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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금융투자

환상을 심어주는, 폰지

by Spacewizard 202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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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월 이준석(개혁신당 의원)이 국민연금 개혁안을 폰지사기로 비유·비난하면서, 23년 동안 총 1.1억원 이상 수령한 사례를 들었다. 납부액(657만원)의 18배 가량을 기수령하였고, 앞으로도 사망시까지 수령하게 될 것이다. 물가상승률·소득재분배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수혜라고 생각된다. 솔직히 40대들도 20년 후의 국민연금에 대한 별 기대가 없는 상황인데, 미래세대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짊어지게 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득재분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에서 끝을 내야 하는데, 눈 앞의 정치적 이익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진 정치인·관료들에게 이러한 부분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미래세대(후납투자자)의 돈으로 과거세대(선납투자자)의 원리금을 빼준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국민연금은 폰지사기 구조 중에서도 악질에 해당될 수 있다. 원금은 물론 과도한 이자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가는 기업·개인과는 다른 목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기에, 이를 폰지사기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한 발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양극화와 세대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래세대의 입장·의견·감정을 충분히 담을 필요는 있다.

 

환상을 심어주는, 폰지구조

 

폰지구조(Ponzi Scheme)신규 투자자들의 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하는 방식의 다단계금융으로, 찰스 폰지의 사기케이스가 가장 유명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폰지는 금융사기수법의 시초로, 이후 현재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기수법이 등장해왔다. 주로 위험이 거의 없이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계획을 설명하는데 사용하기에, 갑자기 지인이 투자설명한다고 나타나면 상당히 높은 확률도 폰지구조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들에게 짧은 시간 내에 높은 수익을 약속하며, 실제로는 사업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폰지구조는 거액의 투자금·보증금에 기반한 다음의 2가지를 약속한다.

투자금·보증금의 만기상환
고정적인 기간수익

 

어느 정도 거액이 수금되었거나 자금부족으로 폰지구조가 깨질 것이 예상되면, 폰기기획자는 잠적하게 된다. 폰지조직 내부는 다단계 형식의 직급이 있으며, 직급별로 수수료율도 다르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폰지

1882년 찰스 폰지(Charles Ponzi)는 이탈리아의 어느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유년시절에 가세가 기울었다. 하지만 폰지는 저축(절약)성향보다는 소비(투기)성향이 더 강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대학시절 부유한 친구들과 어울리며 유흥에 많은 돈을 소진했다. 투기성향 그 자체를 좋다 안좋다로 평가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타고난 기질이며 재산 규모에 따라 투기의 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투기는 보유자산 대비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는 경우로, 한번의 실패는 여생의 고통(가난·우울·고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1900년 전후 많은 이탈리아 청년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1903년 폰지도 가족의 권유로 보스턴으로 가게 되었다. 폰지는 도미하는 선상 위에서 가진 돈을 탕진하였는데, 선상도박에서 투기성이 발휘되었던 것이다. 미국 동부해안 지방에서 여러 일을 하며 전전하다가 웨이터로 승진을 했지만, 오래 못가서 해고된다. 고객에게 거스름돈을 덜 준 것이다. 폰지는 4년 동안 미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1907년 캐나다(몬트리올)로 건너가 자로시은행(Banco Zaossi)에 취업했다.

 

이민자를 상대로 한 사기, 자로시은행

 

자로시은행은 1907년 루이지 자로시(Luigi Zarossi)가 설립한 이탈리아계 은행으로, 이민자 커뮤니티가 주고객이었다. 당시 자로시은행은 6% 가량의 고금리로 급성장을 하고 있었는데, 이는 타은행 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이었다. 이 때 폰지는 자로시은행의 영업비밀을 알게 되었는데, 신규 예금자의 돈으로 기존 예금자에게 이자를 지급했던 것이다. 자로시은행은 폰지구조로 운영되었고, 폰지는 자로시은행의 영업비밀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이다. 실제 투자와 그로 인한 수익은 거의 없었으며, 부동산대출채권이 부실화된 상태였다. 이민과 관련하여 자주 듣는 얘기 중에 다음의 말이 있다.

"이민 가면 한국사람 조심해라"

 

어피니티 사기(affinity fraud)특정 집단·공동체(국가·직업·종교·인종) 내에서 발생하는 사기수법이다. 비슷한 배경을 가진 사람을 쉽게 신뢰하는 경향을 악용하여, 큰 투자·거래를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이민자 커뮤티니에서 자주 발생하는데, 이는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한 지식이나 언어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잘못된 행동의 악순환, 오랜 수감생활

 

1908년 자로시은행은 망했지만, 자로시는 거액의 고객자금을 가지고 멕시코로 도주했다. 폰지는 자로시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자로시의 남겨진 가족을 챙겼다. 이 때 폰지는 수표위조 혐의로 체포되어 3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었는데, 아무도 없는 고객(캐나디언 웨어하우징)의 사무실에서 수표장부를 조작했던 것이다. 감옥에 수감되었음에도, 이탈리아의 가족에게는 감옥에 취직한 것으로 거짓말을 했다. 1911년 폰지는 캐나다 감옥에서 석방되었지만, 미국에서 이탈리아인 밀입국 사기 에 연루된 혐의로 애틀랜타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당시 같이 수감되었던 찰스 모스로부터 사기아이디어를 전수받았는데, 그 역시 폰지에게는 매우 익숙한 폰지방식이었다.

폰지 머그샷

1919년 폰지는 보스턴 사무실을 열고, 유럽의 지인들에게 광고사업 아이디어를 홍보했다. 만국우편연합의 국제반신우표권의 차익을 이용하여 투자자들에게 45일 내에 50%의 이익을 약속했는데, 만국우편연합(UPU)의 국제반신우표권(IRC)은 국가 간 우편요금 차이로 인해 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투자자들을 만족시켰지만, 얼마 못가 우편사기 혐의로 12년형을 선고받았다. 1934년 폰지는 출소와 동시에 이탈리아로 추방되었고, 이탈리아에서 사기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말년에는 통역가로 일했다고 하다가, 1949년 67세의 나이로 브라질(리우데자네이루)에서 사망했다.

 

장영자는 1983년 어음사기(7천억원 규모)로 수감된 이후, 40년 가까이 총 5번 수감되었다. 출소·재범을 반복하던 장영자는 2025년 81세의 고령에 위조수표 사용 혐의로 법정구속되었다. 일생을 살면서 한번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되면, 빠져 나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일인듯 하다. 운명이란 것이 정해져 있다면, 사주팔자가 좋지 않은데다가 대운까지도 도와주지 않은 격일 것이다. 이럴 때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 후 욕심을 내려 놓은 채로 수성하면 좋겠으나, 이 또한 그들의 운명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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