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무동(동구)에는 롯데아울렛이 있는 신도시가 있는데, 바로 이시아폴리스이다. 2000년 초반 대구시는 농지·맹지에 「밀라노프로젝트」일환으로 봉무지방산업단지(봉무어패럴밸리) 개발계획을 세웠으나, 2005년 감사원의 재검토 요구로 중단되었다. 감사원은 낮은 사업성과 관 주도의 사업형태를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기업 유치에도 실패했었다. 이에 대구시는 민관합작을 고민하게 되었고, 공모형PF 형태를 선택했다.
공모형PF사업은 지자체·공공기관이 토지(현물)를 투자하고, 민간업체들이 자본을 조달하여 그 토지 위에 주거·상업·업무시설 등을 개발하여 분양수익을 거두는 방식이다. 개발법인(SPC, 주식회사 이시아폴리스)에 참가한 투자자는 다음 9개이다.
토지 투자자 : 대구시(20%)
건설 투자자 : 포스코건설(15%), C&우방
재무 투자자 : 하나은행, 우리투자증권, 삼성생명, 대한생명
전략 투자자 : 솔로몬그룹(사업기획), 내외주건(주거분양대행), 세원미(상가분양대행)
당시 포스코건설은 송도신도시 국제업무지구(16조원 규모), 화성 동탄신도시, 충주 기업도시 등 대규모 복합단지 개발사업이나 제3섹터 방식의 PF을 수행한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 포스코건설 컨소시엄는 최초에 「밀란시티」라는 이름으로 사업제안서를 제출했으나, 밀라노프로젝트의 부정적인 인식과 복합도시 개념을 강조하기 위해 「이시아폴리스(ESIA-POLIS, East of Asia Polis)」로 변경했다. 동아시아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의 도시를 건설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2008년 1월 이시아폴리스 부지조성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의 여파로 아파트개발도 지연되었고, 결국 아파트 3,800여가구도 4차에 걸쳐 분할공급되었다.
당초에는 패션특구로 집중육성될 계획이었던 이시아폴리스는 현재 베드타운에 가까운데, 신도시 개발에서 주거시설을 제외한 용도는 계획대로 되지 않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봉무동은 남쪽에 대구 공군기지(K-2)를 둔 봉무동은 오랜 시간 동안 미개발지로 남아 있었는데, 단산저수지·봉무공원 아래에 위치한 카페에 앉아 있으면 여전히 군용기의 굉음이 큰 편이다. 물론 팔공산 앞에 위치하여 탁월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교통체계에서 소외되어 이시아폴리스 주민들의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시아폴리스의 마지막 희망은 대구 도시철도 4호선(엑스코선)인데, 2030년 개통을 목표한 한 엑스코선에 대해 살펴보자.
대구 4번째 도시철도, 엑스코선
엑스코선(대구 도시철도 4호선)은 1·2·3호선과의 순환형 환승시스템을 구축하여 방사형 도시철도망을 완성하고, 도시철도 사각지대인 동구·북구를 통과할 예정이다. 4호선 개통으로 환승역 개수는 6개(기존 3개)로 증가한다. 북단의 종점인 이시아폴리스역은 메가맥스타워(메가박스 영화관) 남쪽 부지로, 왕복 6차선과 함께 선형계수가 좋은 입지이다. 검단워터폴리스에서 금호강을 넘어 직선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진행된 엑스코선은 다음의 과정을 거쳐서 기본계획이 최종 승인되었다.
2018년 8월 :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신청
2020년 12월 : 예타 통과(정거장 10개, 기획재정부)
2021년 5월 : 기본계획 수립용역 착수
2023년 2월 : 전략환경영향평가서(정거장 11개) 공개
2024년 2월 : 기본계획 최종승인(정거장 12개, 국토교통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2024년 6월 : 사업자 선정(설계·시공 일괄 발주, 대구교통공사)
기본계획수립 과정에서 주민공청회, 의회의견 청취 및 기재부 총사업비 조정 등을 거치면서, 예타 대비 정거장 1개소 추가와 역·차량기지의 위치변경이 있었다. 전략환경영향평가 이후에도 주민의견을 반영되면서, 예타 대비 정거장 2개소가 최종적으로 추가되었다. 기본계획 최종승인 후, 현재 설계·공사 절차가 본격화하기 위해 사업자 선정 중에 있는데, 2025년 중에는 사업자를 선정하여 착공할 것을 목표로 한다.
경전철 제작사가 틀어놓은, 예타
예타를 통과할 당시만 해도, 엑스코선 차량방식은 모노레일(예타)와 부분지하화였다. 하지만 이는 낮은 경제성과 함께 공급사(일본 히타치)의 문제가 있었다. 1910년대 히타치(Hitachi)는 일본 히타치시(이바라키현)에 위치한 히타치광산의 전기수리 공방에서 시작했는데, 일본 최초로 5마력 유도전동기를 국산화한 업체이다. 1920년대 히타치는 일본 최초로 전기기관차와 증기터빈(5,000kW)를 제조했는데, 이후 일본 내에서 전기철도 기술의 국산화·자립을 촉진시켰다.
과거 정부는 제작된 차량을 시험하는 성능시험제도를 두고 있었지만, 이 제도는 한계가 있었다. 완성품 위주의 시험은 제작 이전의 설계를 검증하기에 미흡했고, 기술발전에 따라 정부·제작자 간의 품질관리 책임범위가 명확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14년 「철도안전법」에 따른 형식승인제도(국토교통부)가 시행되었다. 형식승인은 제품의 특징을 이루는 형식·사양(specification)의 적합성을 확인하여 승낙·동의하는 제도로, 철도 형식승인제도는 다음과 같이 구분되었다.
형식승인 검사 : 설계가 적합하였는지
제작자승인 검사 : 형식승인대로 적합하게 제작할 수 있는지
완성 검사 : 형식승인대로 제작되었는지
히타치는 특허기술 유출 우려로 형식승인 검증 면제를 요구했었지만, 국토교통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2022년 7월 히타치는 대구시에 차량제작을 거절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후 대구시는 경제성·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산 철제차륜형AGT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엑스코선의 차량방식 변경은 대구 3호선(모노레일, 히타치)의 상황과 유사하면서도 대비된다. 당초 3호선은 AGT차량으로 계획되었다가, 도시미관·시민정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차량형태가 변경되었다.
3호선과 달리 가는, 4호선
기본계획이 최종승인된 이후에도, 일부 시민단체·정치권에서는 엑스코선의 차량방식을 다시 모노레일로 변경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인프라사업은 여론민감도가 높기는 하나, 그렇다고 디테일의 잦은 변경은 사업 자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다. 기본계획수립 단계에서 지하화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결국은 기존의 고가방식이 유지되었다. 이는 과다한 사업비 증가로 기획재정부의「총사업비관리지침 제49조」에 따라, 과다한 사업비 증가로 타당성 재조사 요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엑스코선이 철제차륜형AGT로 변경되면서, 다음 3개의 차량방식을 운영해야 하는 대구교통공사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
1·2호선 : 중전철(지하철)
3호선 : 모노레일
4호선 : 철제차륜AGT
이전 글 <작은 만큼 다양한, 경전철>에서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국내 유일한 과좌식 모노레일이며, 아직 국내에는 현수식 모노레일은 도입되지 않았다고 언급했었다. 모노레일은 교각구조물 크기가 작아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환승편의성과 운행시스템의 안정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2개 선로인 AGT는 모노레일에 비해 하중이 크기 때문에, 교각·역사이 차지하는 공간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다만 장기적으로 AGT의 유지관리비는 모노레일의 절반 수준이다.
2개의 공구로 진행될, 12개 역사
엑스코선(총 5,740억원 규모)은 다음 2개의 공사구간(공구)로 구분되며, 신암동(동대구역·파티마병원역 사이)에서 선로들이 연결될 예정이다.
1공구(1,400억원) : 4개 역사(수성구민운동장역~신암동)
2공구(4,340억원) : 8개 역사(신암동~이시아폴리스역)
2공구은 협소구간·하천구간으로 인해 공사난이도 대비 수익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2024년 10월 엑스코선 2공구(공사비 4,300억 규모) 건설공사가 유찰되면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Pre Qualification) 3차 신청 결과, 지난 달에 진행된 2차례의 PQ에 이어 단독입찰(코오롱글로벌 컨소시엄)로 유찰된 것이다. 대구교통공사는 대규모 공사비를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워서 3차 PQ를 진행했으나, 3차 공고문에서 단독입찰자와의 수의계약 문구를 추가했었다. 1공구는 3개 컨소시엄(HS화성·서한·진흥기업)이 입찰에 참여했는데, 대구시에서는 환승역 구조 슬림화, 동대구역 고가교 보강공사, 히말라야시다 훼손 최소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동대구역을 나와서 범어네거리 방면의 동대구로를 쳐다보면 이색적인 광경을 볼 수 있는데, 1970년 도로 중앙에 식재된 히말라야시다(개잎갈나무) 가로수이다. 산스크리트어로 「신의 나무」를 의미하는 히말라야시다는 침엽상록수로, 히말리야가 원산지이다. 히말라야시다의 구과는 솔방울보다 훨씬 크지만, 낙과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1930년대 히말라야시다가 국내에 심어지기 시작했는데, 주로 일본인 정착촌 주변에 식재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수종이기에, 더 소중한 히말라야시다가 엑스코선 공사 후에도 여전히 아름답게 서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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