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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생각보다 취약한, 신뢰시스템

by Spacewizard 2026.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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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를 보는 내내 감정이 흔들렸던 장면은 파신(김민 분)의 배신이었는데, 시즌1에서는 절대적인 신뢰관계를 갖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파신은 적으로부터 가족(아들)을 지키기 위해 동료를 배신하는 모습은 매우 현실적이었고, 인간의 약점을 이용한 쿠사나기 진(정윤하 분)의 비정한 전략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킬러들 사이에서도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지만, 쿠사니기는 이를 따를 이유가 없었다. 파신은 자신의 아들을 구출한 정진만의 신뢰·의리를 깨닫으면서 후회하게 되지만, 이미 늦었다. 정진만도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파산의 아들을 인질로 잡았기 때문이다.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낳기 마련이다.

 

이전 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배신>에서는 배신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인생은 실전이다. 인간의 신뢰시스템은 생각보다 취약하기에, 돈과 생존(특히 가족) 앞에서 쉽게 무너지게 마련이다. 절대적으로 믿었던 이의 배신은 큰 성장의 계기가 된다. 파신의 배신은 철통같은 쇼핑몰 시스템의 붕괴와 함께 동료의 죽음을 가져 왔는데, 이 과정에서 정지안(김혜준 분)은 의존적인 성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리서쉽을 갖추게 된다. 킬러의 세계에서 가장 신뢰했던 동료의 파멸(변심)은 절대적인 내편은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정진만(이동욱 분)은 어느 누구의 배신도 예측한 듯, 정진만은 누군가의 배신마저도 정지안의 시험대로 삼을 수 있는 계책을 마련해뒀다. 플랜B를 넘어 더 많은 대안들은 갖추고 있으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힘(군사력)에 굴복한 피지배국에서 많은 배신이 나타났다. 자신·가족의 안전(생존 포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조국을 배신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은 어쩌면 수월할 수 있다. 특히 피지배기간 동안은 기존의 사회구조가 와해되면서 신분변동의 기회를 찾기가 더 쉬워진다. 한국도 일제강점기(35년 이상)를 거치면서 근대화가 가속화되었고, 조선 내내 이어오던 신분제가 철저히 무너질 수 있었다.

 

지배자(권력자)에게 협력하면서 받게 되는 달콤한 대가(경제력·지위 등)는 관념적인 명분·의리를 압도할 수 있다. 이는 개인성향 차이일 수 있는데, 당장 주변만 돌아보더라도 이상주의·현실주의의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넓음을 알 수 있다. 내부에 대한 불만도 배신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흔히 조선이 망했다고 우는 백성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조선왕조는 리더쉽과 비전이 부족했다. 독립운동의 본질은 사라진 왕조가 아닌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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