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회·가정)을 살아가면서 각자만의 정신적인 고통들을 안게 마련이고, 오죽하면 상당수 질병들의 원인을 실체없는 스트레스에서 찾기도 한다. 하지만 실존에 대한 의미를 실감하게 해주는 감각으로는 육체적 고통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 질병·장해로 인해 육체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거나, 일상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의 통증에 직면하게 된다면, 그간 당연시 여겨왔던 평온·행복, 삶의 질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물론 경제적 부담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에는 자신이 가진 질병과 장해(암·대사질환·신경질환·신체절단 등)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구성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아무래도 젊은 20~30대의 환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나이를 불문하고 큰 육체적 고통을 겪었거나 겪는 중인 이들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데, 육체적 고통이 죽음·현세(이승)에 대한 통찰을 가져다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뭐랄까. 건강한 노인이 현세를 살아가는 지혜·경험을 더 지녔을지는 몰라도, 시한부 젊은이가 느끼는 현세의 허망함과 내세·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연륜·경험의 부족으로 암환자나 다리절단환자의 고통·불편·절망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지만, 몇 차례 어안이 벙벙한 사고와 생경한 통증을 통해서 인생·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나름 깨닫은 적은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전 글 <뒤늦게 깨달은 자율주행기술, 차간공간 유지>에서 고속도로 사고로 죽음의 문턱 앞까지 다녀온 뒤에 일상·생명의 소중함을 느꼈었다고 언급했다. 3차례에 걸친 치루수술, 스키장에서의 손목골절, 아이를 들어올리는 순간 척추뼈가 엇나간 척추측만, 고속도로에서의 부주의로 인한 차량반파, 그리고 최근의 발목골절 등의 사건들은 하나같이 머리 속에서 번개같은 충격은 동반했다.
다행히도 치명적인 결과들은 아니어서, 이렇게 건강한 육체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인생에 임하고 있다. 2024년 발목삼과골절로 수술·입원을 했었는데, 이 때 잊고 살았던 깨달음이 떠올랐다.
인생은 우발적 사고의 연속이며,
육체는 자연(중력) 앞에서 한낮 종이장에 불과하다.
나이가 들수록 우발적인 사고들이 잦아지면서, 하나의 감정보다는 복합적 감정이 나타난다. 언젠가는 치명적인 결과를 동반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함께 이미 정신·육체적인 경험·고통을 동반한 인생커리어를 충분히 쌓았다는 이상한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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