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서울에서 노면전차가 운행을 중단한 이후, 최근 들어 트램(경전철의 일종)이 도시교통 수단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서울(한성·경성)에서 도시철도가 운행된 시점은 다음과 같다.
노면전차 : 1899년
중전철 : 1974년(지하철)
경전철 : 2017년
이전 글 <근대화에 이어 친환경, 트램>에서는 1899년 5월 대한제국에서 트램(서대문·청량리 구간)이 개통되었다고 언급했었다. 한성의 노면전차 개통는 경인선보다도 몇 개월 빠르며, 심지어 도쿄의 노면전차(1903년)보다도 빨랐다. 1968년 서울지하철을 설치하기 위해 폐지된 노면전차 노선들은 대부분 중전철로 대체되었다.
친환경적 접근성을 향상시킬, 트램
21세기 들어 경전철 개통되기 시작하면서, 노면열차도 57년 만에 트램(Tram)이라는 이름으로 위례에서 부활할 예정이다. 모든 교통은 상충되는 다음의 2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서울에서 이동성을 담당하는 교통수단은 중전철이고, 마을버스·경전철이 접근성을 담당하고 있다.
이동성 : 원거리를 빠르게 이동
접근성 : 교통수단을 가까운 곳에서 쉽게 이용
최근 도입되는 트램은 무가선(無架線) 초저상차량으로, 가선(전기공급을 위한 전선)의 설치 없이 차량상부에 전기배터리를 탑재한다. 차량 위를 놓은 전기줄이 없는 만큼, 도시미관을 개선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현재 다음의 지자체들에서 대중교통시설로 트램을 채택하고 있다.
서울·성남 위례선
부산 오륙도
울산
대전
고양
위례선은 북측 마천역(지하철 5호선)과 남측 복정역·남위례역(8호선)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여느 지자체가 준비하는 트램과 달리 도시개발 단계부터 트램부지가 미리 확보되어 있었다. 위례선은 전체 구간을 무가선으로 운행하는 세계 최초의 케이스로 알려져 있으며, 배터리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례선은 3개의 지하철역으로의 접근성을 크게 증대시킬 것이다.
21세기 최초의 트램, 위례선
위례신도시 트램은 이미 노선이 확보되어, 착공 전까지는 트랜짓몰 사이의 보행로로 이용되었었다. 트랜짓몰(Transit Mall, 대중교통전용지구)은 보행자 전용공간에 대중교통을 공급하여 유동인구의 유입을 증가시켜 근린상업의 발전을 유도하려는 토지이용을 말한다. 트랜짓(Transit, 대중교통)과 몰(Mal, 상업시설)의 합성어로, 자동차의 진입이 제한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위례선(트램)이 운행할 궤도는 매립형 궤도(ERS)로, 소음·진동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에딜론세드라 시스템을 채택했다. ERS는 다음으로 구성된다.
강화노반
콘크리트 도상
레일
콘크리트 도상의 채널(channel, 레일홈)에 탄성매트를 깔고 레일을 설치·매립한 후, 레일 윗부분을 제외한 주변을 합성수지(corkelast)로 충전함으로써 다방향으로 고정시킨다. 공동구(전력케이블)를 궤도 양 옆에 매설된다. 레일을 매립함으로써 안정적·내구적 연속지지를 받게 되며, 이는 레일압력을 줄이면서 레일에 동일한 힘을 전달할 수 있다. 또한 파상마모 방지와 선로청소 용이는 물론 소음·진동도 현저하게 저감된다. 기존 돌출형 궤도는 기계식 레일체결장치를 설치·고정함으로써, 레일에서 방사되는 고주파소음과 진동의 문제가 있었다. 차량 제작사는 우진산전이며, 대부분의 핵심부품은 중국산이라고 한다.
네덜란드 에딜론세드라(Edilon Sedra)는 진동·소음을 최소화하는 철도시스템 기술에 특화된 기업으로, 부산김해경전철과 인천·서울 중전철 일부구간에도 적용되었다. 이전 글 <작은 만큼 다양한, 경전철>에서 2011년부터 국내 경전철이 개통되었고, 현재까지 가장 비중이 큰 철제차륜AGT의 첫 케이스가 부산김해경전철이라고 언급했었다. 에딜론세드라가 공급하는 철도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ERS(Embedded Rail System, 매립형 궤도) : 탄성제에 레일을 매립
EBS(Embedded Block System) : 탄성재에 침목을 매립
ETS(Edilon Trackelast System) : 진동저감 시스템(레일패드, 밑판패드 등)
철도사업에서 예외없는, 지연
2008년 위례선은 민자사업으로 추진·좌초되었다가, 10년이 지난 2018년 서울시가 직접 시행에 나섰다. 하지만 국토부와의 갈등이 계속되면서 착공시기가 계속 늦어졌는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했기 대문이다. 2022년 12월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국토부)가 위례선 사업계획을 승인·고시하면서 착공에 돌입했는데, 애초의 계획과는 달리 2026년 5월 운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인허가 이슈로 8개월 가량 지연된 기간이다. 물론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나마 노선이 확보된 상태라서 기존 교통망과의 간섭이 최소화되어 공기가 짧은 편이다.
위례선의 차량기지는 마천역 인근의 공원용지 지하에 위치하는데, 이 곳에서 매립폐기물이 나오면서 굴착공사가 지연되었다. 2025년 8월 시운전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시험·심의·검수 절차에만 9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종합시험운행기간(한국교통안전공단)은 12개월(기존 9개월)로 예정되었으며, 지상도로(횡단보도) 구간을 관통하기에 교통안전심의(경찰청)도 거쳐야 한다. 교통안전심의 과정에서 도로교통시스템의 호환성과 함께 트랜짓몰을 통과하는 트램선로 펜스의 규격이 논의될 것이다.
위례선 사업비는 3,030억원 가량으로, 애초 2,614억원 대비 +416억(15%) 증액(물가변동분·추가사업비 반영)되었다. 2022년 이후 건설원자재 가격 증가를 감안하면, >+15%의 사업비 인상은 선방한 수치로 느껴진다. 사업비는 LH(분담비율 75%)와 SH가 분담하는데, 이는 위례신도시 수분양자들이 선납한 비용이다. 준공 이후 발생하는 트램 운영비는 2개의 지자체(서울시·성남시) 각각 60.7%과 39.3%씩 부담할 예정인데, 이는 지자체를 지나가는 선로길이를 기준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은 어느 순간, 개통
2025년 현재 2개의 트램교량(장치천·창곡천)이 공사를 마친 상태이며, 대부분의 구간에서 철로의 타설을 마친 상태이다. 장지천(서울)은 사장교 형식으로 디자인된 반면, 창곡천(성남)은 평범한 형태의 철도교량이다. 교량형식의 차이는 하천폭에서 비롯된 것으로, 창곡천의 폭은 수십미터에 불과한 반면, 장지천은 그 폭이 넓어서 200m 가량의 교량이 필요하다.
트램이 자동차 도로와 교차하는 지점은 양 옆에 횡단보도가 있는데, 트램이 통과함에 다른 자동차 정차시간을 줄이기 위해 트램의 접근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신호등은 녹색신호로 변환된다. 트램은 차체가 가벼운 만큼, 비상감속도는 중전철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총 9~10개 편성이 도입될 예정이며, 1개의 편성마다 5개의 모듈(객차의 수·칸)은 구성된다. 트램 정거장은 총 12개소로, 본선 배차간격은 10~15분(출퇴근시간대 5~10분)이다. 다만 지선은 20분(출퇴근시간대 15분) 수준으로, 본선 보다는 배차간격이 넓다.
원래 철도사업이라는 것은 된다만다 하다가 어느 순간 개통되어 있다. 부동산투자는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게 40대까지 경험을 부단히 쌓아야지 되는 듯하다. 위례신사선의 실현여부에 대해서도 왈가왈부가 많지만, 서울시가 그냥 덮어버리기에는 판을 너무 키워버렸다. 재정사업 전환으로 시간이 조금 더 걸릴 수는 있지만, 2025년 4월 서울시는 신속예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결국 예타는 소란스러운 과정에서 정치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2028년 준공 예정인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 내의 위례신사선 플랫폼을 보면 답은 정해져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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