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 보스턴 어학연수 중에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구체적인 지명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이면 보스턴 시내의 한 베이글 가게에 사람이 북적거렸다. 갓 구워낸 베이글은 다소 거칠었지만 바삭했고, 개인적으로 미국식 베이글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당시 국내에서도 던킨도넛의 베이글과 커피는 뭔가 핫한 느낌을 주는 아이템이었으며, 특히 따뜻한 베이글 위에 녹은 크림치즈의 맛이 알려지기 시작했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던킨의 베이글은 뭔가 소프트한 느낌이었다. 보스턴에서 바삭하게 토스트된 시나몬 베이 위에 크림치즈를 두툼하게 올려 한 입 먹었을 때의 느낌은 신세계였다. 한 손에는 베이글이 담긴 종이봉지, 나머지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커피를 픽업하여 바삐 나가는 현지인들의 모습은 제대로 도시인이었다. 그 때 국내(특히 여의도)에서 베이글 장사를 하면 어떨까라는 고민도 했었지만, 시기상조인듯 하여 생각을 접었었다.
1683년 얀 3세 소비에스키(Jan III Sobieski, 폴란드 국왕)은 빈 전투에서 오스만 제국(이슬람 연합군)의 포위를 뚫고 오스트리아를 지원했다. 빈에 살던 유대인 제빵사는 승전을 이끈 폴란드 국왕이 훌륭한 승마장군이라는 것에 경의를 표하고자 했으며, 등자(말을 탈 때 발을 디디는 제구) 모양의 빵을 만들었다. 베이글(Bagel)은 독일어 뵈겔(Bügel, 등자)에서 유래되었으며, 19세기 유대인들이 미 동부로 이주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약 2000년 전부터 아침식사로 베이글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베이글은 밀가루·이스트·물·소금만으로 만들며, 달걀·우유·버터 등을 넣지 않는다. 지방·당분 함량이 적어 소화가 잘 되며, 칼로리도 낮다. 밀가루 반죽을 오븐에 바로 넣어 구운 빵과 달리, 베이글은 반죽을 오븐보다 낮은 온도의 끓는 물에 한번 데쳐서 겉을 익힌 후 굽는다. 물에서 반죽을 효율적으로 익히기 위해, 열전도율을 높이는 도넛 모양을 띄게 되었다.
1928년 크래프트 푸즈(Kraft Foods, 현 크래프트 하인즈)는 필라델피아크림치즈(Philadelphia)를 인수했다. 1960년대 필라델피아는 자사의 크림치즈에 어울리는 빵을 테스트한 결과, 뉴욕베이글(New York Bagel)이 크림치즈의 수분을 견디는 최상의 조합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대대적인 연계마케팅을 통해 크림치즈 바른 베이글은 미국인에게 대중적인 주식으로 자리 잡았다. 뉴욕베이글은 겉은 부드럽고 쫄깃하며, 속은 식빵처럼 폭신하다. 뉴욕베이글이 맛있는 이유로 뉴욕 수돗물에 함유된 특정 미네랄이 지목되기도 한다. 몬트리올베이글(Montreal Bagel)은 뉴욕베이글보다 크기가 작고 거칠며 가운데 구멍이 뚜렷하게 뚫려 있는데, 화덕에 그을린 불향과 바삭함이 특징이다. 반죽에 달걀이 들어가 밀도가 매우 높고, 꿀물에 삶아 은은한 단맛이 난다. 몬트리올베이글은 겉면에 깨를 빼곡하게 묻히며, 보통 크림치즈 없이 먹는다. 국내 베이글 브랜드은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뉴욕 베이글 : 에브리띵베이글, 머더린러베이글, 포비(FOURB)
몬트리올 베이글 : 코끼리베이글, 웨인스베이글스, 올드몬트베이글
외국(뉴욕·몬트리올) 베이글의 질긴 식감을 한국인이 선호하는 촉촉·소프트 식감으로 변형한 브랜드도 많은데, 대표적인 브랜드가 런던베이글뮤지엄이다. 2021년 9월 료(Ryo, 이효정)는 안국동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을 창업했는데, 그 전까지 유럽풍 감성카페(카페 하이웨이스트, 카페 레이어드)에서 공간브랜딩 능력과 경험을 파는 전략을 보여줬다. 2025년 7월 JKL파트너스(국내PE)가 법인(LBM) 지분 100%를 2,000억원 가량에 인수했다. 노티드가 무리한 확장으로 핫한 경험을 잃은 반면, 런던베이글뮤지엄은 희소한 경험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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