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마지막날, 회사 근처 깐부치킨에서 팀원들과 치맥을 했다. 그 날은 하루종일 깐부치킨이 이슈였는데, 이유는 그 전날 젠슨 황(엔비디아 CEO)은 깐부치킨(서울 삼성동)에서 이재용·정의선과 함께 치킨·소맥을 즐겼던 것이다. 그들이 가게의 창가자리에 앉아 함께 하는 모습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송출되었는데, 미래에 이들의 만남이 어떤 의미로 역사에 남을지 궁금하다. 깐부회동은 한국의 정부·기업이 엔비디아 GPU 26만장(14조원 가량)을 다음과 같이 확보하기에 앞서 기획되었고, 한국 AI산업 구도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 5만장
네이버 클라우드 : 6만장
삼성전자 : 5만장
현대차 : 5만장
SK : 5만장

한국은 2030년까지 GPU 30만장을 확보하면, 글로벌 3위권이 확실시 된다고 한다. 현재 미국은 GPU 2,000만장을 보유 중이며, 중국도 GPU와 인력을 집중시키면서 인해전술을 펼치고 있다.
AI 생태계를 주도하려는, 엔비디아
현재 엔비디아(NVIDIA)는 중국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스트 시나리오(중국매출 0% 가정)를 반영한 AI생태계를 자사표준으로 만들려는 투자를 진행 중이며, GPU칩 판매를 넘어서 전방산업(자율주행·양자·통신 등)과 인프라를 포함한 AI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기존의 CPU는 순차 처리에 강한 반면, GPU는 동시에 수많은 연산을 병렬로 수행함으로써 복잡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CUDA(Compute Unified Device Architecture)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병렬 컴퓨팅 플랫폼·API( 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로, 이를 통해 GPU의 병렬처리능력을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CUDA는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C, C++, 포트란, 파이썬 등)과 연동되며, GPU의 가상 명령어 집합과 병렬계산 요소에 접근하여 애플리케이션를 가속화시킨다. 앤비디아는 한국의 발전된 제조 생태계를 CUDA 생태계에 편입시키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납품과 함께 레벨업,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HBM메모리의 안정적인 수요처(엔비디아)를 확보했지만, 엔비디아 GPU 5만장을 확보한 것이 더 큰 의미가 있다. 제조공장을 AI팩토리로 도약시키고,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혁신을 가속화하고, 엔비디아 납품 시 문제였던 퀄테스트(QT, 퀄리티 테스트)를 개선시킬 수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만 의존하던 공급망을 이원화하고, 2026년부터 대량 생산 예정인 HBM4를 선점함으로써 경쟁우위에 서려는 전략이다.
AI팩토리(AI Factory)는 AI기술을 기업·산업의 중심 인프라 수준으로 통합함으로써, AI 라이프사이클 전반(데이터 수집, 모델 학습·개발·배포, 실시간 운영, 최적화 개선)을 자동화·산업화하는 디지털 환경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세계의 물리적 환경(대상·시스템·프로세스)을 가상공간에 정확하게 재현한 디지털 복제본으로, 디지털 환경을 연동하여 개발·공정 혁신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중국의 AI 인해전술에 맞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트윈을 구현하기 위한 AI 시뮬레이션 환경 구축에 막대한 AI 반도체칩이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가려움을 긁어 줄, 현대차
지금까지 현대차는 모빌아이에 대한 의존성과 모셔널의 선행성으로 자율주행 분야에서 뒤처져 왔다. 현대차는 모빌아이의 카메라·소프트웨어 기술에 크게 의존왔는데, 모빌아이(Mobileye)는 ADAS의 핵심센서·솔로션을 공급하는 이스라엘 자율주행 개발기업이다. 이전 글 <뒤늦게 깨달은 자율주행, 차간공간>에서 ADAS는 사고를 사전에 방지해주는 적극적인 개념의 안전장치로, ADAS가 포함하는 시스템들을 언급했었다. 2020년 현대차는 앱티브(Aptiv, 미국 자동차 부품회사)와 합작하여 모셔널(Motional)을 설립했는데, 모셔널은 레벨 4 수준의 고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다. 이후 현대차는 모셔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면서, 지분율을 85%(2025년 기준)까지 높였다.
현대차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독자적인 자율주행 AI를 구축하고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모빌아이에 넘겨주던 주행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고, AI 반도체 훈련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AI세계를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에게 필요한 부분은 피지컬 AI이고, 현대차는 로보틱스·자율주행 분야에서 강력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중국기업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장기적으로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현대차의 물리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한국기업이 엔비디아와 협력함으로써 CUDA 생태계로 편입된다면, 소프트웨어 종속은 피할 수 없다. 지금은 종속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회이다. 다만 많은 제조·자율주행 데이터를 선별하여 제공해야 하며, 데이터를 제공하는 속도보다 국내 AI 반도체를 개발·육성하는 속도를 더 키워야 한다. 26만장의 AI 칩셋을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400~600MW의 전력이 소모되는데, 현재 수도권에 집중된 데이터센터와 부족한 송전망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AI 시대는 기회가 잘 오지도 않지만, 기회가 오더라도 인력·전력 부족으로 인해 잡지 못할 것이다.
우면동·양재동 일대가 AI 미래융합혁신특구로 지정되어 있는데, 주변에 삼성전자 R&D 서초우면연구소와 현대차그룹 본사가 위치하고 있다. AI산업은 혁신과 대규모 자본이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로, 스타트업 외에 대기업 본사·연구소가 주도해야 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팅을 위해 정부교육기관이 필용한데, 현재 양곡도매시장 부지(양재동)에 AI 서울테크시티 R&D센터를 계획하고 있다. 카이스트 AI 대학원도 서울 AI 허브(우면동)에 위치한다. 엔비디아의 GPU 26만장은 한국의 실리콘벨리를 계획 중인던 우면동·양재동의 입지를 완전히 바꿔 놓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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