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인생의 일정 기간 동안 경제활동(사업이나 직장생활)을 하기 마련이다. 성향·재능·기회 내지 사주팔자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 대학졸업은 자연스레 취업으로 이어지고, 한 번 들어간 직장을 퇴사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직장을 퇴사하겠다고 하면, 대부분의 주변인들은 이를 말리기 마련이다. 이 때 드라마 미생의 대사가 많이 언급된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직장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정치력·역량·눈치·운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직장은 회사 밖의 야생환경으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는 온실이다. 야생은 어떠한 규칙도 없을 뿐 더러, 나 하나 굶어 죽더라도 변할게 없는 냉혹한 공간이다. 퇴직을 하는 순간 나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맹수들이 득실거리는 공간이기에, 정신을 바짝 차려서 내 돈을 만들어내고 지켜야 한다.
달콤하지만 공짜가 아닌, 월급
직장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월급이다. 월급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최대주주·경영진의 몫익에, 경기불황에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여도 근로계약서 상의 월급은 따박따박 나온다. 물론 회사사정에 따라 사내복지·성과급은 살살 녹을 수 있다. 회사(경영진)는 직장인을 대신하여 야생에서 전쟁(사업)을 치르고 있다.
회사는 마냥 좋아 직원들을 보호하며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아니며, 장기적으로 직원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증명된 가치의 대가로 승진·연봉인상 등이 주어지는 것이다. 직원의 가치는 회사이익에 기여(생산성)해야만 창출되는데, 이를 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근로자의 연봉(비용)이 생산성을 앞서는 순간, 회사는 해당 직원을 블랙리스트(퇴직대상)에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회사 내에서 직원들의 모습은 고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듯 하지만, 퇴직 직전까지도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노력해야 한다. 인사팀은 항시 직원들을 파악·평가하고 있으며, 인사평가(역량·근태·리더쉽 등)가 지속적으로 저조하거나 일정 직급에 장기간 머무를 경우에는 퇴직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징계 전력은 인사상 불이익을 명확히 가져다 준다. 외환위기 이후 회사는 다양한 퇴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경영상 필요(경영난)에 따라 인력감축에 나서기도 한다.
죽음과도 같이 당연한, 퇴직
여기서 기억해야 하는 것은 회사오너가 아닌 이상, 직장인은 언젠가는 온실 밖으로 걸어나가서 야생을 맞닥뜨려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성기의 직장인은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지만, 결국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한계가 오는 40~50대는 직장을 나설 준비를 해야 하지만, 야생에 나선 늙고 무기력한 숫사자는 젊고 혈기 넘치는 숫사자에게 밀려 설 자리가 없다. 결국 굶어 죽는다.
직장에 소속된 동안에는 야생의 생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게 된다. 대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강한데, 이는 적당히 많은 월급에 중독되기 때문이다. 타인이 주는 돈은 순간적인 달콤함을 가져다 줄 수는 있을지 언정, 스스로 돈을 만드는 능력은 점차 상실시킨다. 대기업에서 인정받는 실무진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것은 자기의 역량으로 회사의 이익과 자신의 월급이 생겼다고 믿는 것이다. 잘 하는 것이라고는 그저 보고서를 생산하는 것 뿐인데 말이다.
JTBC 드라마 순정에 반하다에서 글로벌 투자사 골드파트너스를 떠난 강민호(정경호 분)를 향해 이준희(윤현민 분)가 한 말이 있는데, 강민호가 골드파트너스에서 거둔 성공은 개인의 능력이 아닌 골드 파트너스라는 배경(자본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사실이다. 실제 글로벌PE에서 근무하다고 독립한 키맨들 중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생의 마지막 국면, 자영업
선대로부터 자산·회사를 이전받은 금수저가 아니고서는, 우리 모두는 50대 이후에 자영업자로 살다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자영업이 반드시 장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스스로 돈을 창출할 만한 컨텐츠라면 뭐든 해당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환상을 있게 마련이다. 젊은 자영업자는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여러 시행착오와 적자를 경험하게 되고, 잠시나마 잠시나마 직장인을 부러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돈이 저절로 벌리는 구루의 경지까지 올라가게 된다. 가령 50살의 가장이 있다고 치자. 20~30년 동안 스스로 돈을 벌어온 자영업자의 시간과 퇴직 후 진로를 고민하는 직장인의 시간은 차원이 다른데, 야생적응력 측면에서 자영업자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다. 물론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생애 전반에 있어서 돈가치는 노후가 가장 크다. 한국의 노인빈곤률이 사회문제가 된 지 이미 오래 전이다.
많은 대기업 임원들도 퇴직한 후에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데, 달리 말하자면 근거없는 자신감만으로 뭔가를 해서는 안된다. 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전직장의 배려가 있다면, 작은 사무실과 4대보험 처리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한다. 퇴직한 40~50대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이들은 폰지사기꾼 내지는 창업컨설턴트 정도이며, 이들의 공통점은 한 사람에게 남아 있는 전재산(보통 수억원)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마지막을 잘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준비이다. 홀로 설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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