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군대의 하루 행군거리는 다음과 같았는데, 30kg 이상의 완전군장한 상태에서의 이동이었다.
일반행군(Iter Justum) : 하루 25~30km
강행군(Iter Magnum) : 하루 35~40km
행군을 끝낸 병사들은 도착지에서 정규격의 카스트라(Castra, 병영·진지)를 구축해야 했는데, 매일 밤 사방에 해자를 파고 토성을 쌓은 후에야 가죽매트 위에서 취침에 들 수 있었다. 가이우스 마리우스(Gaius Marius)의 군제개혁 이후, 로마군은 보급수레 대신 병사가 직접 모든 장비를 짊어지고 행군했다. 이 때부터 로마병사들은 스스로를 마리우스의 당나귀(Muli Mariani)라 부를 정도로 군장행군에 지쳤던 것으로 보이며,
로마군의 군장을 사르치나(Sarcina)라고 하는데, 푸르카 위에 장비를 실었다. 푸르카(Furka)는 T자(내재 Y자) 모양의 나무십자가 막대로, 지게와 유사하다. 푸르카 위에 30kg 이상의 장비를 싣고 어깨로 짊어지면서 행군했는데, 그 속에는 전투식량과 파테라(취사용 청동냄비), 수통, 진지구축용 도구, 의류, 침구, 무기, 방패 등 온갖 것이 들어 있었다. 로마군인은 다음 3개의 전투식량을 통해 최소한의 에너지와 영양을 공급받았는데, 최소한의 완벽이라 표현할 수 있다.
부첼라툼(bucellatum) : 딱딱한 건빵
포스카(posca) : 식초음료
라르둠(lardum·laridum) : 절인 돼지비계
부첼라툼은 밀가루·물·소금로 만든 하드택(hardtack, 건빵)으로, 수분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오랜 시간 2번 구웠다고 한다. 물기가 없어 곰팡이가 생기지 않아 오랜 시간 보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건빵과 달리 이빨로 부셔먹기에는 너무 단단하여, 물이나 포스카에 불려서 먹거나 죽을 끊여 먹었다. 포스카는 쉰 와인(와인식초)에 물과 허브를 섞은 시큼한 음료로, 식초의 산성 성분이 고인 물의 세균·기생충을 살균할 수 있었다. 시큼한 맛이 갈증을 빨리 해소해줬으며, 비타민C 보충으로 괴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라르둠은 소금에 절여 말린 돼지비계로, 훗날 라르도(Lardo, 이탈리아 전통 베이컨)로 변형되었다. 이전 글 <그리운 미식, 동물기름>에서 라드(lard)가 비계에서 돼지기름을 정제하여 만든 기름이라고 언급했었는데, 리르둠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행군으로 땀 속의 염분과 에너지를 소모한 군인들에게 염분과 칼로리를 동시에 제공했다. 부첼라툼 위에 얇게 얹어 먹거나, 솥에 부첼라툼과 함께 넣어 짭조름한 스프나 죽 형태로 끓여 먹었다고 한다. 하드리아누스 황제는 병사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장군들도 3가지의 전투식량만 지닌 채로 행군을 시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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