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정착생활을 시작하고 도시를 형성하면서, 자연스레 교역이 늘어났다. 서양 고대문명(메소포타미아·이집트)에서는 특정지역을 통과하는 외부의 상품에 대해 관습적으로 세금(통행료)을 부과하는 제도가 있었는데, 오늘날 관세의 기원이다. 관세는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국가재정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되었다.
통행세의 개념에서 출발하다 보니, 해적과도 연관이 많다. 16세기 대항해시대, 대서양으로 진출한 스페인은 지중해에 대한 관심이 줄어 들었는데, 이 때 이슬람 해적들이 타리파(스페인 남부 섬)를 점령했다. 타리파(Tarifa)는 타리크(Tariq, 무어인 장군)의 이름을 딴 지명이다. 해적들은 타리파를 거점으로 하여 지브롤터 해협을 통과하는 무역선들로부터 통행료를 강제징수했는데, 이 통행료가 훗날 관세(Tariff)의 유래이다. 아담 스미스의 저서 국부론에서는 관세는 오랜 세월에 걸쳐 행해진 관습적 지불(customary payments)에서 유래되었다고 적고 있다. 관습(custom)은 라틴어 보관료(custodium)에서 유래했고, 관세(customs)는 관습적으로 내는 세금을 말한다. 이탈리아어 포르토리움(portorium, 관세)은 물품의 이동(transport)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관세가 부과되면, 수입물가가 상승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인플레이션은 고금리를 장기화시키기 마련인데,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3저 시나리오(저물가·저금리·약달러)가 아니다. 사실 관세는 디플레이션 요인이 아니며, 트럼프를 이러한 경제원리를 명확히 알고 있다. 결국 관세가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면서, 연준은 금리인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관세의 효과, 디플레이션
관세 부과는 단기적으로 수입품 가격을 인상시키기에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무역대상국과의 교역이 위축되면서 교역량이 감소한다. 특히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펼치는 관세전투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을 가져오며, 무역상대국의 신규투자와 소비심리을 위축시킨다. 2025년 7월 트럼프는 한국에 관세서한을 보내면서 불안감을 조성시켰고, 많은 한국인들은 향후 경제 불확실성을 우려하면서 경제활동을 주저하고 있다. 무역·투자·소비가 모두 둔화되고 실물경제가 위축되면, 전반적인 수요 감소로 디플레이션이 오게 되는 것이다.
2018년 트럼프 1기는 중국과 관세전투를 치르는 과정에서,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둔화되었다. 2025년 트럼프 2기가 전 세계와 치르는 관세전투는 글로벌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전투에 이어, 환율전투
무역전쟁 속에서 관세전투 다음에는 환율전투가 기다리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한 국가(수출국)은 관세로 인한 손실을 화폐평가절하(통화약세)로 메꾸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트럼프가 달러강세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환율개입을 통해 상대국에게 경제적 부담과 혼란을 준 사례가 많으며, 교역국의 환율개입을 감시하면서 조작국·관찰국으로 지정하는 제재를 취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일본·중국의 환율정책에 대해서는 상시 모니터링을 하는 듯하다. 미국은 1980~1990년대 환율정책은 다음과 같았다.
1980년대 초중반 : 강달러 기조
1985년(플라자 합의) 이후 : 약달러 기조
1990년대 중반 : 강당러 기조
1980년대 초중반 FED의 금리 인상과 함께 레이건 행정부가 강달러 정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쌍둥이 적자(무역수지·재정수지)가 심각해졌다.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미국은 주요 선진국과 합의(플라자 합의)를 통해 약달러를 유도했다. 1990년대 중반 미국 IT산업 등으로 호황을 맞이하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강달러 기조로 돌아섰다. 강달러가 무역적자 및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단점은 있지만, 달러의 위상(신뢰)를 제고하면서 해외자본의 유입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국제금융 거점으로서의 자리매김을 할 수 있다. 또한 수입물가가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도 한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의 원인 중 하나가 미국의 통화정책로 인한 자본유출이었는데, 당시 약한 고리가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은 동남아 국가들이었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은 긴축적 통화정책(금리인상)와 함께 당러강세 기조를 이어 갔는데, 이는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단기자금이 이동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외환위기의 결정적 요인은 아시아 국가 내부의 구조적 취약성이었다. 강달러가 미국의 물가를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는 환율카드를 꺼낼 이유가 없지만, 물가안정기에 접어들면 트럼프는 다시 약달러를 위해 환율전투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관세로 인해 수출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수출국들은 완화적 통화정책(금리인하 등)를 경쟁하듯 시행할 것이다. 모두가 자국통화 약세를 바라다 보니, 초저금리 국면을 향해 달릴 가능성이 높다.
플라자 합의의 배경, 호텔
1985년 5G(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뉴욕 플라자호텔(Plaza Hotel)에서 모여,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를 발표했다. 미국의 달러약세를 통해 무역불균형 완화와 거시정책 공조를 시도한 최초의 합의로, 5G 중에서 일본·독일만 통화가 절상되었는데, 특히 일본이 가장 큰 부작용을 안게 되었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40년 만에, 후속배상을 치르는 듯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일본은 미국에게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겼었고, 결국 미국은 엔화를 2배 가까이 절상시키면서 일본산 수입품의 가격을 대폭 인상시켰다. 엔고에 따른 수출 감소와 경기 둔화에 대응하여, 일본정부·일본은행은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기준금리는 5%에서 2.5%로 인하하면서 발생한 과잉유동성은 자산시장(주식·부동산)으로 급속히 흘러 들었고, 자산가격 급등은 투기심리를 자극하면서 거품경제(Bubble Economy)를 만들었다. 1989년 미에노 야스시가 일본은행 총재로 임명되었고, 자산버블(비정상적인 자산가격 상승)을 경계하기 위해 불과 1년 만에 기준금리를 6%(기존 2.5%)로 대폭 인상했다. 이후 자산가격의 폭락과 대규모 부실채권을 초래했고, 이후 30년 동안 일본경제의 발목을 잡는 계기가 되었다.
현 뉴욕 플라자호텔은 1907년 완공되었는데, 이는 기존 동명의 호텔을 인수·재건축한 것이다. 미국 상류층이 자주 찾는 공간이었으며, 소설 위대한 개츠비와 영화 나 홀로 집에 2에서도 등장한다. 한국에도 서울시청 건너 편에 플라자호텔(호텔 더 프라자)이 위치하는데, 1976년 한국화약(한화)이 도심재개발 사업을 통해 개관했다. 서울광장(Plaza)에 인접한 지리적 이유로 호텔명이 지어졌다. 2025년 6월 호텔영업을 종료한 후 오피스텔 건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호텔사업의 특성상 시설노후화로 인한 경영부담은 적지 않다. 이미 2024년 3개층(6~8층) 객실을 사무실로 전환하는 자산효율화를 시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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