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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역사] 100년 전의 파생거래, 미두
일본이 조선의 개항으로 얻고자 한 것은 쌀이었는데, 이는 매년 쌀 부족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조선의 쌀을 내지(일본)으로 들여오는 장기적인 전략을 펼쳤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미 공업화가 한창이었던 일본은 노동임금을 낮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필품(특히 식량)의 가격은 눌러놔야 했다. 1876년 조일수교조규(강화도조약) 이후, 다음의 순으로 개항이 진행되었다. 1842년 : 중국1854년 : 일본 1876년 : 부산1880년 : 원산1883년 : 제물포1897년 : 목포·진남포1999년 : 군산 1899년 5월 1일 국내 6번째로 개항한 군산항은 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간으로, 일제강점기 내내 쌀 수탈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했다. 쌀미자가 들어가는 동네명(장미동·미..
202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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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지겹도록 비가 내렸던, 카르니아절
카르니아절(Carnian Stage)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Upper Triassic)의 가장 초반 1,000만년(약 2.37~2.273억년 전) 시기이다. 카르니아(Carnia)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Friuli) 지역의 산악지대로, 7개의 긴 골짜기를 중심으로 산과 계곡, 목초지 등이 펼쳐진 자연친화적 공간이다. 카르니안절 우기사건(CPE, Carnian Pluvial Episode)는 2.34억년 전 100~200만년 동안 전지구적으로 비가 내리는 극단적인 장마철로, 이 시기 동안 화산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면서 환경변화(온실효과와 강한 강수, 온도상승, 환경변화)를 유발했다. 이는 식생의 변화와 함께 생태계의 대규모 교체(해양·육상 생물집단 멸종 포함)이 발생했다. 극단..
2025.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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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 귀문의 재해석, 혼문
2025년 7월 K팝 관련 컨텐츠가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길래, K팝 아이돌들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정도로 생각했다. 근데 몇 일 후 해당 컨텐츠가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Netflix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KPop Demon Hunters)란 것을 알게 되었고, 이미 유튜브 알고리즘에는 클립과 보컬 커버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었다.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는 무당의 후예이다. 과거에는 한국의 무당이 굿으로 악귀를 퇴치했다면, 현대에 와서는 K팝 아이돌의 노래·춤이 퇴마의 도구가 된다는 설정이다. 원작에서는 혼문(魂門, 영혼의 문)을 발음 그대로 Honmoon이라 표현했는데, 케데혼 세계관에서는 혼문을 K팝 아이돌의 진심어린 음악과 관객의 공감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강력한 ..
2025.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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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금융시드를 잘 뿌린, SBI
2000년대 중반은 상호저축은행의 전성시대로 기억되는데, 현대스위스, 솔로몬, 한진경(한국·진흥·경기) 등이 규제없는 부동산PF시장에서 자금줄 역할을 했었다. 과거 현대스위스(훗날 SBI저축은행)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그저 금융선진국의 이미지를 상호에 투영시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실제 스위스법인이 투자했던 사실이 있었다. 당시의 상호저축은행은 토지매매계약금도 과감하게 대출했었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이전 글 금리인상이 서서히 죄어온, 은행파산>에서는 2011년 1년 삼화상호저축은행에서 시작되어 부산저축은행에서 점화된 뱅크런이 90여 개의 저축은행으로 전이되면서, 저축은행 24개가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사태에 대해서 언급했었다. 2025년 9월 전국 79개 저축은행업계의 변화가 있을 예..
2025.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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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평생 궁에서만 지낸, 궁녀
현대인에게 널리 알려진 궁녀 이야기 중에서 의자왕(무왕 아들, 백제 마지막 왕)의 삼천궁녀를 빠트릴 수가 없는데, 낙화암에서 삼천 궁녀들이 차례로 뛰어내렸다는 이야기다. 백제가 멸망하기 5년 전만 해도, 의자왕은 정복사업 차원에서 신라를 공격하여 30여개의 성을 정복했다. 역사는 패자의 기록을 왜곡하기 마련이다. 1941년 윤승한은 소설 김유신에서 의자왕과 삼천궁녀 에피소드를 언급된 이후, 소설적 상상이 역사서로 옮겨 왔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의 가부장적인 분위기 속에서, 신비감에 휩싸인 궁녀는 대중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는 문학적 허구가 현실적 역사로 왜곡된 사례가 많았던 시기로 보이며, 그 이미지는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뚜렷한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전 글 뒤늦게 만들어진..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