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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장어가 아닌, 꼼장어

by Spacewizard 2026.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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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마땅한 아나고 구이집이 없어서, 가끔 부천·평촌에 위치한 단골가게를 찾는다. 숯불에서 구워진 아나고는 마산장어골목(신포동2가)에서 즐겨 먹던 고소한 맛을 떠올려 준다. 아나고를 적당히 먹은 후에는 꼼장어(먹장어)를 불판에 올리는데, 몸은 꼬는 꼼장어 위로 냄비뚜껑을 덮어 놓으면 얼마 후에 하얀 필라멘트 같은 것이 튀어 나오게 된다. 아나고와 달리 참기름에 찍어 먹는 꼼장어의 고소함은 또 다른 별미이다.

 

과거 양념 꼼장어는 포장마차 메뉴의 상징처럼 여겨 졌는데, 특유의 비린내를 잡기 위해 고추장 양념을 사용했었다. 연탄보다는 짚불로 굽는 방법이 선호되기도 했는데, 이는 짚불의 강력한 화력이 겉면을 순식간에 익혀 육즙을 가두고 점액질을 고소한 맛으로 승화시킨다. 짚불의 향은 소주 맛을 한층 더 배가시켰다. 전 세계에서 꼼장어를 식용으로 대량 소비하는 국가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서구권에서는 외형·점액 때문에 기피 대상이었고, 일본에서도 가죽만 활용했다. 

 

꼼장어는 3억년 동안 바다의 바닥에 가라 앉은 사체(고래 등)를 먹으면서 살아 왔는데, 바다의 청소부라 불리는 이유이다. 오랜 시간 동안 눈·비늘·지느러미가 퇴화되었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 중 하나이다. 원구류로 분류되는 꼼장어는 어류와 달리 턱·등뼈가 없는데, 오히려 지렁이·달팽이에 더 가깝다. 구멍 형태의 입 주변에는 돌기가 나 있어 먹이에 달라 붙어서 살을 파고 들면서 먹으며, 딱딱한 바깥이 아닌 부드러운 사체 내부에서부터 먹어 치운다. 

 

꼼장어는 척추동물로 분류되지만, 등뼈 대신 연골(척)이 있다. 꼼장어를 불판 위에 올려 놓으면 하얀 연골이 커지면서 터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높은 근육밀도가 열을 받으면 몸이 둥글게 말리면서 수축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근섬유 사이의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단백질·지방이 농축되면서 쫄깃해진다. 근육 사이사이에는 단맛을 내는 아미노산(글라이신)이 풍부하여 꼼장어를 씹을수록 은은한 단맛이 올라오며, 비타민A와 타우린도 풍부하다. 꼼장어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열을 가해도 딱딱하게 굳지 않고 육질을 부드럽게 감싸며 풍미를 증폭시킨다. 

 

꼼장어는 4개의 심장이 분산되어 있는데, 아가미 근처의 심장이 메인이다. 분산형 혈액공급 시스템은 산소가 부족한 환경(진흙 등)에서도 버틸 수 있게 한다. 또한 머리가 잘린 꼼장어가 불판 위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 이유는 보조심장들이 박동하면서 근육을 수축하기 때문이다. 눈이 없는 꼼장어는 입 주변에 6~8개의 촉수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통해 물의 흐름·진동, 사체의 냄새, 미세한 화학물질 변화까지 감지한다. 눈의 감각을 포기하고, 후각 촉각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꼼장어는 물 속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아가미 호흡 대신 피부를 통해 직접 산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꼼장어는 대부분 수입산(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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