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회생법원은 홈플러스에 대해 진행 중이던 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는 결정을 내렸는데, 2,000억원 가량의 운영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영업 유지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가 법원이 납득할 만한 숙제를 제출하지 못함에 따라, 회생계획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봤을 것이다. 중소기업(특히 시공사) 중에서는 회생계획이 폐지된 이후에도, 다른 관할 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재신청하기도 한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워낙 규모가 큰 기업인데다,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는 만큼 파산·청산 수순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다만 결정문에 담긴 조건이 이행된다면, 회생재개의 검토가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일정기간 내 신규자금 조달에 성공하는 조건이다. 결국 자금조달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은 MBK(최대주주)와 메리츠(주요 채권자)에게 있을 것이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시까지 이해관계자 간의 자금조달 이견이 첨예했다면, 둘 중 하나는 추가투자금의 회수 가능성을 낮게 본 것은 아닐까. 사실 너무 어려운 의사결정이다. 비단 홈플러스 뿐만 아니라, 현 시점 많은 기업들이 추가투자를 두고 비슷한 처지에 있다.
2025년 3월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는데, 신청시점(새벽 00시 03분)이 화재였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했지만, 이미 1년 전(2024년 초)에도 신용등급(2개 신용평가사)이 한 단계씩 내려간 상태였다. 순차입금 규모가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하다 보니, EBITDA 규모가 자금지출을 대응하기에 부족했다.
삼성물산 부문에서 출발한, 홈플러스
1997년 삼성 홈플러스(삼성물산 유통사업부)는 대구에 첫 매장을 오픈했지만, IMF사태가 닥치면서 곧바로 매각 위기에 놓였다. 정부가 대기업 사업 구조조정 일환이었다. 1999년 삼성물산이 테스코(영국)에 지분 49%(경영권 포함)을 넘기면서, 합작법인(삼성테스코)가 되었다. 이후 삼성물산은 잔여지분도 순차적으로 테스코에게 매각했다. 2005년 아람마트(영남권 슈퍼마켓 체인)을 인수한 데 이어, 2008년 홈에버(이랜드그룹 산하) 매장을 일괄적으로 인수하면서 볼륨을 키웠다. 2011년 삼성테스코는 법인명을 홈플러스로 변경하면서, 간판·공문서에서 삼성테스코가 삭제되었다. 이 때 삼성물산도 5%대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홈플러스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2014년 홈플러스가 매물로 출회되었는데, 저조한 영업실적과 테스코의 분식회계 스캔들로 자금압박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PE산업 태동기인 2005년 김병주는 MBK파트너스를 설립한 후,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켰다. 2015년 MBK는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인수했는데, 딩시 인수가격(7.2조원 수준, 기존 대출금 1.2조 포함)은 국내 역대 최대규모의 LBO딜이었다.
자기자본 : 3.2조원
타인자본(인수금융) : 4조원 가량(추정, 기존 대출금 포함)
국민연금이 자기자본 6,100억원 가량(RCPS·보통주)을 투자했다. 인수금융(차입)은 홈플러스 자산(지분·부동산 등)을 담보로 했을 것인데, MBK가 말한 인수금융 2.7조원은 아마도 기존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이 아닐까 싶다. 통상 PEF가 기업보유기간을 5년으로 상정하지만,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투자만기를 10년(2025년)으로 했다.
일반적으로 LBO 이후의 경영전략은 인수금융 상환을 최우선으로 하여 수립된다. 우선 우량자산 매각(후 세일즈앤리스백)으로 2.3조원 가량을 확보했지만, 고정적인 현금지출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었다. 2016년부터 영업현금흐름·자산매각자금으로 인수금융을 상환한 결과, 2024년 대출잔액을 4,500억원 수준까지 낮췄다고 한다. CAPEX를 축소함에 따라, 집객력의 저하와 함께 만성적인 매출저하·영업적자로 이어졌다. 2024년 초 김광일(MBK 부회장)이 홈플러스 대표이사(공동)로 선임되었는데, MBK 인사가 홈플러스 경영진으로 부임한 것은 처음이었다. 펀드만기를 앞두고 난항 중인 매각을 준비하는 조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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