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이후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 주가가 급등을 하면서, 사상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2년 전 쯤 자정만 되면, 스마트폰을 통해 팔란티어 주가차트를 빤히 쳐다보면 진입시기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팔란티어는 「야수의 심장」의 가진 투자자들이 접근하는 주식종목인데, 올해 순이익 전망치 기준으로 200배에 가까운 높은 주가수익비율(PER) 때문이다. 세상 높은 밸류에이션에 주가는 언제 곤두박질 칠지 모르지만, 한번 분위기 타기 시작한 이상 전통적인 지표로는 설명할 수 없는 주가급등은 계속되기 마련이다. 언제가는 붕괴하겠지만.
J.R.R. 톨킨(영국 소설가)의 판타지소설 「반지의 제왕」에서는 페아노르가 만든 7개의 천리안 돌(수정돌)을 팔란티르(Palantir)라고 하는데, 이는 「멀리 보는 넓은 시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03년 피터 틸(Thiel)를 포함한 5명은 빅데이터 플랫폼기업을 공동창업했는데, 바로 팔란티어 테크놀로지(Palantir Technologies)이다. 이 회사는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수집된 빅데이터(비정형·정형)를 통합·분석·최적화하는 도구(소프트웨어)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특히 미국 정부기관에 제공하는 서비스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밸리의 큰 축, 페이팔 마피아
1998년 스탠퍼드 대학강사 틸은 페이팔(PayPal)을 공동창업하였는데, 이는 개인·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핀테크업체(글로벌 결제플랫폼)이다. 페이팔의 공동창업자와 주변 핵심인물들은 실리콘밸리를 넘어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인맥으로 형성되었는데, 이를 페이팔 마피아(PayPal Mafia)라고 한다. 이들은 페이팔 매각 후 각자 IT스타트업을 창업·투자하면서 성공을 이어갔다. 페이팔 마피아의 대표적 인물과 창업회사는 다음과 같다.
피터 틸(Peter Thiel) : Clarium(헤지펀드), 페이스북(최초투자)
일론 머스크(Elon Musk) : 테슬라, 스페이스X, Open AI
맥스 레브친(Max Levchin) : Slide·어펌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 Yammer, 크래프트벤처스
리드 호프만(Reid Hoffman) : Linked in, Inflection AI
제러미 스토플먼(Jeremy Stoppelman) : 옐프
러셀 시몬스(Russel Simmons) : 옐프
채드 헐리(Chad Hurley) : 유튜브
스티브 첸(Steve Chen) : 유튜브
조드 카림(Jowed Karim) : 유튜브
데이브 매클루어(Dave McClure) : 500글로벌
로엘로프 보타(Roelof Botha) : Sequoia capital
페이팔 마피아는 실리콘밸리의 독특한 기업문화(창업문화·혁신)를 구축하는 주역이 되는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실험·위험감수를 반복하면서 기술적 진보를 추구했다. 안정된 경로를 선택하기보다는 미래 가능성에 투자하는 전략을 택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다. 또한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트렌드를 학습하여 신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활용하는 것을 즐긴다.
네트워킹이 잘 되는 개인·조직은 성과와 심리적 성공만족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마피아라 불릴 만큼 긴밀한 네트워크(유대관계)는 연쇄적인 성공의 기반이 되었고, 동료추천을 통한 유연한 네트워킹도 자연스럽게 인재를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경직된 조직구조를 지양하고 최대한 프로젝트 중심으로 조직을 설계하면서 성과를 냈다. 조직을 영구적으로 정착시키지 않고 해산·재조합을 통해 다른 팀의 멤버로 일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되풀이 한다.
CIA 쪽의 투자를 받은, 팔란티어
페이팔을 매각한 틸은 300만 달러의 창업자금으로 팔란티어를 창업한 후, 인큐텔(In-Q-Tel)이 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인큐텔은 CIA가 1999년 미의회로부터 2,800만달러를 승인 받아 만든 벤처캐피털로, 이후 팔란티어의 사업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5년 팔란티어와 관련된 문서가 유출되면서 일부 거래처가 노출되었다고 하는데, 미국 내 정보기관(CIA·FBI·NSA 등)이었다고 한다. 이전 글 <많지만 체계적인 미국, 정보공동체>에서는 미국의 DNI를 중심으로 한 16개의 미국 정보기관을 언급했었다. 미국의 국가정보를 비상장 민간업체가 다루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팔란티어가 제공하는 제품은 크게 다음 4가지로 구분된다.
팔란티어 고담(Gotham) : 정부부문(특히 군사·정보)
팔란티어 파운드리(Foundry) : 민간부문
팔란티어 아폴로(Apollo) : 금융부문
팔란티어 AIP(Artificial Intelligence Platform) : AI솔루션
정부를 주고객으로 하는, 팔란티어
고담(Gotham)은 영화 「배트맨」의 배경이 되는 범죄도시의 이름으로, 팔란티어 고담은 복잡한 네트워크·데이터 속에 숨겨져 있는 반정부적인 범죄행위를 탐색·예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고담은 팔란티어의 핵심서비스로, 실제 팔란티어 매출의 상당부분이 미국정부로부터 창출되고 있다. 정부기관을 위한 도구인 만큼, 국가안보 측면에서 안전성과 보안이 강조된다.
다양한 정부기관에서 담당하는 업무들(테러·군사작전·자금세탁·밀수·식품 등)을 모니터링·대응하는데 고담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최적화된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도하였으나, 막대한 비용부담으로 팔란티어와의 계약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제거작전에서 다양한 정보를 통합·분석하여 빈 라덴의 위치를 특정하는데 기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파운드리
파운드리(Foundry)는 원래 금속을 주조하는 공장을 의미하는데, 반도체 분야에서는 특정설계를 기반으로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전문제조업체로 알려져 있다. 팔란티어 파운드리는 각 산업 내 기업이 가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하나의 통합된 데이터셋으로 연결·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시간 분석을 통해 각 기업의 복잡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생산관리와 내부비리·금융사기 방지 등을 통해 기업의 투명성과 금전적 피해를 예방함으로써, 기업의 불확실성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궁극적으로 팔란티어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이를 Closed Loop Operation이라고 한다. 여기서 루프(loop)는 데이터 > 모델 > 의사결정 > 결과 > 데이터가 이어지는 순환을 의미한다.
파운드리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신속한 효율을 추구하기 위한 최적화·커스터마이징이다. 우선 모든 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면서, 특정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능은 추가적으로 맞춤제공하는 것이다. 틸의 저서 「Zero to One」에서는 초기 단계의 페이팔에서 발생하던 금융사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만든 기술이 훗날 팔란티어 파운드리 분석기술의 시작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초기에는 은행권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다양한 산업으로 확산되었다.
구독 기반의 서비스, 아폴로·AIP
아폴로(Apollo)는 고담·파운드리의 운영을 지원하는 지속적 배포시스템으로, 클라우스 인프라 관리, 소프트웨어 배포·업데이트·유지보수를 자동화하는 플랫폼이다. 고객들에게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관리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장기적인 고객관계를 지속하고 있으며, 다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핵심요소이다. AIP는 기업들이 내부 데이터를 LLM(대규모언어모델)과 결합할 수 있게 해주는 AI솔루션으로, 각 산업·기업의 특성에 맞게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아폴로·AIP는 구독모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량·기간에 따라 비용을 달리한다. 여기서 기간한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담·파운드리와의 차이를 보이는데, 고담·파운드리는 엔지니어가 계약기간 동안 고객에게 파견되어 지원하게 된다.
항상 잊지 말아야 하는, 붕괴
1984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시스코(Cisco Systems)는 네크워킹 장비와 SW분야에서 혁신을 이끌며, 1990년 중반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글로벌 네트워크 솔루션 제공업체로 급성장했다. 1990년대 후반 IT버블(닷컴버블) 기간 동안 시스코는 높은 기대감과 과도한 투자에 힘입어 높은 밸류에이션을 달성했는데, PER 205 가량에 달할 정도로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2000년 3월부터 IT버블이 붕괴되기 시작하였는데, 시스코의 주가도 불과 1년 만에 최고점 대비 85% 이상 하락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니, 주가상승의 동력은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과 이를 활용한 과잉·중복 투자였던 것이다. 이전 글 <탈옥으로 시작되는 신시대, AI>에서는 시스코의 보안테스트에서 딥시크 R1이 취약점을 드러냈다고 언급했었는데, 현재까지도 시스코는 자기분야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팔란티어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 위해 온톨로지 개념을 도입했다. 온톨로지(Ontology)는 「존재」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온토(onto)와 「논문·강연」을 의미하는 로지아(logia)가 합성된 단어로, 직역하면 「존재에 대한 학문」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그 관계를 설명할 지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를 다루는 분야로,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유래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세상을 구성하는 존재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들 간의 관계를 정의하기 위해 범주(Categories)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과거 철학적 사유에서 시작·발전해 온 온톨로지는 오늘날의 정보학·IT에서도 적용되는데, 데이터를 일관된 형식으로 통합·구조화하는 방법이다.
피터 틸의 신념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는데, 인간에 대한 영역을 남겨 둔다는 점이다. 정성적 데이터를 제공하는 AI와 정성적 의사결정을 하는 인간의 차이를 분명히 인지하면서, AI와 인간의 접점을 추구하고자 한다. 팔란티어의 역할은 데이터를 보기 쉽게 시각화하는 것에서 그치고, 이후 최종결론·의사결정은 사람이 한다. 결국 팔란티어는 AI와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 최고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빅데이터 기술에서도 구글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언제 그랬냐는듯 단기급락이 올 수 있으니.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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