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부동산·금융투자

월세시장을 구축하려는, 외국계

by Spacewizard 2025. 2. 24.
반응형
 

 

 

 

 

 

 

과거 외국계 자본이 투자·개발하는 국내 부동산은 상업용 부동산(오피스·쇼핑몰·호텔·물류센터·데이터센터 등)에 한정되었으나, 2024년 들어 글로벌 부동산투자사들이 국내 주거시장(임대주택·오피스텔 등)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임대수요 증가 추세가 자리잡고 있는데, 그 요인으로 전세사기에 따른 전세물량 부족, 월세비중 증가, 전·월세가격 상승, 월세의 고액화, 1인 가구 증가 등이 있다. 외국계 자본이 국내 주거임대시장으로 유입되면, 가뜩이나 위축되어 있는 국내 임대사업자(전세 위주, 열악한 자본력의 개인)의 지위를 대체하면서 큰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외국계의 국내 주거시장 진출을 앞당긴 요인은 정책(기업형 임대시장 활성화)이다. 2023년 8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동산투자회사·시행사·보험사 등이 1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20년 이상 장기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성·자본력을 갖춘 기업이 장기임대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이 골자이며, 임대료 규제를 풀고 세제혜택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2024년 11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제도화를 위한 입법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이다.

 

태생적 한계, 전세사기

 

지금까지 외국계 자본이 국내 주거임대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배경에는 전세제도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정부 또한 주거임대차에서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들이 골칫거리였다. 영세한 개인임대인은 경기·개인사정에 따라 보증금을 반환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긴 정부는 세입자 보증금 민원은 줄겠지만, 엄청난 주거비용 상승을 어떻게 바라볼 지도 궁금하다.

 

전세는 한국에서만 주류로 자리잡은 주택임대차제도이다. 전당(典當)고려시대 전·답을 빌리던 것으로, 이는 조선 말 주택을 임차하는 가사전당(家舍典當)으로 이어졌다. 전세의 역사 만큼이나, 전세사기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 되었다. 1933년 30대 남성이 타인 명의의 집을 이용하여 전세보증금을 가로 챈 혐의로 체포되었다고 전해진다.

 

1970대 들어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받은 후 소유권을 몰래 이전하는 사기가 많았다고 한다. 1981년 전세사기조직이 피해자(282명)로부터 4.7억원 가량의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사건이 있었는데, 이들은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주택을 매입한 후 전세보증금을 받은 채로 주택소유권을 사채업자에게 넘겼다고 한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세보증금에 대한 채권확보 장치가 미비했기 때문에, 임차인은 임대인을 그저 믿을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중개업자(무자격자 포함)가 개입하는 사례가 증가했는데, 이들은 여러 세입자와의 중복계약을 악의적으로 체결했다. 특히 전세난 시기에 극성이었다. 이 때까지도 정부는 임차인에게 시세와 중개사 등을 주의하라는 당부만 할 뿐이었다.

반응형

어차피 대세는, 월세

 

최근 몇 년 간 전세사기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이 월세수요를 증대시켰고, 정부도 민생피해와 직결될 수 있는 전세제도를 부담스러워 했다. 최근 정부는 주택가격 불안의 원인이 되는 레버리지(담보대출·전세)를 통제(축소)함으로써, 투자를 억제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려고 한다.

 

금융당국이 레버리지를 통제하더라도, 이는 민생(무주택자의 실거주)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기에 이래나 저래나 골치 아픈 영역이다. 전세가격 수준이 높은 시기에는 역전세·전세사기의 민원이 쏟아지는 반면, 전세가격 수준이 낮은 시기에는 시장·다주택자(임대인)의 실망으로 시장붕괴의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부는 전세시장이 안정화될 수 있는 기본요건인 충분한 공급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세가격 폭등을 바라볼 바에는, 전세시장 자체를 없애는 방향을 원할지도 모른다.

 

월세·반전세 비중을 높아진 배경으로 전세사기 열풍도 있었지만, 2022년부터 본격화된 금리인상도 주택시장의 전월세 비중이 역전시키는데 기여도가 크다. 또한 1인가구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도 임대차시장이 변화와 연관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1인가구 비중은 35.5%(783만가구)이며, 2인가구까지 포함할 경우 60%를 초과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전체가구의 70% 가량이 소형가구(1~2인가구)가 될 것인데, 이들의 주거형태는 월세에 집중되어 있다.

 

시기상조에 머물렀던, 기업형 임대시장

 

에피소드(episode)SK디앤디가 공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형 임대주택 브랜드로, 디앤디인베스트먼트(SK디앤디가 100% 출자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리츠를 건설형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운영하고 있다. 참고로 디앤디프라퍼티솔루션(DDPS, SK디앤디가 100% 출자한 부동산운영사)는 에피소드 총 7개 현장 외에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을 포함하여 총 3,700여 가구를 운영·관리하고 있다.

 

2021년 11월 준공한 에피소드 신촌은 높은 임대료와 예상보다 낮은 수요로 인해 근 2년 동안 공실이 지속되었는데, 프로모션으로 1년 계약에 3~5개월 가량의 렌트프리(무상임대)를 제공해야 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3명의 임차인이 15평 공간을 쉐어(share)하는 코리빙(coliving, 공유주거)이 한국인의 문화와는 맞지 않았다. 코리빙 하우스의 투자수익률은 3~4%대에 불과하므로, 한국처럼 공실이 발생한다면 투자수익률은 더 저조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코리빙의 문화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인에게 익숙해져 갈 것임을 확신하므로, 시기상조라고 밖에 평가할 수 밖에 없다.

 

결국 2024년 초 SK디앤디는 에피소드 신촌 369(지상 20층, 입주자 191명)를 숙명여대에 통임대하면서 외부임대주택 공급계약을 맺었으며, 에피소드 수유 838에도 추가 입실자를 배정했다. 숙대생에게 책정한 3인실의 월임대료는 학부생 34.2만원(대학원생 64.2만원)으로, 학부생은 월 30만원 수준의 장학금을 적용받는다고 한다. 최초 입실하는 경우 시설보증금 50만원을 예치하고, 임대료는 6개월치를 선납하게 된다. 물론 주차·관리비는 별도이다.

에피소드 신촌 369(좌), 에피소드 수유 838(우)

대규모 자본으로 시장을 바꾸려는, 외국계

 

몇 해 전부터 정부는 민생을 해치는 전세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가장 과격한 정책목표가 전세제도 자체를 없애는 것이라는 말도 많았다. 만약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임대시장에 투자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전세사기라는 한 가지 고민이 해결될 수 있다. 월세수요의 증가는 그에 걸맞는 임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업(기관투자자)을 원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은 기업이 주도하는 주거임대시장을 변해갈 것이다.

 

외국계 자본은 CAPEX투자가 요구되는 밸듀애드·오퍼튜니스틱 유형의 자산을 매입하여, 임대수익률을 대폭 상승과 함께 자본차익을 획득하려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주거 형태·수요가 다양해짐에 따라, 주거상품도 다양화·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다. 현재 국내 주거임대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투자사는 다음과 같다.

 

모건스탠리

하인스(Hines)

M&G리얼에스테이트(영국 푸르덴셜생명 그룹)

KKR

ICG(영국 자산운용사)

JLL

 

여러 운영사들와 협업, 모건스탠리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 미국계 IB)는 그래비티자산운용(국내 대체투자전문운용사)의 기업형 임대주택펀드에 700억원 가량을 출자했는데, 이 펀드는 주거시설(강동구 길동, 성북구 안암동, 금천구 독산동)을 매입했다. 모건스탠리가 운용하는 프라임 프라퍼티스 펀드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코어펀드로, 목표수익률이 약 10% 초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비티자산운용은 2022년 미래에셋자산운용·LB자산운용 출신들이 설립한 운용사로, 물류센터·오피스·호텔 등에 주로 투자하면서 티마크그랜드호텔(명동) 투자로 유명해졌다.

 

2024년 7월 그래비티자산운용은 길동의 임대주택을 공매로 매입하였는데, 2016년 준공 후 7년 가량 방치된 건물이었다. 수 개월 동안 에스엘플랫폼(SLP, 임대주택운영사)와 리모델링 후 풀옵션(가전·가구)를 갖추었고, 입주민 전용 피트니스 시설을 설치했다. 모건스탠리 소유의 지웰홈스 라이프 강동(전용 5평, 월세 90만원, 관리비 15만원)으로 오픈했다. 전문업체가 직접 관리해주고, 편의시설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는 점에서 고소득 직장인이 관심을 가질 만 하다.

 

참고로 지웰홈스(GWELL Homes. LIFE)는 에스엘플랫폼(구 신영자산관리)이 2024년 론칭한 코리빙하우스 브랜드이다. 모건스탠리가 국내 첫 임대주택운영사로 SLP를 선택한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한데, 외환위기 이후 모건스탠리는 신영과 함께 다음의 공동투자(유동화전문유한회사 설립)를 한 적이 있다.

 

2003년 제1차 신영엠에스

2005년 제2차 신영엠에스

2005년 제3차 신영엠에스

2007년 제4차 신영엠에스

 

2번째로 투자한 독산동 오피스텔(195세대)은 DDPS(임대주택운영사)와 협업하여 추진 중이다. 매매·전세는 없이 오직 월세로만 구성된다. 전용 12제곱미터(월세 90만, 보증금 300만원)이 관리비를 포함하면 100만원 이상이다. 4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빌트인(싱크대·냉장고·식탁)과 싱글침대·화장대를 놓으면, 맘 편히 거동할 공간도 나오지 않는다. DDPS가 펀드에 투자함과 동시에 책임임차를 통해 상품 구성과 신규 IT솔루션 도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데, 이는 단순 위탁운영을 넘어 자기관리형(직접 투자·운영·관리) 영역으로 확장했음을 의미한다.

 

3번째로 투자한 안암동 오피스텔(60실)도 리모델링과 전문적인 관리로 밸류애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홈즈컴퍼니(임대주택운영사)와 협업 중이다. 모건스탠리는 국내 임대주택펀드에 투자를 계속 늘릴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전 글 <용도 폐기와 전환 사이, 오피스>에서는 부동산(자산)관리를 크게 3개(AM·PM·FM)으로 구분했었는데, 임대주택운영사의 역할은 자산관리(PM, Property Management)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지금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의 주거임대시장을 뒤흔들기 위해 한국으로 돈을 송금하고 있는데, 모건스탠리 뿐만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은 이들의 방향을 돌릴만한 전략·기술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될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지.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