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건강

[건강] 본능적으로 중독되는, 러닝

by Spacewizard 2025. 6. 10.
반응형
 

 

유산소운동으로 분해된 지방은 액상(땀·오줌)으로 배출될 것이라는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출렁이면서 그립감 있는 뱃살은 대부분 호흡을 통해서 인체 밖으로 배출된다. 포도당이 부족하여 지방세포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과정에서는 아드레날린·글루카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전 글 <풍요의 산물, 비만치료제>에서 글루카곤(glucagon)은 췌장의 알파세포에서 생산되는 펩티드호르몬으로,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합성되는 인슐린과는 반대작용을 한다고 언급했었다.

 

분해된 지방은 지방산·글리세롤의 형태로 혈류로 방출되고, 혈액 속의 지방산은 근육세포로 이동하여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이전 글 <생각보다 많아야 하는, 위산>에서 지방(Triglycerides)은 3개의 지방산과 글리세롤이 에스터 결합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언급했었다. 지방대사 과정에서 지방산은 산화를 통해 이산화탄소·물로 전환된다. 이산화탄소는 폐(호흡)를 통해 외부로 배출되고, 물은 다양한 경로(소변·땀·호흡 등)으로 배출된다.

 

잊혀지지 않는 쾌감, 러너스하이

 

주변에서 달리기에 미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생존을 위해 달릴 필요가 없지만,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 옵션으로 달리기를 선택하게 된다. 과거 사냥·수렵 생활에서 장시간 뛸 수 있는 인내력이 있어야, 생존확률이 높았을 것이다. 이를 위해 인간은 오래 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를 해왔고, 고통스러운 달리기가 어느 순간 행복감을 주는 메커니즘을 가지게 되었다.

 

1979년 아놀드 J 맨델(Arnold J Mandell, 미국 심리학자)는 그의 논문에서 러너스하이(runners high)는 최초로 사용했는데, 달리기를 시작한 뒤 30분 정도가 지나면 상쾌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오래 달리기가 행복감(쾌감)과 중독성 측면에서 마약투약·오르가즘 못지 않다는 것이다. 달리는 고통·스트레스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뇌에서는 엔돌핀(endorphin, 웃음호르몬)이 분비되고, 목표를 달성하고 난 후에는 성취·보상에 관한 도파민(dopamine)이 분비된다. 이전 글 <합법화 추세라지만 아직 애매한, 대마>에서는 사람이 원하거나 어려운 일을 달성했을 때 뇌보상회로를 통해 도파민이 소량 분비되고, 소량의 도파민 만으로도 환희·황홀감을 느끼게 된다고 언급했었다.

 

엔돌핀은 고통스런 상황을 잊기 위해 마약성 진통제를 능가하는 진통효과를 가져오는데, 신체의 상황(피로·골절 등)과 무관하게 분비된다. 개인적으로 발목이 골절된 상황에서도 발목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 엔돌핀의 효과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당시 상황이 마치 구름에 떠 있듯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도 엔돌핀이 작동한 영향이었을 것이다. 과거 맹수로부터 도망치거나 사냥감을 잡으러 하염없이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인류는 엔돌핀이 쏟아지도록 진화되었다. 하지만 엔돌핀은 BBB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분자크기가 크기 때문에,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보다는 근육통증을 낮추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러너스하이가 엔돌핀이 아닌 엔도카나비노이드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대마초라 볼 수 있다.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분자크기가 BBB를 통과할 정도로 작아서, 뇌에 직적접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엔돌핀은 뇌 밖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는 뇌 안에서 각성효과를 가져오고, 그 결과가 러너스하이로 나타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반응형

축복이라 생각하는 경험, 러닝

 

기분전환 삼아 달리기를 한다는 사람이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지만, 스스로 러너스 하이를 경험하게 되면 달리기는 더 이상 고통이 아닌 기분전환 취미가 된다. 개인적으로 달리기에 집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군복무(2000년) : 연병장

어학연수(2005년) : 마이애미 비치

취업 직후(2007년) : 중랑천·한강

 

까마득하던 군생활을 시작하면서, 영어공부와 뱃살빼기를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영어공부를 위해 매일 영어일기를 작성했고, 상병시절부터는 일과가 끝난 후에 연병장을 홀로 10바퀴 이상을 뛰었다. 체중관리를 목적으로 몇 달 동안 뛰어본 달리기는 어느 순간 고보다는 행복감을 안겨 주었고, 제대 후에도 피트니스에서 40분 이상의 러닝을 이어갔다. 하지만 군대 밖에서는 러닝보다 더 쾌락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바로 운동 후 음주이다. 암튼 생애 최초의 달리기 시즌은 복학과 함께 막을 내렸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던 시점은 마이애미에서 어학연수를 갔던 시기였는데, 대학졸업 후에 맞이한 해방감을 마이애미 비치에 깔린 데크를 달리며 만끽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학졸업 후에 취업생각도 없이 해방감을 느꼈다는 점이 무모하기 짝이 없다. 저녁식사 후 석양을 등지고 달렸던 30분 가량의 러닝은 3년 전에 끊겼던 러너스 하이를 다시 느낄 수 있게 해줬는데,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을 시간·공간이라는 행복감에 더 열심히 달렸던 것 같다. 물론 러닝 후에는 어김없이 모래사장에서 맥주·데낄라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바디감이 확실히 좋아졌다. 이후 보스턴으로 어학원을 옮기면서 더 이상 달릴 수가 없었는데, 한겨울의 보스턴은 야외를 걷는 것도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달리기에 열중했던 시기는 취업한 직후였는데, 퇴근 후에 자기관리를 한다는 명목으로 중랑천부터 한강(청담·옥수)까지 뛰었다. 하지만 연애를 시작하고 업무와 관련한 술자리가 끊이지 않으면서 러닝은 지속되지 못했다. 이후 40대 중반까지 15년 이상을 제대로 된 달리기는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되면서 생존(건강)을 위해 다시 달리기를 고민하고 있으며, 이는 20대까지 나를 달리게 했던 목적(체중관리)와는 결이 다른 접근이었다.

 

편리함의 함정, 트레드밀

 

흔히 일반 러닝과 트레드밀 러닝의 효과가 같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트레드밀(treadmill, 밟아서 돌리는 기계)은 tread(밟다)와 mill(방아)를 합친 말로, 1818년 윌리엄 큐빗(William Cubitt, 영국 토목기사)이 형벌용으로 고안한 고문도구였다. 당시 16세 이상의 죄수들은 원통(고문바퀴)에 달린 계단을 밟아야 했는데, 이 회전동력으로 물을 퍼 올리거나 곡식을 빻았다고 한다. 하루 6시간 이상을 최소 3개월 이상해야 하니, 오늘날의 교도소 노역과는 비교되지 않는 중노동이었다. 이는 경사지를 걷는 고통과 동시에, 트레드밀 간의 설치된 칸막이로 인해 침묵 속에서 공포감을 느꼈다고 한다. 1898년 죄수의 인권문제로 금지된 트레드밀은 1950년 들어 유산소 운동기구로 보급되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도구의 쓰임이 확연히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19세기 형벌용 트레드밀

일반 러닝과 트레드밀 러닝의 차이는 속도를 내기 위한 디딤발에서 나타난다. 일반 러닝은 속도를 내기 위해 발을 앞으로 찼다가 딛는 과정에서 여러 근육이 두루 사용되지만, 속도를 만들 필요가 없는 트레드밀에서는 발을 앞으로 차기만 한다.

 

트레드밀 러닝은 척추에 반복적인 충격을 가할 수 있는데, 이는 지면보다 충격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딱딱한 평지의 탄성은 척추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다. 트레드밀은 복근에 과한 긴장을 가하고, 체중압력이 고관절·디스크에 집중되면서 코어근육 발달에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획일적인 트레드밀 환경에 비해, 다양한 지형과 방향의 변화를 지닌 코스는 특정한 근육들에 편중되는 부하를 낮춤과 동시에 뛰는 동안 창조적 무빙을 위한 뇌활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트레드밀과 윗몸일으키기를 금지시킨 배경에는 그 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