉽지가 않다. 통상적인 지역주택조합 규약에서의 환불금액 상당액은 조합원이 납부한 총금액에서 ①업무추진비와 ②공동부담금을 제한 금액이 된다.

 

조합이 분별하기에는 애매한, 업무대행비 용도

 

업무대행비는 용역보수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업무대행계약에서 업무대행비의 용도가 별도로 특정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특정된 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업무대행비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법영득의 의사를 실현한 것으로 보아 횡령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러한 법리를 꿰뚫고 있는 업무대행사들은 업무대행계약에서 업무대행비의 특정 용도들을 누락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주택법 11조의2 제2항에 명시된 업무대행사의 다음 5가지 업무(대행업무 및 지원업무)에 근거하여, 이와 관련된 업무들을 업무대행사의 업무대행비로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법문상으로 대행은 조합을 대신하여 업무를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 책임 없이 단순히 업무처리를 지원하는 것과는 명확히 구분될 수 있다.

 

조합설립을 위한 업무의 대행 (조합원 모집, 토지 확보, 조합설립인가 신청 등)
사업성 검토 및 사업계획서 작성업무의 대행
설계자·시공자 선정에 관한 업무의 지원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업무의 대행 (사업계획승인 신청 등)
그 밖에 총회의 운영업무 지원

 

위 업무에 따라 업무대행사의 업무와 관련한 지출 항목을 나열해 보면,

 

조합원 모집 비용 (홍보관 건축비·운영비, 광고비, 모집수수료 등 용역비)
토지확보 비용 (브릿지대출 수수료·이자, 지주작업비 등 용역비)
인허가(조합설립인가·사업계획승인)를 위한 인건비 등 용역비
사업성 검토 및 사업계획서 작성을 위한 인건비 등 용역비
설계자 시공사 선정, 총회 등 지원비용

 

위 모든 지출항목을 업무대행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뿐더러, 사실 조합의 역할과 업무대행사의 역할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한 지출항목도 많아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업무대행사들은 해당 지출항목을 최대한 줄이면서, 이러한 지출들을 조합이 별도로 부담하게 했을 수도 있다. 실제 2021년 3월 제주시가 지역주택조합 자금운용 실태 점검을 실시한 결과, 업무대행사들은 계약서에 명시된 업무대행비와 별도로 조합원 모집 대행수수료를 책정하였고, 제주시는 주택법상 조합원 모집이 업무대행사의 역할임에도 별도의 수수료 수취가 위법이 되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에 비춰보면 일부 지자체들은 주택법상 업무대행사의 역할에 대해서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공률을 10%가 채 안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업무대행사의 권유를 덥썩 믿고 투자하였다가 큰 낭패를 본다는 의미이다. 조합원을 모집하는 역할을 맡은 업무대행사는 사업의 성패와는 무관한 용역업체에 불과하다. 최근 들어 많은 업무대행사들이 필요자본의 상당 부분을 직접 투자하거나 외부 조달하는 등 조합과 한 배를 타면서 사업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가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재무부담을 느끼는 업무대행사, 그 업무대행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조합원들, 나아가 침체된 분양시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장들은 협동조합형 민간건설임대주택 구도로 전환되어 가는 추세이다. 이전 글 <금리와 인플레에 무너진 다리, 브릿지론>과 <내려 놓을테니 살려만 줘, PFV>에서 언급했듯이 개발금융시장의 경색으로 인해 공급 가능한 개발구도 찾기가 마땅치 않은 지금, 지역주택조합이 주택시장에서 대안의 공급처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보자.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