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삼성역 주변을 운전하다보면 아스팔트보다 철판 위를 주행하는 경우가 많다. 강남을 경유하는 경로로 출근하는 경우에는 삐뚤한 차도 위를 질주하는 레미콘 차량들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서울 도심의 공사판은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몇 년 후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현재의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사업은 2개의 사거리(코엑스·삼성역) 사이 600m 가량의 지하공간에 광역복합환승센터를 조성함과 동시에, 지상부에는 대규모 녹지광장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2021년 6월 한국판 타임스퀘어를 목표로 착공한 이 사업은 2028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
서울 교통의 중심, 광역복합환승센터
광역복합환승센터는 기존 지하 7층 규모로 계획되었다가, 다음과 같이 지하 5층 규모로 설계가 변경되었다. 결국 영동대로 아래로 최소 5개 노선(기존 2호선·9호선 포함)이 지나가는 복합환승공간이 될 예정이다.
지하 1층 : 기존도로 지하화, 중앙버스정류장
지하 2층 : 공공상업
지하 3층 : 통합대합실·버스주차장
지하 4층 : 승강장(위례신사선)
지하 5층 : 승강장(GTX-A, GTX-C)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수주한 건축·시스템 공사는 2개의 공구로 구분시행하고 있는데, 2024년 10월 1공구는 예비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다. 하지만 2공구는 사업비가 낮다는 이유로 6차례나 유찰되었다가, 2025년 1월 2공구의 기술제안서·실시설계(우선시공분)가 적격판정을 득함에 따라 토목공사(2021년 착공)과 연계하여 착공할 예정이다. 2공구가 그나마 제때 착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울시의 공사비 인상이 있었다. 2025년 2월 실시설계가 완료된 우선시공분은 착공하며, 본 공사는 15개월간 실시설계 후 VE(설계경제성 검토)·실시설계적격심의를 거친 후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위례신사선의 공사일정이 불확실하다는 점인데, 이전 글 <경제성에서 막힌, 서울 경전철>에서는 위례신사선이 민간투자사업(민간제안)에서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업지연이 우려된다고 언급했었다. 애초에 지하 6~7층에 위치했던 위례신사선의 승강장을 지하 4층으로 변경한 만큼, 시설활용 측면에서도 조속한 위례신사선의 착공이 필요한 상황이다.
위치·재질에 따라 다양한, 경전철
중전철(지하철)에 비해 수송량이 적은 경전철(경량전철)은 크게 다음의 2가지로 구분된다.
중형철도시스템(MCS, Medium-Capacity rail System)
라이트레일(LRT, Light Rail Transit)
LRT는 노면을 운행하는 트램(tram)이라고 보면 되고, MCS는 LRT보다는 입체교차화(고가·지하)된 철도교통수단이다. MCS는 궤도의 개수에 따라 다음 2가지로 구분된다.
모노레일(Monorail) : 궤도 1개
과좌식(跨座式, straddle type) : 차량 아래에 레일
현수식(懸垂式, suspension type) : 차량 위에 레일
자동안내궤도차량(AGT, Automated Guidedway Transit) : 궤도 2개(무인)
철제차륜형 : 미니 지하철
고무차륜형
모노레일은 레일의 위치에 따라, AGT는 차륜의 자재에 따라 다시 세분화된다. 고가경전철은 교각 위의 상판이 일조를 제한하면서 흉물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교각·궤도가 일체화된 모노레일은 상판이 설치되지 않음에 따라 일조의 제한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은 편이다. 다만 궤도·교각이 일체화된 구조로 인해 분기기(分岐器, railroad switch) 추가설치 등의 노선확장은 어렵다. 대구도시철도 3호선이 과좌식 모노레일이지만, 아직 국내에는 현수식 모노레일은 도입되지 않았다.
철제차륜AGT는 기존 중전철처럼 궤도·차륜 사이의 낮은 마찰력에 의존하며, 잦은 가감속보다는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을 빠른 속도로 달리는 구간에 적절하다. 기상악화에 강하다는 점에서 지상구간이 많은 노선에서 쓰일 수 있으나, 철제차륜의 특성상 급곡선에는 한계를 나타낸다.
고무차륜AGT는 철제레일 대신에 평면궤도(콘크리트·철판 형태) 위를 고무바퀴로 운행된다. 고무차륜이 곡선커브에 유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 내 노선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무차륜의 보급이 많아질 수도 있다. 다만 고무차륜은 기상악화(강우·강설 등)에 약하다. 국내 최초 고무차륜AGT는 부산4호선(2011년 개통)으로, 이미 운영에 대한 검증은 끝난 상태이다. 서울 최초 고무차륜은 신림선(2022년 개통)으로, 도림천 하부구간과 보라매공원 주변부가 전체적으로 곡선으로 설계되었다.
추진방식이 다른, LIM
기존 전철이 주행궤도와 차륜 사이의 점착력으로 차량을 구동하는 반면, 선형유도모터(LIM, Linear Induction Motor)는 도체(선로)·자석(열차) 간에 발생하는 전자력(유도전류의 흡인력·반발력에 의해 추진력)으로 구동하는 전동기이다. 열차에서 제어한 전류로 인해 전자석의 자기력을 조절하면, 도체·자석 간의 유도전류의 세기가 달라짐을 이용하는 원리로 움직인다. 궤도와 바퀴의 접촉없이 추진력을 얻기에, LIM방식의 바퀴는 단순히 차량을 지탱하는 역할만 한다. 차량높이가 낮은 저상화에 적합하여 지하구간의 터널구조물 높이를 낮출 수 있으며, 급구배·급곡선에 강한 편이다. 일본·중국에서 지하노선 중심으로 LIM방식이 많이 도입하고 있는데, 다음의 2가지로 구분된다.
철제차륜LIM
자기부상LIM
철제차륜LIM은 불필요한 점착력이 여전히 발생하면서 주행에 있어서 저항력으로 작용하는데, 이를 보완하는 방식이 자기부상이다. 자력을 이용해 선로로부터 수mm 부상하여 선로·열차 간의 접촉면적을 최소화하여 주행저항을 최소화했다. 용인경전철이 철제차륜LIM이며, 인천국제공항 자기부상철도가 자기부상LIM이다.
2010년대부터 도입된, 국내 경전철
2011년부터 개통하기 시작한 국내 경전철은 다음과 같으며, 철제차륜AGT의 비중이 가장 크다.
2011년 3월 개통 : 부산도시철도 4호선(고무차륜K-AGT)
2011년 9월 개통 : 부산김해경전철(철제차륜AGT)
2012년 7월 개통 : 의정부경전철(고무차륜AGT)
2013년 4월 개통 : 용인경전철(철제차륜LIM)
2015년 4월 개통 : 대구도시철도 3호선(과좌식 모노레일)
2016년 7월 개통 : 인천도시철도 2호선(철제차륜AGT)
2017년 9월 개통 : 서울경전철 우이신설선(철제차륜AGT)
2019년 9월 개통 : 김포골드라인(철제차륜AGT)
2022년 5월 개통 : 서울경전철 신림선(고무차륜K-AGT)
경전철 도입 초기에는 우진산전 K-AGT(고무차륜), 현대로템 철제차륜, 지멘스 고무차륜(VAL, Véhicule Automatique Léger)이 개통했으며, 이후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 철제차륜LIM(INNOVIA Metro Mark II)이 용인경전철에 적용되었다. 다만 용인경전철은 LIM방식의 장점을 활용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전구간이 지상(고가)이었을 뿐 아니라 곡선·구배구간도 적었기 때문이다. 또한 차체폭이 3.2m(기존 중전철 3.12m)에 달함에 따라 매우 폭이 넓은 상판·정거장이 설치되었는데, 이는 경전철의 이미지를 크게 저하시키게 된다.
영동대로 광역복합환승센터로 들어가는 위례신사선은 GS건설 컨소시엄이 우진산전 K-AGT(고무차륜)을 채택했으나, 다른 사업자도 동일한 차량방식을 택할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이전 글 <근대화에 이어 친환경 교통수단, 트램>에서는 위례선이 약 60년 만에 복귀하는 서울의 전차라고 언급했었는데, 여기서 말한 전차는 노면전차로 LRT로 분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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