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예금보험공사(예보)는 MG손해보험(MG손보) 매각과 관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하였으나, 2025년 3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공식적으로 반납하면서 MG손보의 4번째 매각시도가 무산되었다. 이전 글 <부실금융을 정리하는, 예보>에서는 이미 2025년 1월 메리츠화재가 실사과정에서 노조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칫 정리·청산·파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었다.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와 관련하여, 전 직원의 10% 고용승계와 함께 250억원 수준의 비고용 위로금을 제시했다. 이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거래 치고는 나름 성의있는 제안이라고 볼 수 있수도 있지만, 노조는 그렇지 않았나보다.
MG손보는 7년 전 금융당국의 시정조치를 처음 받은 이후, 2년 전부터 매각절차를 진행해오고 있다. 매각절차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경영환경과 건전성 지표는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을 것이다. 아마도 청산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어 보이는데, 국내 첫 보험사 청산사례가 될 것인지가 궁금하다. 지인 중 한 명은 2000년대 중반 그린손해보험에 가입한 1세대 의료실비보험을 유지하고 있는데, MG손보가 청산되면서 의료실비보험이 강제해지되지 않을까 우려가 큰 상황이다.
국내 최초 P&A 손보사, MG손보
1947년 하원준 국제손해재보험을 설립했으나, 창립 6개월 만에 이한원(동아상사 사장)이 회사를 인수하여 1949년 원보사로 업종을 전환했다. 하원준은 1946년 대한화재를 창립한 부산 출신 부호이다. 1963년 이필석(전 한국산업은행 총재)가 2대 주주로 참여한 후 1965년 국제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1980년 이경서(이필석 차남)을 중심으로 2세 경영체제를 확립했다. 1938년 한국자동차보험의 독점체제가 해제되면서, 국제화재도 업역을 확장했다. 자동차보험업(1983년)·개인연금보험(1994년)·퇴직연금보험(1999년) 업무를 순차적으로 실시했다.
1962년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가 설립되면서 국내 자동차 손해배상책임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968년 여러 손보사들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는 한국자동차보험으로 법인전환되었다. 1983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자동차보험을 독점사업영역으로 지정한 후, 정부의 자동차보험 정상화 대책에 따라 민간기업들이 자동차보험에 참여하는 다원화가 이뤄진다. 한국자동차보험은 동부화재해상보험을 거쳐, 현재 DB손해보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1년 3개의 손보사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는데, 대한화재·국제화재·리젠트화재였다. 금융당국은 국제화재의 임원업무정지와 함께 매각을 추진했다. 2002년 근화제약(극동유화 계열)이 국제화재를 인수한 후, 그린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2004년 2대 주주가 된 이영두는 2007년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2008년 그린손해보험으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사명을 바꿔 영업한지 3년이 지난 2011년, 그린손보는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었다. 새마을금고(자베즈파트너스 컨소시엄 재무적투자자)가 그린손보의 자산·부채를 이전받은 후, 2013년 MG손보로 사명을 변경했다. 손보사로는 최초의 P&A방식의 정리였다.
부실의 늪에 빠진, JC파트너스
MG손보는 영업을 개시한 지 5년 만에 다시 부실화되면서 금융당국의 조치를 받게 된다. MG손보에 대한 금융당국의 조치경과는 다음과 같다.
2018년 5월 : 금융위 경영개선권고 조치, RBC 80%대
2018년 10월 : 금융위 경영개선요구 조치, 유상증자 미이행
2019년 6월 : 금융위 경영개선명령 조치, 유상증자 미이행
2020년 4월 : PE(JC파트너스) 인수
2020년말 : 경영실태평가(4등급, 취약)
2021년 7월 21일 : 금융위 경영개선요구 조치
2021년 8월 31일 : 경영개선계획 제출
2021년 9월 29일 : 금융위, 불승인
2021년 10월 29일 : 경영개선계획 제출(2차)
2021년 11월 24일 : 금융위, 조건부 승인
2021년 12월 31일 : 유상증자(100억원) 미실시로 불승인 처리
2022년 1월 26일 : 금융위 경영개선명령 조치
2022년 3월 2일 : 경영개선계획 제출(3차)
2022년 3월 30일 : 금융위, 불승인
2022년 4월 13일 : 금융위, 부실금융기관 결정(임원 업무집행정지 및 관리인 선임 조치)
2018년 새마을금고중앙회(MG손보 대주주)는 2,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거부하면서, 적기시정조치가 상향되었다. 2019년에도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다가, 2020년 4월 JC파트너스가 대주주(지분율 95%대)가 되면서, 1,980억원(유상증자 1,000억, 후순위채 발행 980억) 규모의 자본확충이 이뤄지면서 RBC비율이 정상화(170%대)되었다. 하지만 COVID-19 여파로 인한 투자영업이익 감소와 손해율 상승은 다시 RBC를 급감시키면서, 금융위는 다시 적시시정조치가 내렸다. MG손보는 경영개선요구 이후 2차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였고, 경영개선명령 이후 1차례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했다.
금융위는 3차례의 경영개선계획을 전부 불승인 처리하면서,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배경에는 자본잠식(2022년 2월말, 부채 1,139억원 초과)과 자본확충(1,500억원) 미이행이 있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제2조제2호에서는 다음과 같이 부실금융기관을 정의하고 있는데, 부실금융기관 지정 결정은 2014년 골든브릿지저축은행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이다.
가. 경영상태를 실제 조사한 결과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금융기관이나 거액의 금융사고 또는 부실채권의 발생으로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여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 명백한 금융기관으로서 금융위원회나 「예금자보호법」제8조에 따른 예금보험위원회가 결정한 금융기관. 이 경우 부채와 자산의 평가 및 산정(算定)은 금융위원회가 미리 정하는 기준에 따른다.
MG손보가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의 관리체제하에 놓이면서, JC파트너스(MG손보 대주주)는 금융위를 상대로 부실금융기관 지정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5월 서울행정법원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여 기각결정하였으나, 2심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금융위의 처분이 정당하다고 인용결정을 했다.
사업 자체를 계속할 수 없거나, 중대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라고 볼 수 없다
이후 금융당국은 관리인(금감원 3명, 예보 1명, MG손보 등기임원 1명)을 구성하여 금융사고 방지체계를 운영하고, 유동성(보험금 지급, 자금수급 등) 현황 점검과 정리절차(공개매각 등)를 조속히 진행하면서 계약자의 보험계약 가치가 유지해 왔다. 관리인 체제에 진입한 금융당국의 즉각매각방침에 맞춰 예보는 매각용역(회계자문·법률자문·매각주관)을 체결하면서, 관련법규(예금자보호법·금산법·국가계약법)에서 정하는 절차절차에 따라 매각을 진행하게 된다.
최대주주JC파트너스도 매각절차의 속도를 높일 수 밖에 없는데, 원매자와의 사적거래로 인수가격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아무래도 예보 주도의 P&A 매각으로는 대주주 투자금 회수가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각주도권을 잡은 금융당국이 JC파트너스의 매각절차에 비협조할 가능성이 높으며, 공개매각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 사적거래로 높은 거래가를 지불할 원매자가 나설 가능성도 낮다.
2023년 1월 : 1차 공개매각(예보) 예비입찰 유찰(무응찰)
2023년 8월 : 2차 공개매각(예보) 예비입찰 유찰(단독응찰)
2023년 1월 : 3차 공개매각(예보) 예비입찰 2개사 응찰
2024년 6월 : 3차 본입찰 유찰(무응찰)
2024년 7월 : 3차 재공고 본입찰 유찰(3개사 무적격)
2024년 8월 : 3차 수의계약 전환
2024년 10월 : 2개사 최종인수제안서 제출
2024년 12월 : 메리츠화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국내 최초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
19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무역이 활성화된 조선에도 보험개념이 들어왔다. 1891년 제국생명(일본)이 부산에 대리점을 설치한 이후, 이후 여러 일본계 보험사들이 조선으로 진출했다. 1921년 한상룡(한성은행 전무)가 조선생명보험를 설립했는데, 국내 최초의 민족계 민간보험사이다. 본점은 한성은행 경성사무소였다. 조선생명은 해방 이후 영업이 정지되었는데, 일제강점기 내내 일본계 경쟁사에 비해 사업실적은 미약한 수준이었다고 한다. 해방 이후 생명보험업계는 1946년 설립된 대한생명이 이끌어 왔다.
조선생명이 설립된 이듬해인 1922년 조선식산은행이 황금정에 조선화재해상보험를 설립했는데, 국내 최초의 손해보험사다. 이전 글 <공주댁 근처의 공간 변천, 소공동 롯데부지>에서는 구리개를 1914년 황금정을 거쳐, 1946년 을지로로 개칭되었다고 언급했었다. 1935년 조선화재는 태평로 사옥을 신축하면서, 본점을 이전했다.
해방 후 조선화재는 미군정에 귀속되면서 공기업이 되었고, 1950년 동양화재해상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1959년 이화학당에 인수되면서 민영화되었다가, 1962년 동방생명으로 경영권이 인수되었다. 이듬해 1963년 삼성그룹이 동방생명을 인수하였으나, 4년 후인 1967년 한진그룹에 매각했다. 이는 삼성그룹 내 손해보험사인 안국화재(현 삼성화재)과 업역이 중복되었기 때문이다. 2005년 한진그룹이 계열분리를 진행하면서, 메리츠화재로 사명이 변경되었다. 2023년 메리츠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마지막 기회였던 메리츠화재와의 협상기회를 용감하게 거부한 MG손보 노조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어쩌면 정부가 여차저차 살려주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최근 노조에 대한 생각이 많은데, 특히 비상경영체계나 PE 지배체계에서는 노조의 과감한 활동이 파국을 가져올 수 있다. 2024년 12월부터 홈플러스 직원들이 대통령 탄핵 뱃지를 부착한 채로 고객을 맞이한 사건이 있었는데, 얼마 뒤 최대주주 PE는 선제적 기업회생을 신청하고 만다. 노조(마트산업노동조합)가 뱃지운동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결국 노조와 함께 홈플러스 직원의 상당수도 일자리를 잃고 집으로 가야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너를 알고 나를 안다)에서의 핵심은 지피(知彼)라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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