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역 동편에 위치한 한국교통대학교는 철도에 관한 학문을 가르치는 단과대학으로, 1905년 일제가 개설한 철도이원양성소에서 시작되었다. 서울에 올라온 지 8년이 지날 때까지, 의왕이라는 도시는 낯설었다. 의왕이라는 지명을 처음 접한 계기는 백운호수였는데, 안양 평촌을 자주 방문하면서 백운호수를 들릴 기회가 간혹 있었기 때문이다. 1호선 의왕역 일대(군포·의왕·수원 접점)가 일제강점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철도중심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
현재 위례과천선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돌입하면서 주목받고 있는데, 과거 위례과천선의 미실현 버전으로 볼 수 있는 남부순환철도의 종점이 의왕역이었다. 1993년 남부순환철도계획이 폐지되면서, 서울시로 환원된 철도부지는 공터·주차장으로 이용되었다. 참고로 남부순환철도계획 이전에도 양재·남양주를 연결하는 철도계획이 있었는데, 영동개발을 전후로 노선이 영동을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헌릉로·복정역 일대에 위치한 국정원·군부대의 반대로 무산되었다고 한다. 일희일비가 무색하게, 조만간 복정역은 4개 노선(8호선·분당선·위례선·위례과천선)이 지나는 환승역이 될 예정이다.
영동개발 전 : 양재-잠실-남양주
영동개발 후 : 양재-헌릉로-복정역-남양주
과거 철도의 도시, 의왕
1905년 1월 경부선이 개통되면서, 부곡역(현 의왕역)이 생겼다. 1943년 철도국(조선총독부 산하)은 현재의 의왕역 일대를 철도기지화한 후, 철도국 종사자를 위한 소규모 신도시를 계획했다. 철도기지 동편에 관사단지(100여동, 200세대)를 조성돠었고, 1944년 부곡관사로 이주해 온 용산 근무자들의 통근편의를 위해 수원역·군포역 사이에 부곡역(2004년 의왕역 개명)을 신설했다. 당시 의왕 철도관사촌을 중심으로 자연스레 마을과 철도 관련 시설이 자리잡았다. 철도기지·철도관사는 당시 교통국의 중추였던 용산·경성지구의 배후기지로 구상된 것이라고 한다.
1964년 부곡역은 간이역에서 보통역으로 승격했고, 1974년 전철이 개통되면서 철도화물기지가 준공되었다. 이후 철도박물관, 한국교통대학교(구 한국철도대학),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철도공사 인재개발원 등의 철도시설이 집적되었다. 1999년부터 부곡역에는 일반열차의 정차가 중단되었고, 2004년 부곡역에서 의왕역으로 개칭되었다.
위례과천선의 전신, 남부순환철도
문정역(서울지하철 8호선) 3번 출구로 나와, 길 건너 편을 바라보면 선형의 문정근린공원이 보인다. 2011년 서울시는 남부순환철도의 철도부지 일부를 문정근린공원로 조성했는데, 지적편집도상 지목은 철(철도용지)이다. 주택가가 들어서기 전에, 이미 철도가 부설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문정근린공원을 바라보면, 녹지 속에서 기차를 상상하게 된다.남부순환철도는 남부순환선·남부교외선으로도 부르며, 크게 다음 2개의 시기로 구분된다.
1기 계획(1965년) : 오류동-안양-반포-왕십리
2기 계획(1978년) : 부곡-오봉-청계-과천-염곡-잠실-암사-토평-도농
(변경) 부곡-오봉-청계-과천-염곡-영동(개포)-송파(문정)-강동(고덕)-토평-도농
예나 지금이나 철도계획은 생물처럼 쉽게 변하며, 삽을 퍼기 전에는 확신할 수 없는 사업이다. 서울도심을 관통하는 1기 계획은 도로시설 등으로 전환되면서 종료되었고, 1970년대 들어 영동개발과 남부화물기지 건설계획이 맞물리면서 계획노선이 변경되었다. 원래 염곡-잠실-암사로 계획하면서 한강 쪽에 가깝게 구상했으나, 좀 더 외곽으로 배치시켜 영동을 우회하는 노선으로 변경한 것이다. 경향신문 1978년 6월 2일자 기사에서는 남부순환철도(남부교외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도농~부곡 간 전철 건설계획은 날로 늘어나는 물동량에 비해서 서울 도심권에 있는 청량리역(중앙선)과 용산역(경부선)의 하역능력이 이미 한계에 다다라 이를 외곽으로 분산하고 서울을 둘러싼 교외선망을 형성, 수송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수도권 전철화 3단계 계획으로 철도청과 협의, 현재 강북지역의 교외선과 같은 기능을 감당할 남부교외선을 건설키로 한 것이다. 또 오는 1985년까지 완공할 목표로 착공을 서두르고 있는 지하철 3·4·5호선이 완공될 경우 지하철과 연계수송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강남지역 종점과 경유지를 연결했다.
이 전철이 완공되면 서울역~수원역 간, 청량리역~도농역 간, 도농역~부곡역 간의 전철구간으로 교외순환선을 이루게 되어 현재 용산, 청량리, 서울역 등 서울시계 안에서 처리되 화물은 물론 여객을 경부선 부곡역을 중심으로 집결, 서울시가 추진해 온 기능분산의 효과를 꾀하게 되고 제2정부종합청사가 세워지는 과천과의 교통도 원활해지게 된다.
남부순환철도의 건설목적은 강남지역 교통망 증진이었는데, 당시 강남지역을 지나는 도시철도는 지하철 2호선 밖에 었다. 또한 남부순환철도를 바탕으로 문정·가락·오금 등의 지역을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남부순환철도는 여객 외에 물류를 목적으로 계획되었는데, 강원도(태백·영동)에서 실려 오는 산업물자를 서울시내를 관통하지 않으면서 남부화물기지로 운반할 목적이었다.
1984년 7월 화물업무를 시작한 오봉역(의왕)은 남부화물기지선 종착역으로, 대형 컨테이너를 옮기기 위한 철도기지가 있었다. 오봉역은 여객을 위한 역이 아니라, 컨테이너·시멘트·철강을 운송하는 화물열차가 정차하는 종착지이다. 남부순환철도는 서울시내으로 진입하는 대신 우회철도를 통해 화물열차를 이동시키려는 계획이었다. 또한 부곡개발이 계획되었는데, 부곡역에 용산 역무원이 묵을 수 있도록 삼각형 철도단지 조성과 군포 남쪽의 대규모 종합화물터미널이 그것이다.
때를 놓치면 퇴색되는, 철도계획
1980년대 후반 1기 신도시 계획과 함께 여러 철도계획(일산선·과천선 등)이 등장하면서, 철도부지까지 확보했던 남부순환철도사업은 난관에 부딪힌다. 부곡역-과천 구간은 과천선과 일부 겹친다는 이유로 배제되면서, 남부순환철도는 과천-개포-문정-고덕-도농역으로 축소되었다. 이후 한강 이남을 지나가는 서울지하철(3호선, 5호선, 8호선)이 개통되면서 남부순환철도는 존재는 점차 퇴색되었다. 결국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 포함되었던 남부순환철도 건설계획은 1991년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에서 삭제되었고, 1993년 취소되었다.
참고로 국토종합계획은 국토 전역을 대상으로 하여 국토의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종합계획으로, 헌법과 국토기본법에 근거하여 20년을 단위로 하여 수립되는 최상위 국가공간계획이다. 지금까지의 국토종합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 : 1972~1981년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 : 1982~1991년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 : 1992~2001년
제4차 국토종합계획 : 2000~2020년
제5차 국토종합게획 : 2020~2040년
남부순환철도의 대안, 위례과천선
남부순환철도의 대안으로 제3차 국가철도망계획에 포함된 사업이 위례과천선(광역철도)이다. 철로계획은 종점 간의 방향에 따라 다음 2가지로 구분된다.
방사형 : 외곽과 중심(도심) 연결
순환형 : 외곽과 외곽 연결
일반적으로 순환형 노선이 방사형 노선에 비해 수요가 적기에, 사업성·우선순위가 낮은 경향이 크다.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 대책에는 다음과 같이 방사형·순환형이 모두 포함되었었다.
위례신사선 : 방사형(위례-강남)
위례과천선 : 방사형(과천-압구정) + 순환형(위례-과천)
위례과천선은 제3·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포함됐지만, 과천·위례를 직선으로 잇는 노선으로는 사업성이 부족했다. 2021년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국토부에 변경노선(Y자형 분기)을 반영한 제안서를 제출했고, 정부는 제안서 검토와 지자체 협의를 거쳐 2022년 9월 민자적격성 조사(KDI PIMAC, 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착수했다. 하지만 조사 과정에서 여러 여건의 변화(원자재 가격 급등, 양재첨단물류단지 개발 등)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국토부·대우건설은 사업계획 보완을 거치면서 2024년 11월 민자적격성을 통과했다.
이후 절차는 전략환경영향평가와 민간투자심의위원회(기획재정부)이 남게 된다. 2025년 중 제3자 제안공고를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2026년 중 착공한다면 2031~2032년경에 준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Y자형 노선은 광역철도(과천·강남)와 도시철도(위례·강남)의 성격을 동시에 강화시켰다.
1960년대 말 계획된 강남은 대로(大路)들이 십(十)자형태로 지나가는 격자형 도로망을 가지고 있는데, 도로교차점에는 지하철역이 위치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방향 철로(신분당선·분당선)는 동서방향 철로(7,9,2,3호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어서, 강남으로 통근하는 시민들의 교통편의를 위해서라도 영동을 관통하는 남북방향 노선은 필요했다. 위례과천선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압구정을 종점으로 논현로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위례과천선 강남구간(강남구)은 3개의 환승역(학동·언주·역삼)이 생기게 되고, 역삼역이 환승역이 되면서 테헤란로의 4개역(강남·역삼·선릉·삼성) 모두가 환승역이 된다. 양재전화국 교차로에서도 매봉역과 환승역을 기대해 볼수도 있다. 선 하나 그었을 뿐인데, 화룡점정이다.
현재 중앙선 화물열차는 망우-청량리 구간에서 선로포화 문제를 겪고 있다. 남부순환철도가 계획대로 개통되었다면, 화물열차 우회를 통해 선로포화 문제가 다소 해소되었을 수도 있다. 여객 측면에서도 의왕·안양·과천에서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지금보다 조속히 개선되었을 것이다. 1983년 서울지하철 3호선을 양재역에서 연장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탄천 부근(대청역 추정)에서 남부순환철도와의 환승계획도 발표했다고 한다. 위례과천선이 오래 전 남부순환철도가 목표했던 강동(문정·거여·마천·고덕)으로의 접근성 개선 뿐만 아닌 더 복합적인 시너지를 내줄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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