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즌을 맞이하여 목 아래 부위의 쥐젖, 뺨 부위의 피지증식증과 검은 부위, 눈 아래 한관종을 제거할 생각으로 신규 오픈한 피부과를 찾았다. 마케팅용으로 뿌린 전단에는 얼굴 점 제거비용으로 개당 900원(10개까지)로 홍보했으나, 과잉견적·오진의 연속이었다. 딱 봐도 신참 상담사가 버벅거리더니, 90만원 수준의 견적을 제시한 것 아닌가. 개당 가격이 쥐젖 2만원과 흑자 25만원(큰 건 45만원)이었다. 순간 호구된 느낌이 들어 병원을 나선 후, 그 건물 상층부에 있는 피부과(2020년 방문)를 찾았다. 원장에게 상담한 후, 직원이 낸 다음의 견적금액은 30만원이었다.
쥐젖 : 개당 1만원
피지증식증, 편평사마귀, 한관종 : 개당 3만원
가장 충격적인 사실은 뺨 부위의 기미같은 것이 흑자가 아닌, 검은 색의 편평사마귀였던 것이다. 직전 방문했던 병원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가 제시한 견적은 무려 8~15배 가량 비싼 가격이었다. 편평사마귀는 HPV(Human Papiloma Virus, 인간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나타나는 바이러스 질환으로, 전염성이 강하다. 얼굴에 편평사마귀가 있는 가족과 수건을 공유할 경우에 편평사마귀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피부질환
쥐젖은 각질 형성세포와 섬유질 증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양성종양(용종)으로, 말랑말랑하게 튀어나와 있다. 물사마귀(몰로스컴 바이러스)와 혼동할 수 있으나, 물사마귀는 단단하고 평평한 느낌이 강하다. 쥐젖은 바이러스성이 아니기에, 전염성은 없다. 쥐젖은 어미쥐의 젖처럼 보인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당뇨·임신과 연관있을 수 있다. 특히 비만여성에 잘 생기는 편이다. 여러 채널에서 쥐젖을 집에서 제거할 수 있는 방법(연고·화장품·묶음 등)을 소개하지만, 거짓일 가능성이 높으니 너무 신뢰할 필요는 없다.
자외선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피부에는 색소성 질환군이 생길 수 있는데, 잡티는 이를 총칭(검버섯·흑자·주근깨·색소침착 등)하는 말이다. 흑자(黑子)는 1~3cm 크기의 편평하고 둥근 갈색 반점의 형태를 보이는 색소성 질환으로,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로 인해 기저세포층의 멜라닌세포이 과다하게 증식된 것이다. 노출 부위(얼굴·손등 등)에 주로 발생하며, 유년기의 다발성 흑자는 전실질환과 연관될 수도 있다. 이전 글 <빛을 모으지만 과하면 바래지는, 눈>에서 일광화상은 지표면에 도달하는 UV-B는 피부암 발병위험을 증가시키는데, 그 중 선태닝(sun tanning)이 피부표면에 멜라닌색소 침착시킨다고 언급했었다.
흑자가 표피층 가까이에 멜라닌색소가 침착된 반면, 기미는 진피층까지 멜라닌색소가 확산된 상태이다. 기미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하여 치료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 원인으로는 호르몬 변화(임신·피임약, 갑상선 질환 등), 미세혈관 확장, 스트레스, 자외선 등이 있을 수 있다. 검버섯(지루각화증)은 만성적인 자외선 노출과 노화로 인해 표피가 과도하게 증식한 것을 이라고 하며, 울퉁불퉁 튀어 나온 모양을 가져서 지루사마귀로도 불린다. 색소성 질환은 멜라닌색소만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한관종은 땀샘(에크린선)의 과형성으로 생기는 양성종양으로, 주로 눈 주변에서 오돌토돌한 돌기로 나타난다. 20~40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고 하지만, 중년 남성들도 많이 생기는 듯하다. 한관종은 쥐젖에 비해 낮게 깔려서 생기기에 피부표면을 정밀하게 깎는 숙련도가 필요하다. 피지샘증식증은 피지샘의 과형성으로 생기는 질환으로, 피부가 위로 튀어나와 있으면서 중심부가 함몰된 양상이 많다. 그 원인은 피지관 확장과 피지샘 증식이며, 중년 이상에서 주로 나타난다. 피지샘 증식증은 여드름과 달리 염증을 동반하지 않으므로, 괜히 여드름처럼 압출을 시도하다가는 병변만 키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비립종은 경막 아래에 피지가 차 있는 상태로, 피지가 나올 공간이 없어서 압출이 힘든 경우가 많다. 좁쌀여드름과 달리, 레이저로 압출구멍을 확보한 후에 압출을 시도하게 된다.
만능 레이저, CO2
피부과에서는 여러 종류의 레이저 기기(CO2·어븀야그·아그네스 등)를 준비하고 있는데,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CO2레이저를 이용하여 치료했다. CO2레이저(적외선, 10,600nm)는 탄산가스를 이용한 의료용 레이저로, 피부조직 내 수분을 순간적으로 기화시켜 돌출조직만을 정밀하게 절개·제거하는 원리이다. CO2레이저는 사마귀(바이러스), 쥐젖(연성섬유종), 색소성 병변(점·검버섯 등) 등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으며, 출력방식과 파장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연속형(continuous wave) : 빛을 일정하게 방출하여, 넓은 부위 제거
펄스형(pulse) : 빛을 간헐적으로 방출하여, 열손상 최소화
슈퍼펄스(super pulse) : 짧은 시간 동안 강한 에너지 발산
울트라펄스(ultra pulse) : 피부손상 최소화, 깊은 병변 치료
시술 후에는 최소 2주 이상은 재생크림(밴드)와 자외선차단제을 발라야 하며, 야외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또한 재생 외에도 보습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건조한 상태에서는 치료부위에 색소침착이 잘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에는 눈 바로 아래위의 연한 피부에 레이저를 쏴서 흉터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이긴 한데, 재생효과가 괜찮으면 다음 번에는 눈 주위의 한관종을 집중적으로 치료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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