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보다는 러닝이 심혈관계에 유익하다는 것을 느낀 후로는, 굳이 시간을 내어서 걷지는 않는다. 하지만 원래 걷는 것을 좋아했고, 2022년에는 성지순례하듯이 하루에 2~3만보를 걷기도 했다. 특히 평균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에 출근복장으로 걸은 후에는 러닝셔츠가 젖고 마르고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러닝셔츠에서 생선 썩은 비린내가 나는 것이다. 처음에는 40대 이후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특유의 체취라고 생각했는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구역질이 나올 정도의 악취였다. 결국 약간의 악취라도 나는 러닝셔츠는 버리게 되었다. 평소 수건에서도 쉰내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 세탁으로는 사라지지 않아서 빨래를 삶곤 했다.
최근 집에서 세탁기를 돌리려는데, 새로운 보라색 케이스의 세제가 있었다. 모락셀라균을 없앤다는 점을 강조한 세재를 본 순간, 과거 땀에서 나던 악취가 모락섹라균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빨래에서 나는 쉰내, 모락셀라
모락셀라균(Moraxella)은 그람 음성의 짧은 간균, 구간균, 내지 쌍구균 형태를 가진 호기성 세균으로, 평소 사람의 피부·점막·호흡기 등에 존재한다. 축축하거나 습한 환경에서 잘 번식하는 특징이 있다. 그람 음성(Gram-negative)은 그람염색법을 적용 시에 크리스탈 바이올렛 염색을 유지하지 않고 탈색되어 핑크·빨간색으로 염색되는 박테리아 그룹으로, 엔도톡신(내독소)를 생성하여 숙주의 면역체계에 강한 반응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 패혈증을 유발하는 그람 음성균으로는 대장균·임균·살모넬라·녹농균·모락셀라가 대표적이다. 간균·구간균은 다음의 형태적 특징으로 구분되는데, 모락셀라균은 2가지 형태를 모두 보인다.
간균(Bacillus) : 막대 모양
구간균(Coccobacillus) : 구형·간균의 중간형태
구균(Coccus) : 둥근 형태
모락셀라 오슬로엔시스(Moraxella osloensis) 등은 세탁물의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유기산(4-methyl-3-hexenoic acid)을 분비하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는데, 흔히 빨래쉰내로 표현된다. C7H12O2(4-methyl-3-hexenoic acid)은 육탄산(헥산산) 분자의 4번 탄소에 메틸기가 결합하고 3번 탄소에 이중결합이 있는 헥사(6개 탄소) 구조의 알켄산이다. 알켄(Alkene)은 탄소 이중결합(탄소=탄소)을 1개 이상 포함하는 불포화 탄화수소인 반면, 알케인(Alkane)은 분자 내 모든 결합이 단일결합인 포화 탄화수소이다. 알켄이 알케인보다 반응성이 크다.
쉰내나는 수건을 사용하면 왠지 얼굴이 간지러운 듯한 느낌을 가질 수도 있는데, 이는 악취로 인한 느낌적인 느낌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면역력이 낮은 사람(영유야·노인 포함)은 피부염·수막염 등에 걸릴 수도 있다. 모락셀라 라쿠나타(Moraxella lacunata)는 안검결막염의 원인균 중 하나이며, 모락셀라 카타랄리스(Moraxella catarrhalis, 쌍구균)는 만성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중이염, 부비동염을 유발하기 쉽다. 카타랄리스는 드물게는 결막염·폐렴·수막염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쉰내 나는 수건을 사용할 경우 결막염이 자주 생겼었는데, 이는 알러지성 체질이라 더 민감했던 것 같다.
상상하지 못할 악취, 부패 냄새
사람이 살아가면서 접하기가 쉽지 않는 냄새들이 있는데, 시체 썩는 냄새가 대표적일 것이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시신의 냄새가 매우 심한 악취로 표현되는 데, 이는 여러 생물학적 과정에서 연유할 것이다. 숨을 거두는 순간부터 인체에서는 세균을 방어하는 기전을 작동하지 않게 되어, 다양한 혐기성 세균과 곰팡이이 급속히 번식하게 된다. 이들 미생물의 증식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분해산물이 악취를 유발하게 된다.
클로스트리듐(Clostridium)은 그람 양성의 혐기성 세균으로, 부패한 유기물, 동물의 장, 토양에 흔히 존재한다. 각종 독소를 생성하여 다양한 질환(식중독·가스괴저·폐혈증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직 내에서 가스를 형성하여 감염(가스괴저)를 일으키며, 오염된 음식이나 덜 익힌 고기에서 증식하는 클로스트리듐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는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사체분해 과정에서 부패균으로도 작용하는데, 조직 파괴와 독소 생성에 따라 악취를 일으키게 된다.
아미노산의 분해과정에서 생성되는 카다베린(Cadaverine)과 퓨트레신(Putrescine)은 썩은 냄새의 주요 원인화합물이며, 인돌(Indole)과 스카톨(Skatole)도 부패와 분뇨 냄새에 기여한다. 인돌은 트립토판의 분해산물이며, 스케톨은 인돌의 메틸화 유도체이다. 인돌은 순수한 상태에서는 달콤한 향(꽃향)이 나며, 낮은 농도에서는 향수 제조에도 사용된다. 스케톨도 높은 농도에서는 불쾌한 냄새가 나지만, 낮은 농도에서는 향수 제조에도 이용된다. 또한 내장 등이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메테인·황화수소·아민 등)이 발생한다. 흔히 시체 주변에서는 파리·구더기 등이 꼬이는 설정이 많은데, 실제 동물(곤충·벌레 등)의 활동도 부패과정을 가속화시키면서, 악취를 증가시킨다.
체내의 악취 성분, TMA
처음 러닝셔츠에서 생선 썩는 냄새를 느꼈을 때, 아주 오래 전 어류로부터의 진화와 관련이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연구는 없었다. 체내의 트리메탈아민(TMA, Trimethylamin)이 악취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하는데, 다음과 같이 농도에 따른 다른 냄새가 난다고 한다.
고농도 : 암모니아 냄새
저농도 : 생선 썩는 비린내
트리메틸아미누리아(TMAU, Trimethylaminuria)는 체내에서 트리메탈아민(TMA)을 처리하지 못하는 유전적 장애로, 흔히 물고기냄새증후군이라 부른다. 식품(특히 단백질)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TMA는 체내에서 특정효소(FMO3)에 의해 무해한 화합물로 변환되지만, TMAU는 이 효소의 생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체내에 TMA가 쌓이게 되는 것이다. 즉 TMA를 제거하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발생하며, 치료법은 따로 없다고 한다. 다만 단백질 섭취를 줄이는 식이조절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몸에서 발생한 분비물이 어떤 이유로 악취가 나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세탁을 자주 해도 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세탁 후에는 세탁물을 충분히 건조시키는 것이 그나마 최선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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