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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도시

[기업] 무한리필과 뷔페의 조합, 명륜당

by Spacewizard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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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동네에 새로 오픈한 샤브올데이를 방문했다. 브랜드에서 호텔식 뷔페 컨셉을 내세우기는 했지만, 성인 1인당 3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서 애초에 기대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융합 컨셉은 기대할 수 있었는데, 샤브샤브·샐러드바·마라 외에 소고기 무한리플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가게 내의 분위기는 예상대로 매우 어수선했는데, 제한된 시간 내에 원하는 식사량을 채우려는 손님들이 두 손에 접시·트레이·맥주잔을 들고 분주하고 움직였다.

 

찰랑거리는 소리, 샤브샤브

 

샤브샤브는 얇게 썬 고기와 각종 야채를 끓는 육수에 살짝 담궈서 익혀 먹는 일본식 전골요리로, 익힌 고기·채소는 소스에 찍어 먹는다. 일본어 의태어(しゃぶしゃぶ)에서 유래한 샤브샤브는 고기를 흔드는 소리(찰랑찰랑·살짝살짝 등)을 표현한 말로, 1952년 스에히로(일본 오사카 음식점)가 최초로 사용했다. 샤브샤브와 비슷한 조리법은 아주 오래된 과거부터 있어 왔겠지만, 역사적으로는 몽골제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몽골 기마병들은 얇게 저민 고기류(양·돼지·소 등)를 전투식량으로 사용했는데, 이 고기를 철모에 끊인 물에 익혀 먹었다고 한다.

 

이러한 조리법은 중국으로 전해져 훠궈(火鍋)가 되었고, 일본으로 건너가 스키야키(sukiyaki)를 거쳐 샤브샤브가 되었다. 이전 글 <근대화가 매료시킨, 입맛>에서 일본인들이 고기의 맛을 알게 된 계기는 스키야키(소고기 전골)의 유행이었으며, 스키야키는 원래 생선·채소를 넣고 끊인 전통요리였지만, 생선 대신 소고기를 넣게 되면서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게 되었다고 언급했었다. 

 

2000년대 대중화된, 한국형 샤브샤브

 

국내에 샤브샤브가 최초로 도입한 것은 1980년대 진상(珍象)으로 알려져 있으나, 1990년대까지 샤브샤브의 인지도는 낮았다. 2000년 압구정에서 1호점을 오픈한 정성본은 수끼와 칼국수를 결합한 샤브샤브를 선보이며 대중화에 성공했다. 2004년 채선당이 가맹사업을 시작했는데, 국물에 각종 재료를 넣어 먹은 다음에 남은 국물에 밥을 넣어 죽을 먹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다. 또한 월남쌈을 제공하기 위해 샐러드바와 라이스 페이퍼를 갖췄었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샤브샤브 브랜드인 채선당은 그 규모를 확장해오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매장들을 갖추게 되었다. 

 

채선당 SHABU

채선당 PLUS : 샐러드바(소형 뷔페)

샤브보트 : 혼밥족 타겟

채선당 한가득 : 고기 무한리필

채선당 샤브탕

자연한가득

Fresh Sal

채선당 행복가마솥밥

채선당 도시락&샐러드

채선당 밀키트24

 

개인적으로 2007년부터 시작한 직장에서 기억에 남는 샤브음식점은 다음 3개인데, 흔히 국수전골집이라 불렀다. 

 

가당 : 역삼동(강남구)

신정 : 역삼동(강남구)

세림 : 다동(중구)

 

조리방식은 샤브샤브를 끊여서 한 그릇씩 덜어준 다음, 자작한 국물에 밥을 넣어 죽을 만들어 준다. 처음 먹었을 때 개운한 국물맛을 잊지 못해, 해장이 필요한 날이면 즐겨 찾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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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리필과 뷔페의 조합, 명륜당

 

서울 성균관대학교(종로구 명륜3가) 정문을 지나다 보면, 성균관 앞의 건물에 명륜진사갈비를 볼 수 있다. 성균관 내부에는 유생들이 식사를 하던 진사식당(進士食堂)있다. 2012년 설립된 명륜당은 2017년 명륜진사갈비 1호점을 보정동(용인)에 오픈한 후, 2019년까지 5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내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2023년 대대적인 리모델링 이후에는 뷔페식으로 운영 형태를 변경했는데, 고기의 종류를 다양화하면서 사이드 메뉴(튀김, 옥수수, 빵, 와플, 떡볶이, 탄산음료 등)를 무료로 제공한다.

 

명륜진사갈비를 뷔페형으로 변경하던 2023년, 명륜당은 샤브올데이 브랜드를 인수하게 된다. 명륜당은 무한리필과 뷔페의 조합에서 성장잠재력을 본 것일까. 샤브올데이를 운영하던 올데이프레쉬는 2023년까지 3개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였다. 명륜당이 샤브올데이를 인수한 후 가맹사업 관련 임원명단에 이종근(명륜당 출신)이 등재되었고, 2024년 매장수를 50개 이상 확장함과 동시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김수현을 광고모델로 기용했다. 명륜당은 명륜진사갈비를 통해 국내 최고의 고기 무한리필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있었으며,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샤브올데이의 전략을 세웠을 것이다. 

 

명륜당은 7명의 주주가 지분을 보유 중으로, 지분 35%를 보유한 도선애가 최대주주이다.  나머지 6명이 각각 11%씩 보유하고 있다. 2024년 하반기부터 명륜당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이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경기불황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외식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성장성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군다나 더본코리아 사태 등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기업의 IPO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주주들이 M&A를 통한 엑시트를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M&A를 위한 볼륨을 높이는 측면에서 샤브올데이를 인수했을 가능성이 높으나, 결국 인수자 측의 최종 목표도 IPO인 만큼 투자 의사결정에 신중을 기할 것이다. 

 

제사와 학문의 공간, 성균관

 

이전 글 <공천권을 두고 시작된, 붕당정치>에서는 문묘(문성왕묘)는 공자(제자 포함)의 위패를 모신 사당으로, 1397년(태조 6) 완성된 문묘는 성균관이 관장했다고 언급했다. 한성의 문묘는 정도전(설계)과 박자청(시공)이 만들었는데, 박자청은 황희석(조선 개국공신)의 노비 출신이었다. 태종은 박자청의 능력·근면성을 높이 사서 공조판서에 등용했고, 세종은 의정부참찬(종1품)으로 승진시켰다.

 
조선의 교육기관(성균관·향교)은 교학·존현 기능을 모두 가지고 있었는데, 문묘는 크게 다음 2개의 공간으로 구분된다.

 

대성전(大成殿, 동무·서무 포함) : 제향 공간

명륜당(明倫堂, 동재·서재 포함) : 강학 공간

서울 성균관 배치도 [출처:우리역사넷]

전묘후학(前廟後學)의 배치원리에 따라, 남북의 일직선상에 각각 대성전·명륜당을 위치시켰다. 명륜당은 강의실이었던 반면, 각각 28개의 방으로 구성된 동재·서재는 기숙사였다. 왕(내지 왕세자)가 강론하거나 입학의를 행하는 모습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기 위해, 명륜당의 좌향은 마당을 바라보지 않게 설계되었다. 이는 지방의 향교와 구별되는 성균관 만의 특징이었다. 묘우(廟宇, 위폐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건물)는 높은 자리에 자리하며, 좌우(동무·서무)에 예배대상자를 봉안했다. 성균관 대성전에 모시는 위폐는 다음과 같다. 

 
공자

4(四聖) : 증자·맹자·자사·안자

공문10 : 민손·염경·염옹·재여·단목사·염구·중유·언언·복상·전손사

송조6 : 주돈이·정이·장재·정호·소옹·주희

동반18 : 최치원·설총·안유·정몽주·김굉필·정여창·조광조·이언적·이황·이이·성혼·김장생·송시열·송준길·박세채·김인후·조헌·김집

 

빛 좋은 개살구, 가맹

 

가맹(加盟, 동맹에 가입함)은 과거 무역동맹이나 연합체에 가입하는 것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본사에 가입하여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말로 사용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가맹사업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가맹본부가맹사업자로 하여금 자기의 상표·서비스표·상호·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원재료·부재료 포함)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통제를 하며

가맹점사업자는 영업표지의 사용과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교육의 대가

가맹본부에 가맹금을 지급하는 계속적 거래관계를 말한다.

 

가맹점주가 가장 신경써야 하는 초기투자비(창업비용)는 인테리어·집기 비용으로, 기본비용(가맹비·교육비·오픈지원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샤브올데이 인테리어(의탁자·주방집기 포함) 비용은 4.3억원(80평 기준)에 달하는데, 생략된 비용목록도 많다. 인테리어가 말 그대로 눈에 보이는 부분만을 의미하는 것이니, 추가적으로 투입할 비용도 신경써야 한다. 디테일에 악마가 있다. 박리다매로 억대의 창업비용을 언제 엑시트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갑자기 경쟁브랜드가 등장한다면, 투자금 회수는 더 요원해질 것이다.

 

운영 측면에 있어서도 오픈 초기에 최고 매출을 찍은 이후, 매출이 줄어들면서 높은 고정비로 인해 적자구간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반 프렌차이즈 본사는 대기업과 다르다. 에슐리(이랜드)나 빕스(CJ)는 주로 직영점 형태로 운영되기에, 본사가 마진·고정비 관리를 철저히 한다. 대기업은 식자재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지만, 일반 프랜차이즈 본사는 시스템적으로 가맹점주의 비용관리를 해주기 어렵다. 오히려 본사의 마진은 가맹점의 비용(손실)로 커버될 가능성이 있는데, 본사·가맹점주 간의 관계는 동반자이면서 밸류체인의 건너편에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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