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 숙명·필연)은 모든 것이 나아갈 길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내지 그것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목숨·처지를 의미하며, 명리학은 명(命, 사주팔자)과 운(運, 시간·환경 변화)를 함께 다루는 학문이다. 이전 글 <대립하면서도 의존하는, 태극>에서는 사주명리·간지·오행·생극·음양에 대해서 언급했는데, 만물의 구성을 다음과 같이 세분화된다.
2개 요소 : 음양(陰陽)
5개 요소 : 오행(五行, 목화토금수)
60개 요소 : 간지(干支, 천간 10개 x 지지 12개)
천간(天干) : 기운(이상·의지·개념)
지지(地支) : 현상(현실·환경)
지장간(支藏干) : 무의식
인생을 육십갑자(육갑·육십간지)로 표현하는데, 이는 천간·지지를 조합한 60개의 간지이다. 간지의 조합은 총 120개이지만, 짝수와 홀수를 조합하지 않아 60갑자가 된다. 전통시대에는 사주(시주·일주·월주·연주)를 15년 단위로 구분했는데, 육십갑자를 다음과 같이 4등분한 것이 근묘화실(根苗花實)이다.
연주(근, 뿌리) : 0~15세
월주(묘, 모종) : 15~30세
일주(화, 꽃) : 30~45세
시주(실, 열매) : 45~60세
현대사회는 수명이 늘어난 만큼, 천간의 구분을 20년 단위로 하여 60세 이후를 시주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한다. 사주명리에서 다음의 요소를 가장 중시하며, 이를 우선적으로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일간(日干, 본원·명주)
월지(月支)
운지(運支) : 대운(大運)의 지지
일간는 내가 태어난 날(생일)에 해당하는 하늘의 기운으로, 모든 관계의 기준이 되는 나(자아)를 의미한다. 일간은 사주의 중심이면서 육신의 기준이 된다. 일간은 30~45세에 해당되는데, 이 시기에 한 인간으로서의 독립성·주체성을 갖췄다고 봤다. 오래 전 계급사회에서는 가문·국가의 결정이 개인의 인생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사주의 기준을 연간(0~15세)으로 삼기도 했다.
월지는 내가 태어난 달에 해당하는 땅의 기운이다. 천간은 생각·의지일 뿐이지만, 실제 사건은 지지에서 벌어진다. 월지는 15~30세에 사회로 나갈 무기로, 어머니에게 물려 받는다. 월지·지장간의 본기가 천간에 투간(透干)이 되면, 그 오행·육친에 해당하는 정신적 작용력이 사주 전체를 이끌게 된다.
운(運)은 사주본체 외의 모든 외부적 변화요소(기운·에너지)를 의미하는데, 기운은 시간·장소·사람·사물, 그리고 이것들이 서로 얽힌 인과관계가 만들어 낸 에너지이다.
천간의 구분, 10자
간지(천간·지지) 이전에 오행이 있고, 오행 이전에 음양이 있다. 그래서 간지도 모두 음·양의 기운을 담고 있는데, 천간은 하늘의 주기를 다음의 10단계로 구분한 것이다.
양간(陽干, 갑병무경임)은 양의 기운을 가진 천간으로, 각 계절을 바꾸는 힘(기운)이 있다. 사주에 양간의 기운이 많으면 운세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강하게 오다가 금방 사그라드는 경향이 있다. 음간(陰干, 을정기신계)은 음의 기운을 가진 천간으로, 계절이 유지·확산되는 가벼운 기운이다. 사주에 음간의 기운이 많으면 운세의 반응이 더디고 약하게 오지만, 그 기세가 끈질기게 오래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는 양간을 좋게 보았지만, 오늘날에는 음간(특히 계절과 겹치는 기신계)를 좋게 본다.
지지의 구분, 복잡한 12자
천간은 단순·순수한 성질을 가지는 반면, 천간이 땅에 내려와 섞인 지지는 다소 복잡한 편이다. 여름철 소나기를 생각해보자. 하늘에서는 잠깐 폭우를 쏟은 후 언제 그랬냐는듯 파란 하늘을 보이지만, 땅은 질척거리고 홍수·산사태가 발생하며 인간은 홀딱 젖는 정신없는 상황이 된다. 하늘이 만든 비를 뒷감당하는 것은 오롯이 땅의 몫이다. 지지는 천간보다 2자가 더 많은 12자이며, 음양이 섞여 있다. 오행 사이에는 토(간절기)가 중재하고 있다. 지지는 방합(方合)으로 외우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후 다른 합을 연상할 때도 도움이 된다.
지지는 2글자씩 충(沖)이 되기 때문에, 순서가 아닌 다음과 같이 읽는다.
인신사해 : 계절이 열리는 기운
자오묘유 : 계절을 펼치는 기운
진술축미 : 계절이 닫히는 기운
12개의 숫자하면, 생각나는 것은 달력(계절)이다. 인목부터 시작하여, 12절기(입춘·경칩·청명·입하·망종·소서·입추·백로·한로·입동·대설·소한)를 달력으로 사용하는데, 이를 절기력이라고 한다. 이전 글 <오늘날과 달랐던 과거의, 시간>에서는 12지에 따른 시간을 언급했었는데, 원래 정확한 한국표준시는 그 시간에서 30분씩 늦춰야 한다. 일제강점기 조선표준시를 일본의 동경 135도로 정한 이후 변경이 없었기 때문인데, 한국의 표준시는 동경 127.5도이다. 가령 인시는 3시가 아닌 3시 30분으로부터 2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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