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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기업] SK계열이 아닌, SK증권

by Spacewizard 2025.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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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SKS PE가 동양시스템즈(구 동양네트웍스 IT부문)에 투자한 100억원을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 동양시스템즈가 회생기업 M&A의 매물로 나오면서 구주가 소각될 가능성이 높아졌던 것이다. 1991년 동양그룹은 동양네트워크(IT전문)를 설립했다. 2020년 동양네트워크는 물적분할을 통해 동양시스템즈(IT부문)를 신설한 후, 최장림(1세대 벤처창업가)에게 매각했다. 이후 수익성이 저조한 국내 SI(시스템통합) 분야에서 벗어나려는 다각화를 시도했으며, 특히 해운IT사업에서 두각을 보였었다.

2022년 10월 SKS PE의 펀드는 동양시스템즈가 발행한 RCPS(100억원 규모)를 인수했는데,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이전 글 <자본 행세하는 부채, 신종자본증권>에서 RCPS는 회계기준에 따라 자산분류가 달라지는데, K-GAAP을 적용하는 비상장사는 RCPS를 통한 자본확충을 고려할 만하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투자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2024년 6월, 동양시스템즈는 회생절차를 개시하면서 매각절차에 돌입했다.

 

동양시스템즈의 회생기업 매각은 구주인수가 아닌 신주인수로 이뤄지게 된다. 일반적인 M&A에서는 기존 주주에 대한 최소한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상호 간의 협의를 통해 유상감자를 실시하기도 하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회생기업의 M&A 과정에서는 대부분의 구주가 무상감자 실시로 소각된다. SKS PE가 회생기업을 인수하지 않는 이상, 손실은 불가피한 것이다.

 

70년 역사를 가진, SK증권


1955년 7월 을지로 2가에서 설립된 신우(新友, 새로운 친구)증권은 여러 차례의 인수·합병을 거치며 현재의 SK증권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다음의 사명으로 변경되었다.

 

1963년 : 경신증권

1968년 : 동방증권(1973년 한국생사그룹, 1982년 태평양화학 인수)

1989년 : 태평양증권

1991년 : 선경증권(1995년 여의도 신사옥 이전)

1998년 : SK증권

 

1986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후, 태평양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91년 선경그룹에 인수되면서 선경증권으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SK증권의 최대주주는 SK건설·SK네트웍스·SKC&C로 손바뀜이 있었는데, 2005년 서울증권과 매각협의가 결렬된 이후 인수매물로 거론되어 왔다. 2007년 7월 SK(주)는 다음과 같이 인적분할을 실시하면서,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가 나타났다. 

 

존속법인 : 지주회사 SK(주)

신설법인 : 사업회사 SK에너지

 

최태원은 SK(주)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그룹 내 자회사·계열사를 총괄적으로 지배하는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해왔다. 2015년 8월 SKC&C가 SK(주)와 합병하면서 현재의 통합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2018년 2월 공정위는 SK(주)에 SK증권 지분 전량(약 9.88%)을 1년 이내에 매각하라고 명령했는데, 이는 공정거래법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에 저촉되기 때문이었다. 지주회사 SK(주)는 금융회사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한 상태였고, 이에 공정위는 매각명령과 함께 과징금(29억원대)을 부과했다.

 

증권사 최대주주가 된, 사모펀드

2015년 J&W파트너스는 공동창업자(장욱제, 크리스토퍼 왕)의 이니셜에서 따왔다. 2018년 제이앤더블유비아이지유한회사(J&W BIG LLC)를 설립한 후, 2018년 3월 SKC&C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전량(10% 가량)을 51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8년 7월 금융위원회는 SK증권의 최대주주를 SK에서 J&W파트너스로 변경하는 안을 승인하면서, 실질적인 주식매매 절차가 마무리되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대대주 지위를 사모펀드에 넘기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으며, 실제 SK증권 인수 과정에서 J&W파트너스의 자금조달 방식과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자베즈파트너스 출신의 장욱제(J&W BIG 대표)는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당시 김신(전 SK증권 사장)과 함께 근무했었다. 이들 간의 친분이 SK증권 인수 과정에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도 전해진다. J&W BIG은 이후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율을 19.6%까지 늘렸다. SK증권은 자본시장법 규제에서도 다소 여유가 생겼는데, SK계열사가 발행하는 회사채의 대표주관 금지에서 해방된 것이다. 12%대의 자사주와 1% 미만의 우리사주조합을 감안하면, SK증권은 소액주주 비율이 60%를 넘는다. 그 만큼 경영권 안정성과 주가 변동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룹의 그늘 밖에서 가중되는, 위기

 

2021년부터 SK증권은 다음 금융자회사를 매입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트리니티자산운용
피티알자산운용
MS저축은행

저축은행업계는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 여력을 강화해야 하는 추세이고, 2022년 SK증권은 MS저축은행에 유상증자(180억원 규모)를 단행했었다. 2023년 레고랜드 사태로 자본시장의 유동성 위기가 촉발되었고, 사업포트폴리오 확대 과정에서 우발부채가 늘어고 자본적정성이 하락한 중소형 증권사는 어려움에 처했다. 증권사가 시장지위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익유보금과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지만, 사모펀드를 대주주로 둔 이상 자본확충에 한계가 있다.

 

2025년 초반 SK증권의 주가는 액면가(500원)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기업이 보유자산을 장부가로 청산한 후 주주에게 돌려줘도 현재 주가보다는 높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2023년 말 기준 주당순자산가치(BPS, 청산가치)가 1,420원 수준으로, 주가 대비 3배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2024년 5월 SK증권 김신(부회장)은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난 후, SKS PE의 미등기 임원으로 이동했다. 전우종·정준호 대표가 각자 대표체계를 유지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해왔다. 2024년 상반기 PF부실에 대한 충당금을 많이 쌓으면서, △751억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증권은 고비용 구조의 조직이라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데, 임원 비중이 높은 편이라고 한다. PEF가 경영권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임원층이 두터운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실제 SK증권 인수과정에서 PEF에 일부 임원들은 출자하면서 장기고용을 보장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 6월 말 기준으로 임원비율 9% 가량(총 임직원 870명, 임원 78명)으로, 한양증권(4.8%), 교보증권(2.7%)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자회사가 된 사모펀드, SKS PE

 

2005년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시장이 열린 이후, 증권사들은 내부에 사업부를 두고 PE투자를 영위했었다. 이전 글 <더 이상 비밀스럽지 않은, 사모펀드>에서 2004년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제도를 도입했다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독립계 PE에 비해 LP의 기대수익률을 충족시키지는 못했는데, 인센티브 구조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SKS PE가 SK증권(PE사업부)에서 분사되면서, 파트너(유시화·조효승·김병수) 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SKS PE는 SK그룹과 관련된 거래와 다수의 독립적인 딜소싱으로 트랙레코드를 쌓았다. 프로젝트펀드를 통해 SK텔레콤과 관련있는 법인의 CB·우선주 매입하였고,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SK그룹의 해외진출에 투자했다. 2020년에는 대체투자사업부를 신설하면서 부동산·인프라 투자에 집중했다.

 

J&W파트너스는 SK증권을 인수하면서, SK그룹과 5년 동안 SK브랜드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SK그룹과 3년 단위로 브랜드 사용계약(브랜드사용료 9~10억원 수준)을 체결해왔다. 실제 2023년 브랜드 사용기간을 3년(2026년까지) 재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회사가 대기업의 이미지를 팔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에 민원이 접수되기도 했다고 한다. 2027년 이후에는 회사명을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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