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니아절(Carnian Stage)은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후기(Upper Triassic)의 가장 초반 1,000만년(약 2.37~2.273억년 전) 시기이다. 카르니아(Carnia)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Friuli) 지역의 산악지대로, 7개의 긴 골짜기를 중심으로 산과 계곡, 목초지 등이 펼쳐진 자연친화적 공간이다.
카르니안절 우기사건(CPE, Carnian Pluvial Episode)는 2.34억년 전 100~200만년 동안 전지구적으로 비가 내리는 극단적인 장마철로, 이 시기 동안 화산활동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대량 방출하면서 환경변화(온실효과와 강한 강수, 온도상승, 환경변화)를 유발했다. 이는 식생의 변화와 함께 생태계의 대규모 교체(해양·육상 생물집단 멸종 포함)이 발생했다. 극단적인 우기가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2가지 가설이 있다.
화산 활동 가설
조산(산맥 형성대) 운동 가설
초장기 장마를 초래한, 지질활동
2.32억년 전 랭겔리아 지층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산활동으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면서 지구온난화와 함께 물의 증발량이 활발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랭겔리아(Wrangellia)는 북아메리카 북서부(알래스카, 캐나다 서부)에 걸쳐 분포하는 고대 대규모 용암지대(LIP, Large Igneous Province)로, 랭겔산맥(Wrangell Mountains, 알래스카 남동부)에서 유래되었다. 이 산맥명은 페르디난드 페트로비치 랭겔(Ferdinand Petrovich Wrangel)에서 따 왔는데, 이는 알래스카(러시아령 미국)의 초대 총독을 지낸 인물이다.
2.5억년 전부터 바다에서 융기한 킴메리안 산맥(로라시아 대륙 남해안)이 신테티스(neotethys)에서 만들어진 구름을 차단하여 육지로 이동하지 못하게 했고, 이 구름들이 계속 쌓여 크고 강한 비구름으로 변해 판게아 대륙에 지속적인 강수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 킴메리안 조산운동(Cimmerian Orogeny)은 유럽·아시아 대륙 일부에 걸쳐 일어난 조산활동으로, 그 결과 다음의 산맥들이 형성되었다.
알프스 산맥(Alps) : 유럽 남부
카르파티아 산맥(Carpathians) : 동유럽·중앙유럽
발칸 산맥(Balkan) : 동유럽(발칸반도)
안탈리아 산맥(Antalya Massif) : 터키 남부
아시아 내륙 산맥 : 티베트 고원 일부, 중앙아시아 산악지대
1989년 유럽에서는 2.3억년 전(트라이아스기 후기)의 지층에서 물의 흔적(역암, 호수의 퇴적물, 늪지대 흔적)이 발견되었는데, 이는 기존의 학설과는 상반되는 증거였다. 그 전까지 지구는 판게아의 영향으로 페름기에 이어 트라이아스기에도 매우 건조한 기후를 유지했다고 생각했었으며, 붉은 사암층이 이를 뒷받침했다. 2000년대 초반 지구 곳곳에서도 카르니아절에 물에 젖은 지층 흔적들이 발견되면서, 카르니아절 우기는 학계의 정설이 되었다.
갑작스런 수혜를 입은, 공룡
뭐든 갑작스런 변화는 당황스러운 법이다. 기존의 생물에게 갑자기 물이 많아진 지구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고, 5대 대멸종에 버금가는 멸종(해양생물 속의 35% 가량)이 일어났다. 육지의 무기염류(미네랄)가 바다로 대량 유입되면서 부영양화가 일어났고, 해양 플라크톤이 급증하면서 해수의 용존산소량이 급감했을 것이다. 이는 기존의 해양생명체(경골어류·암모나이트류·코노돈트류 등)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줬을 것이다.
이전 글 <익숙하기에 몰랐었던 오래된, 지구>에서는 페름기의 3차 대멸종이 발생하면서 약 96%에 달하는 생물종이 사라졌다고 언급했었다. 이후 트라이아스기에 공룡이 등장하게 되는데, 키르니안절 우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육지에서는 파충류(악어)·단궁류가 주를 이뤘다. 공룡의 비율은 5~10%에 불과했다. 키르니안절 우기로 인한 식생변화는 다음과 같이 공룡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육지생물의 공룡 비중이 90%까지 증가했다.
식물생태계 변화
공기주머니
턱근육이 발달한, 단궁류
단궁류(單弓類, Synapsida)는 두개골에 안와(눈구멍) 옆에 측두창이 각각 하나씩 뚫려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포유류와 그 조상을 포함하는 그룹이다. 측두창는 턱 근육이 통과하거나 부착되는 공간을 제공하며, 이로 인해 단궁류는 턱근육이 발달할 수 있었다. 먹이를 더 강하게 물고 씹을 수 있으니, 진화과정에서 큰 이점이었다. 이궁류(석형류, 파충류·조류 포함)은 측두창이 각각 2개씩 있거나 다르게 위치한다는 점에서 단궁류와 비교된다. 단궁류는 크게 다음 2가지 구분한다.
반룡류(Pelycosauria)
수궁류(Therapsida) : 반룡률의 진화
우기 이전에는 키 작은 초목이 많았지만, 강수량이 늘면서 키 크고 질긴 식물(침엽수·소철류)들이 증가했다. 직립보행이 가능한 공룡은 기동력 있게 높은 위치의 식물을 먹기에 유리했고, 위 속의 위석은 질긴 식물를 소화시키기에 수월했다. 기존의 초식동물 대부분은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채 멸종된다. 공룡의 공기주머니는 낮은 산소농도에서도 효율적인 호흡이 가능했다.
공룡은 폐 이외에 여러 공기주머니(기낭, 쇄골·전흉·우흉·복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폐로 들어온 공기를 저장·순환시켜 산소호흡율을 높였다. 심지어 뼈 내부에도 기낭이 존재했는데, 뼈 속을 공기로 채움으로써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 기낭은 체내 열 조절(냉각)에도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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