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일본 히타치제작소는 히타치 글로벌라이프 솔루션즈(Hitachi Global Life Solutions, 히타치GLS)가 일본 내 백색가전(냉장고·세탁기 등) 부문을 카브아웃 검토 중이며, 삼성전자·LG전자가 인수후보 리스트에 포함되었다는 말이 있었다. 카브아웃(Carve-out)은 기업이 특정 사업부문이나 100% 자회사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거래다. 국내 가전업체가 히타치GLS를 인수하려고 계획을 가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일본 내 백색가전시장 진입을 손쉽고 빠르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히타치그룹이 요구하는 히타치GLS 기업가치는 1조원 이상인데, 2024년도 기준 매출 3,676억엔(3.5조원 수준), 영업이익 392억엔(3,400억원 수준)을 달성했다. 2019년 히타치의 다음 계열사들이 합병하면서, 히타치GLS가 설립되었다.
히타치 컨슈머 마케팅(Hitachi Consumer Marketing)
히타치 어플라이언스(Hitachi Appliances)
히타치그룹은 성장(매출 증진)과 사업효율화를 위해 사업구조 재편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으며, 핵심추진사업(사회인프라·디지털서비스)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비핵심사업으로 분류된 국내 백색가전사업을 정리할 가능성이 있다. 히타치GLS는 해외 자회사(제조·판매사) 11개를 합작법인으로 전환하면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2020년 히타치제작소는 해외가전부문을 알첼릭(Arçelik, 터키 가전업체)으로 넘겼다.
일본의 전성시대, 8대 가전회사
1980년대 후반, 조지루시(象印, Zojirushi, 코끼리 표시)가 생산한 전기밥솥은 뛰어난 성능과 내구성으로 글로벌 밥솥시장을 장악했다. 한국에서도 주부들이 조지루시 전기밥솥을 대량으로 구매한 코끼리 밥솥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다. 1970년 조지루시는 세계 최초의 전기보온밥솥을 출시했고, 1974년 취사·보온 기능을 모두 갖춘 모델을 출시했다. 개인적으로 1990년도에 삼촌이 일본에서 구입해 온 VCR(파나소닉) 하나가 거실 분위기를 확 바꿔놨으며, 학창시절을 보냈던 1990년대 중반에도 휴대용 카세트의 대다수가 일제(made in japan)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렇듯 1970~90년대 일본의 가전제품은 전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다음 일본의 8대 가전업체가 승승장구했다.
소니(Sony, 구 도쿄통신공업) : 1946년 설립
파나소닉(Panasonic, 구 마쓰시타전기기구제작소) : 1918년
NEC(Nippon Electric Company) : 1899년
후지쯔(Fujitsu) : 1935년
샤프(Sharp) : 1912년
미쓰비시 전기(Mitsubishi Electric) : 1921년
히타치 제작소(日立製作所, Hitachi) : 1910년
도시바(Toshiba, 도쿄시바우라전기) : 1939년
도시바는 다음 2개의 회사가 합병하여 탄생한 기업이다.
도쿄전기 : 1875년 설립
시바우라제작소 : 1890년
대만으로 넘어 간 디스플레이, 샤프
일본 대형 전자기업의 경영권이 해외자본에 넘어 간 최초의 사례는 샤프(2016년)였는데, 폭스콘(대만)이 지분 66% 가량을 3,888억엔(4조원) 가량에 인수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는 브랜드·기술를 통한 글로벌 시장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2016년 미디어그룹(중국)도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생활가전 자회사) 지분 80.1%를 537억엔(5,470억원) 가량에 인수하면서, 인수 후 40년 동안 도시바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샤프는 모바일(아이폰 포함) 디스플레이 생산에서 글로벌 기술우위를 점하고 있다. 1974년 궈타이밍(Terry Gou)이 대만에서 창업한 폭스콘(Foxconn, 홍하이정밀공업)은 EMS 전문기업으로 시작하여, 초창기에는 회로기판 커넥터와 플라스틱 부품 등을 생산했었다. 전자제품 제조분야에는 다음 2개의 중요개념이 있다.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EMS(Electronics Manufacturing Services) : 전자기기 주문자상표 부착 생산
OEM은 제품의 설계·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부품 생산·조립은 외주(EMS 포함)에 맡긴다. OEM은 제품의 IP(지적재산권)을 소유하며, 제품을 자신의 브랜드로 판매한다. EMS는 OEM이 설계한 제품에 대한 제조서비스(부품조달·조립·테스트·품질관리 등)를 제공하면서, 생산효율과 공급망 관리에 집중한다. 1980년대 들어 폭스콘은 아타리의 게임컨트롤러와 TV연결부품을 제조하게 되면서, 해외사업의 확대와 함께 글로벌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당시 또 다른 성장배경으로는 개혁·개방 정책과 맞물린 중국시장 진출이 있는데, 1988년 폭스콘은 선전(광둥성)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장을 건설했다. 참고로 1972년 설립된 아타리(Atari)는 미국 비디오게임업체이며, 비디오게임업계는 1980년대 초반 호황기를 누렸었다. 2000년 전후로 델(Dell)의 경영전략은 직접판매와 재고 최소화였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주문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다. 폭스콘은 델의 요구에 하드웨어 공급망 혁신으로 답했는데, 턴키(turnkey) 제조방식을 도입하여 모든 공정(부품조달·조립·포장·배송·A/S)을 일괄적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또한 중국 내에 구축된 대량생산시스템을 통해 주문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비용을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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