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오면서 브레빌 커피머신을 구매했으니, 벌써 7년 넘게 사용 중이다. 아니 중간에 기종을 한 번 변경했던 것 같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커피머신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가, 1년 전 커피에 조예가 깊은 지인으로부터 커피머신에 대한 잡다한 얘기를 접한 후부터 집에서 추출하는 커피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낭만으로 충만한 지인은 20세 가량의 연상이지만, 17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와인을 비롯한 맛집을 함께 찾고 있는 소울메이트이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만성위염이라고는 하지만, 위에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가급적 디카페인을 마실려고 한다. 스타벅스 라떼는 숏사이즈에 샷추가가 제맛인데, 이제는 그 강력한 맛을 가끔씩 즐기고 있다. 그 동안 별 생각없이 마시던 커피의 각성(카페인) 대신에, 커피 추출의 묘미와 역사에 대해서 관심이 더 생긴 것은 사실이다.
커피맛의 균일을 가져 온, 머신
에스프레소 머신은 3가지(전자동·반자동·수동)으로 구분되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는 다음과 같다.
필립스 세코(Philips Saeco) : 이탈리아
드롱기(Delonghi) : 이탈리아
유라(Jura) : 스위스
브레빌(Breville) : 호주
라마르조코(La Marzocco) : 이탈리아
WMF : 독일
가찌아(Gaggia) : 이탈리아
시메(Cime) : 이탈리아
1981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세코(Saeco)는 혁신적인 기술력을 선보였는데, 1985년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2009년 7월 필립스(네덜란드)가 세코를 인수·합병하면서, 필립스 세코(Philips Saeco)가 만들어졌다. 2010년 필립스 세코는 최고급 에스프레소 머신 5종을 출시하면서 한국시장에 진출했는데, 진출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시장점유율 1위(30%)를 차지했다. 필립스 세코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많은 특허기술을 보유 중인데, 세코추출시스템(SBS), 세라믹 분쇄기, 추출 전 처리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수 년 전 회사동료의 결혼선물로 브레빌 커피머신을 선물해 준 적이 있는데, 당시 선물 받는 이가 직접 선택했던 브랜드였다. 1932년 빌 오브라이언(Bill O'Brien)과 해리 노리스(Harry Norville)은 호주에서 브레빌(Breville)을 창업했는데, 참고로 브레빌은 창업자 2명의 성을 결합한 것이다. 초창기에는 라디오 군사장비를 주로 제조했으나, 이후 주방가전의 혁신이라 불릴 만큼 인기제품을 개발·출시하게 된다. 21세기 들어서는 커피머신 부문에 집중하면서, 가정에서도 전문 바리스타 수준의 커피를 제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유명하다.
라마르조코는 상업용 머신으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가정용 모델(리네아 미크라)도 출시하고 있다. 1939년 수평형 보일러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면서 그룹헤드를 더 많이 장착하고 작동방식을 단순화했다. 온도·압력을 유지하는 기술력은 연속추출시에도 일정한 맛을 제공한다. 디자인 면에서도 이탈리아 특유의 감각적이고 세련된 디자인과 스테인리스 스틸의 견고함을 갖추고 있다.
드롱기는 성능별로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을 제공하는데, 특히 마그니피카 모델이 가정용으로 인기가 많다. 유라는 프리미엄 전자동 브랜드로, 고급 가정용 자동머신의 탑티어로 평가받고 있다. 가찌아는 피스톤 방식의 머신을 통해 크레마가 있는 에스프레소를 가능하게 했으며, 시메는 가성비를 내세우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집에서 추출하는, 커피
가정에서는 표준화된 에스프레소 추출과정을 거치는데, 다음과 같다.
계량 : 저울 20g(종이컵)
분쇄 : 자동 그라인더
도징(dosing) : 포타필터 담기
디스트리뷰션(distribution) : 니들
레벨링(leveling) : 레벨링툴로 평탄화
탬핑(tamping) : 누르기
에스프레소 추출의 최대 목표는 채널링을 방지하는 것이다. 그라인딩된 원두를 포터필터에 받게 되면 높이가 들쭉날쭉하게 되고, 높은 쪽의 밀도가 더 높게 형성되어 추출시에 채널링이 발생한다. 채널링(channeling, 편추출)은 물이 균일하게 흐르지 않는 현상으로, 주로 커피가루가 가장 많이 쌓인 중앙부에 비해 밀도가 약한 주변부로 물이 흘러내리는(튀는) 현상을 말한다. 밀도가 높은 중앙부는 과다추출, 밀도가 낮은 주변부는 과소추출로 쓰고 탄 맛이 날 수 있다.
레벨링 전의 중요한 작업이 디스트리뷰션인데, 이는 그라인딩된 원두의 입자크기가 일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채널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가령 그라인더의 특성·노후화로 인해 작은 커피입자들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 디스트리뷰션은 도징된 원두입자의 분포를 최대한 고르게 재정렬하는 작업으로, 흔히 칠침봉이라 부르는 니들을 사용한다. 니들수가 꼭 7개가 아니더라도, 칠침봉이라 불린다.
레벨링툴은 채널링을 방지하기 위해 커피퍽 윗면을 평탄화하는 도구로, 결국 레벨을 맞춰서 균일한 밀도를 만들기 위함이다. V자형 타입의 레벨링툴이 텐테이션(톱니) 타입보다 더 효과적인데, 이는 텐테이션 타입이 더 많은 면적을 누르기 때문이다. 탬핑을 마친 후에는, 약한 충격도 크랙을 유발하여 채널링을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디스트리뷰션-레벨링-탬핑의 성과는 커피머신 전면부에 장착된 압력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침의 기분을 좌우하는, 원두
커피는 원두의 종류와 추출방식에 따라, 대략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아라비카(Arabica) 종 : 부드러운 맛, 풍부한 향
로부스타(Robusta) 종 : 쓴맛
리베리카(Liberica) 종 : 스모키·묵직한 맛
아라비카는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고급품종으로, 카페인 함량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로부스타는 30% 가량의 생산량을 차지하는데, 카페인 함량이 높다. 리베리카는 아라비카·로부스타의 중간에 가까운 맛을 가지는데, 재배가 어려워서 전체 생산량의 1% 가량에 불과한 희귀종이다. 아라비카 원두의 주요 종류는 다음과 같으며, 익숙한 이름이 많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Ethiopian Yirgacheffe)
케냐 AA(Kenya AA)
과테말라 안티구아(Guatemala Antigua)
콜롬비아 수프리모(Colombian Supremo)
브라질 산토스(Brazilian Santos)
코스타리카 따라주(Costa Rica Tarrazu)
자메이카 블루마운틴(Jamaica Blue Mountain)
하와이 코나(Hawaiian Kona)
인도네시아 만델링(Indonesian Mandheling)
이탈리아어 에스프레소(espresso), 빠르다)는 전용기계에서 원두가루를 뜨거운 물로 고압으로 압축하여 추출한 진한 커피이며, 에스프레소를 재료로 활용하여 다양한 종류의 커피제품(대부분 이탈리아어)이 만들어 진다.
아메리카노(americano, 미국사람) :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음
라떼(latte, 우유) : 에스프레소·우유(1:1 비율)
카푸치노(cappuccino) : 에스프레소·스팀우유·우유거품(3:1:1 비율)
카페모카(mocaccino, caffè mocha) : 에스프레소·우유·초콜릿
카푸치노는 카푸친 수도사가 입는 갈색 옷에서 유래되었는데, 커피 윗부분에 하얀 우유 거품이 있다. 모카(mocha)는 예멘의 모카항구에서 유래되었는데, 과거 모카항구에서 거래되었던 커피원두(모카빈)에서는 특유의 초콜릿 향이 났다고 한다. 과거 모카커피의 맛과 향을 재현하기 위해, 현대에 와서는 초콜릿 시럽을 첨가하게 된 것이다. 이전 글 <어디서든 독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곰팡이>에서는 16세기 아랍상인들이 에티오피아에서 커피콩을 수입하여 예멘의 모카항구를 중심으로 판매했었다고 언급했었다.
드립커피는 원두를 갈아 여과지에 넣고 물을 부어 내려 마시는 커피로, 고온에서 압착하는 에스프레소보다 맛이 연하다. 콜드브루는 우려낸 커피로, 차가운 물에 담군 커피가루에서 원두의 맛·향이 서서히 나오게 된다. 콜드브루의 가장 큰 특징은 쓴맛과 카페인 함량이 적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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