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라는 단어에서 떠오르는 것이 고통과 두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되니, 죽음이 안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개인적으로 종교는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드는 자연스런 변화가 아닐까 한다. 40대는 어느 공간(직장·가정 등)에서든 책임이 가장 무거운 시기로, 끝이 없을 것 같은 의무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이러한 심리적 틈에서 죽음은 절대적인 휴식(도피처)로 여겨지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생명의 유한성에 대한 자각도 기여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기간의 기준을 '태어난 시점'이 아닌 '살아갈 시간'으로 삼는다. 상실(부모님·지인과의 이별)의 경험 또한 많아지면서, 죽음은 익숙한 개념으로 자리 잡게 마련이다. 10년 가량 나이가 많은 외사촌 형이 10년 전에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내 나이 정도되면 경사보다는 조사가 훨씬 많다
남은 경사라면 우리 딸의 결혼식 정도 있지 않을까
70대 부모님이 10~20년 내에 이 세상에서 사리질 거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허무하고 슬프다가도 자연현상으로 받아 들이는 나이가 되었다는게 신기하다.
20~30대와 달리 체력이 저하되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력이 부족해지면서, 만성적인 피로감과 함께 우울감·무기력·감정기복의 폭이 커질 수 있다. 결국 건강한 육체가 정신을 지탱한다. 그것이 나쁜 정신이든 옳은 정신이든. 일상을 유지하는 자체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될 경우, 더 이상 삶 자체가 유희가 아닌 노동으로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40대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았거나 해볼만한 것을 다 해봤을 단계이다. 그 이상의 노력으로 달라질 것이 없다는 한계를 느끼는 순간, 허무함과 함께 정체기가 밀려올 수 있다. 경쟁·자극이 멈추면서 편안함과 함께 죽음을 대하는 자세도 느슨해지는 것이다. 40대 중반에는 성호르몬의 감소도 찾아온다. 인간은 호르몬의 노예(감정·식욕·수면·스트레스반응 등)라는 말이 있는데, 나이가 들수록 실감난게 된다. 물론 이성(전전두엽)에 의해 조절될 수는 있다.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원소는 과거 거대한 별이 폭발하면서 우주로 뿌린 우주먼지(Stardust)에서 왔으며, 우리가 느끼는 의식·자아·감정·생각은 뇌 속에 있는 신경세포(뉴런)의 틈(시냅스)를 통해 이온이 이동하면서 만드는 전기적 펄스에 따른 결과물이다. 인체의 99%는 수소와 무거운 원소(탄소·질소·산소·칼슘·인 등)로 구성되는데, 무거운 원소는 오직 별의 내부에 존재하거나 폭발로 만들어진다. 하나의 원자는 의식이 없지만, 이들이 복잡하게 얽히면 고차원적 창발현상(Emergence, 생명·자아)이 나타난다. 이전 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어플, 비트코인>에서는 다음과 같이 창발을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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